오늘 날이 좋아 모처럼 명동 나들이를 나섰습니다.
많은 인파 속 두 명의 여인이 저와 눈이 마주쳤고, 말을 걸더군요.
순간 '도를 아십니까?' 그런 건가? 경계했는데, 명동 처음 왔는데 길을 모른다고 *데 백화점 위치를 묻습니다.
아, 길을 묻는 건데 괜히 의심했나보다. 열심히 길을 알려줬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백화점 말고 다른 거 볼 건 없냐고 묻는 상대방 -.-
패션이나 쇼핑 말고 할 게 없다나?
아니, 내가 가이드도 아니고, 안내원도 아니고, 이걸 설명해줘야 하나?
'도를 아십니까?' 접근 방식에 걸려든건가?
기분이 상당히 나빠졌지만, 그래도 친절히 답해줬습니다.
제가 그런걸 알려드릴 여력은 안되는 것 같으니, 관광안내 가이드를 찾아보라고.
그러자 그건 또 어딨냐며 묻습니다.
그만해라. 그만. 속으로 열불이 나기 시작했지만, 그것까진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가던 길을 가려하니 황급히 인사동은 어딨냐 묻더군요.
여기서 먼지, 어떻게 갈 수 있는지 등등..
확실히 '도를 아십니까?' 활동분들임을 깨달았습니다.
제게 길 말고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이러는거냐? 아님 지방에서 올라와서 정말 길을 몰라 이러는거냐?
아주 인상 팍 쓰고 대놓고 물었더니,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다른 이들은 친절하게 답해주는 사람이 없다나?
그러며 제게 성형수술은 하지 말라더군요. =_=
아. 그 화창하던 명동 나들이의 기분이 한순간에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짜증이 머리끝까지 오른 채 명동 다른 골목으로 진입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두 명의 남녀 커플이 저를 발견하더니 여자가 남자를 쿡 찌르더군요.
남자 후다닥 제게 다가와 말을 겁니다. *데 백화점은 어디냐고.
으아아아아악!!!
명동 활동팀은 *데 백화점 위치가 레퍼토리입니까?
차라리 '도를 아십니까?' 라고 솔직히 밝히고 말을 걸던지, 길을 묻는 척 이러는 거 정말 싫으네요.
정말 길을 몰라 묻는 이에게까지 외면을 하고 싶어질 정도니까요.
처절한 기분으로 명동 나들이 접고 동네로 왔는데, 또 한 남자가 후다닥 다가옵니다.
'시간이 있으면 도에 관해서..'
그래, 차라리 솔직히 이리 물어보니 낫다는 생각마저 들어 웃으며 친절히 답해줬습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3번이나 연속 이런 일을 하루에 겪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 이런거에 잘 걸려들게 생겼나? -.-
진심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내 마음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거 나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