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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수원 사건 보면서 둘째 임신했을 때 제가 겪은 일이 다시 떠오릅니다....

아직도 상처입니다. 조회수 : 9,118
작성일 : 2012-04-07 21:36:56

근 이십 여 년 됐네요...

남편은 출장중이었어요, 큰 애 네 살때이구 둘짼 뱃속에서 6,7개월쯤...

한여름 새벽이었어요.

월드컵 축구로 나라가 난리도 아니었구, 경기 중계 끝난 새벽 3시 경이구요.

자는데, 누가 등을 두드리는 겁니다.

남편이 돌아왔나 싶어, 어, 왔어 하구 돌아눕는데

식칼을 들이대더군요.

벌떡 일어났어요.

조용히 건넌방으로 들어오라더군요.

이십 대 후반이나 삼십 초반쯤 되는 룸펜 스타일이었어요.

저는 서울 혜화동  시장관사 좀 아래께 있는 다세대 주택 반지하 위 일 층에 살았구요.

제가 임신중이라고 사정했지만 ,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

근데 , 마침 큰애가 깨서 엄말 찾으며 안방에서 나오는 겁니다 .

부들부들 떨렸는데 , 애한테 혹시 해꼬지할까 겁나서요 , 제가 당한 건 암것도 아니더라구요 .

다행히 그 놈이 애한테 가 보라며 돈 갖고 있는 거 다 내놓으라구 ...

현금 십 만원밖에 없다니까 카드랑 비밀번호 얘기하래서 알려 줬어요 .

신고하면 죽인다면서 나가더군요,  애 붙잡고 멍하니 있다 날이 밝길래 나가봤어요 .

텅빈 골목에 아무도 없더군요 , 나중에 보니 골목으로 향한 건넌방 창문에 퍼런 나일론 재질 방충망을 라이터로 지져 구멍을 내고 들어왔더라구요 .

정신 차리고 경찰에 신고했어요 .

제가 지금까지 더 상처로 남은 건 그 경찰이에요 .

그 놈보다 다 명확하게 기억나는 얼굴도 그 경찰이구요 .

신고받고 경찰 둘이 왔어요 , 하나는 이리저리 둘러보고 그 중 젊은 경찰이 저를 심문하더군요..

그 놈이 어떻게 하더냐고 , 아주 상세히 말하라고 ...

어이없어하니 건넌방 침대에 걸터앉아서, 이렇게 저렇게 자기한테 행동으로 설명해 보라구 ...

너무너무 수치스러워 꼭 그래야되냐구 물었더니 그래야 된대요 .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그건 변태쪽이었다고밖에 결론이 안 나요...

평소엔 똑똑하다 생각하고 살았는데 , 그날은 제가 멍청이가 된듯 아무런 판단이 서질 않았어요 , 마치 표백처리된 백짓장이 된 기분이랄까... 강도한테 반항하거나 경찰한테 항의하지도 못 했어요 .

막상 그런 상황에 부닥치니 , 제가 넘 무기력해지더군요 ...

경찰한테 두 번 당하는 느낌... 

간신히 경찰한테 그만 가 달라고 했어요 ,  나중에 경찰서에서 다시 연락오길래 , 신고 취소한다 했구요 .

그때 당시만해도 사회 분위기가 성폭행이나 이런 게 지금처럼 표면화돼서 이슈가 되던 시절이 아니었거든요...

누군한테도 말 못했어요, 심지어 친정 동생한테도...

지금까지도 제겐 가슴 깊숙한 곳에 상처로 자리잡혀 있어요 .

그 때 뱃속에 있던 아이가 지금 여고생이에요, 그 일 때문인지 아이가 애기때부터 어른 남자를 넘 무서워하더군요.

엘리베이터에서 아저씨들 보면 막 울고 그랬어요, 좀 클 때까지 영화도 못 봤어요, 큰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래서요.

다행히 '아이 엠 샘'이란 영화부터는 극장에서도 보더라구요.

전 너무나 이 사회가, 남자들이 무서운데

그렇게 큰 우리 딸애는 지금은 천방지축이에요. 아무리 해 지기 전에 들어오라 해도 잘 모르네요.

우리 딸애한테만은 그런 일을 막아주고 싶어요.

그 당시 주인이 시의원 나간다고 설쳐대던 인간인데 제 사고에도 귀찮은듯 나몰라라 하다

방충망 없애고 보안창살 설치해달랬더니, 밍기적거려 방빼달래서 이사나왔더래죠...

이번 수원 사건도 그 경찰이 깁급조치 안 하고 변태처럼 꼬치꼬치 캐물었다 하니 오랜 상처가 덧나는 듯 싶네요...

그리고... 소망이 있다면..

언젠가 , 기필코 그 놈과 혜화 경찰서 소속 그 경찰놈을 수소문해서 꼭 그 면상에 대고 제 얼굴을 똑똑히 각인시켜 주고 싶어요 . 그 때 너희가 능멸했던 그 임산부라구 ....

절대로 가능하지 않겠지요 ....

IP : 72.229.xxx.237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닥토닥
    '12.4.7 9:52 PM (124.54.xxx.12)

    님 너무 험한 일 겪으셨네요 얼마나 상처가 크셨을지 가슴이 아픕니다 님에게 행복한 일들만 가득해 그 일이 잊혀졌음 좋겠어요 그 와중에 경찰은 정말 없는게 나을 존재네요 아휴

  • 2. 에효
    '12.4.7 9:52 PM (114.207.xxx.186)

    다 천벌 받아 엄청 고생하고 있을꺼예요. 범인은 벼락맞아 죽고 없을겁니다.

    잊어버리세요. 토닥토닥

  • 3. 분노
    '12.4.7 9:52 PM (211.206.xxx.79)

    그 경찰,,,정말 어떤 인간인지 치가 떨리네요.
    원글님의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깊으실지...ㅠ.ㅠ

  • 4. 아 진짜
    '12.4.7 9:53 PM (182.213.xxx.86)

    원글님 ㅡㅜ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뭐라고 댓글을 달아야 원글님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까 고민하고 있어요.
    침착하고 현명하신 분 같아요.
    원글님이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 5. ...
    '12.4.7 9:55 PM (122.42.xxx.109)

    솔직히 일반인이 살면서 경찰과 대면할 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있다면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일텐데 그때 어떤 경찰을 만나느냐에 따라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고정됩니다. 누구는 정말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할테고 원글님이나 저처럼 쳐죽여도 시원찮을 놈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죠.

  • 6. ...
    '12.4.7 10:03 PM (219.248.xxx.65)

    경찰들.. 너무 안이하게 일처리해요..
    큰 사건 아니면 다 알아서 해결하려며 짜증내고.. 귀찮아하고..
    저 경찰서에 피해자 조서쓰러 두번 출두했는데.. 두번다 저런식이라..
    한번은 경찰 윗부서 청원감사 신청했고
    두번째는 국민신문고에 민원올렸네요..
    그렇게 꼭 ... 글을 쓰고 난리를 부려야 그나마 사건해결에 관심을 보여주네요..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 살기 힘든 더러운 세상이예요..
    착하고 유순해보이면.. 싸이코들이 한번 찔러보고.. 만만하다 판단되면 괴롭히고..
    참다참다 신고해도.. 경찰조차 무시하고..
    내가 피해를 당하고도 참지 않으려면.. 같이 싸우거나 증거자료 제출하며 민원올려야 그나마 해결되는 상황..

    참.. 갈수록 세상이 더러워지네요..

  • 7. ㅠ_ㅠ
    '12.4.7 10:18 PM (122.35.xxx.25)

    너무 맘아프네요.
    정말 나쁜 인간들은 꼭 벌받았으면 합니다.

  • 8. ..
    '12.4.7 10:26 PM (115.136.xxx.195)

    님 무슨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마음이 아프네요.
    님과 저와 비슷한 연배인것 같은데요.

    지난일이 오래동안 많이 힘들게 할때가 많아요.
    힘들고 괴로워도 빨리 잊으시는것 밖에 없어요.
    님 스스로를 위해..

    20년전이나 지금이나 공권력이 달라진것이 없다는것이
    답답합니다.

  • 9. 렌지
    '12.4.7 10:46 PM (121.161.xxx.238)

    힘든일을 겪고도 대단하세요...아이도 건강하게 크고있다니 다행입니다 앞으로 좋은일만 있기를 바래요

  • 10. ㅠㅠ
    '12.4.7 10:48 PM (121.139.xxx.140)

    맘이 아프네요

    저도 그런 경찰들이 더 원망스럽네요

    앞으로는 좋은일만 가득할거에요

  • 11. 수필가
    '12.4.7 11:39 PM (116.123.xxx.110)

    이 세상에서 위로할 수 있는 최고의 말이 있다면, 지금 님께 해 드리고 싶네요. 지난 일의 상처가 님의 현재를 옭아매지 않기를..누구보다 훌륭한 엄마고 여자로 살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공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해서는 특히 그 당시 담당자들은 어떻게든 그 벌을 받으리라 생각합니다. 상처가 깨끗이 치유되고 잊으실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결국 이긴 것은 그들이 아니라 지금의 님이니까요. 용서가 가장 큰 벌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때문에 고생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면 내가 자유로와야 하니까요. 신의 심판이 반드시 그들앞에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님 앞으로 더 자신있게 당당하게 사세요. 예쁜 딸에게 큰 축복과 은혜가 있길 기원합니다..

  • 12. ----
    '12.4.8 12:42 AM (124.54.xxx.17)

    우리 사회가 여자한테 진짜 폭력적이었죠.
    저도 50다 돼가는데 우리 세대는 성추행 안당해 본 여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대수롭지 않은 일로 취급하는
    남성중심 문화였어요.

    꼭 한 번 마음을 치료하는 기회를 가져보세요.
    익명 상담이든, 혼자 책을 보시든,---- 떠나보내시면 훨씬 편안해 지실 거예요.

  • 13. 16 년전에
    '12.4.8 4:18 AM (24.103.xxx.64)

    밤늦게 까지 겁없이 친구들이랑 놀고 새벽1시쯤에 우리집으로 올라가는데.....
    골목에서 시커먼 젊은놈이 슬그머니 나오는 거예요...그런데 그때 마침 저 데려다 주고
    가던 친구가 뭔가 느낌이 이상했는지......가던길 되돌려서 저를 집앞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니까.....서서히 사라지더라구요.

    그때만 생각하면 와~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저는 그 시커먼 놈 나타났을때 벌써 100 m 준비하고 있었는데....착한 나의 친구가
    텔레파시가 통했는지.......저를 구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밤길은 술취한 남자들만 공격하는 아리랑 치기 놈들이나.....
    약한 여자들 공격하는 사이코 패스들이나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
    그런 환경에 노출 안되도록 조심해야 할것 같아요.

    세상이 너무 흉흉해서 하루 하루 살아내는것이 두려워요.

  • 14. ...
    '12.4.8 6:50 AM (112.168.xxx.151)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얼마나 무서우셨겠어요...
    그 기억을 이겨내고 살아오셨으니 님은 강한 분입니다.
    여기에 적으신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셨길 바랍니다.

  • 15. 루비
    '12.4.8 7:04 AM (123.213.xxx.153)

    저는 택시타고 있는데 택시 운전사가 교통사고를 냈어요
    저보고 신고하래서 전화해서 신고하고 집에 갔죠
    그랬더니 다음날인가 밤 11시에 그 장소로 나오라고 경찰이 전화온거 있죠
    자려고 딱 누웠는데..
    못간다고 했어요 그런데 막 화를 내는거예요
    그래서 내가 사고냈냐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따지고 해서 안갔어요
    물어보니 그러구선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서로 몇번이나 가야한대요 -_-;;
    그걸보고 정말 무서운 일 당하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이 나라가 과연 법치국가인지 궁금해지더군요 ㅠㅠ
    원글님 정말 마음이 오랫동안 힘드셨을거 같네요
    요즘도 이런데 옛날엔 더 했겠죠

  • 16.
    '12.4.8 10:20 AM (39.117.xxx.59)

    우리나라 경찰들 왜 그모양인지
    지들이 사람위에 군림하는 무슨 큰 기득권 세력인줄알고 시민들 무시하고 난척해댄게 어찌나 눈꼴신지
    제복입고 근무하면 그 제복에 걸맞은 행동해야거늘
    난 경찰서(인근 지구대) 건물도 맘에 안들더라. 묘하게 폐쇄적이고 위압감을 주는 건물 ... 개방형 건물로 바뀌어야할듯

  • 17. 저도
    '12.4.8 1:49 PM (115.143.xxx.210)

    하도 기가막힌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하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텐데 경찰이나 암튼 공직에 있는 사람은 왜 그럴까요?? 저희 남편이 대기업 다녀요. 신분보장 확실하다고 치고 굉장히 중요한 회의가 있었는데 경찰서에서 출두하라는 거예요. 뺑소니 사건이라고만 하고 정확한 얘기도 안 하는 거예요. 무조건 나오라고. 남편이 윗분에게 엄청 욕먹고 일단 경찰서에 저랑 갔어요. 왜냐면 저희는 차가 한 대라 같이 운전하니까요. 저희 차랑 비슷한 차가 교통사고를 냈는데 찍혔다고 하더군요. 흰색 **, 30대 안경 쓴 남자. 웃긴 게 사고 당시 저희 남편은 해외출장 중이었어요. 저희가 웃으면서 이 얘길 하니,바로 죄송하다고 해야 하는데 그래도 혹시..뭐 이러는 거예요. 아니 그럼 우리 남편이 출장을 안 갔거나 출장 간 길에 다시 몰래 들어와서 사고 냈다는 건지?? 누가 봐도 뻔한 일에 고압적인 태도를 보고 둘이 돌아오면서 피의자는 물론 피해자를 다룰 때 경찰이 하는 행동이 상상이 가더라고요.

  • 18. 피해자보호가 개판
    '12.4.8 2:06 PM (183.97.xxx.225)

    피해자분들이 대부분
    가해자한테도 분노하지만
    그걸 조사하는 경찰한테도 많이 분노 하시더군요.
    그냥 신고하지 말고
    당한대로 우리 귀찮게 하지 말라고 그렇게 하는 건지
    사고나 났으면
    범인 얼굴이나 특징을 물어보지 않고
    엉뚱한 질문만 해서 피해자 상처 가중 시키고

  • 19. 에휴...
    '12.4.8 3:19 PM (66.183.xxx.27)

    우리나라는 참.. 지금도 그런지 모르지만.. 정신 쪽은 참 무관심해요.. 이런 피의자는 당연 정신적 충격이 더 큰경우인데. 그럼 상담 통해서 치유를 도와줘야할텐데.. 안그래도 상처 받은 사람한테.. 세상에나.. 화가나요. 그 사람들 더 천벌을 받았을 겁니다.

  • 20. ~~
    '12.4.8 3:36 PM (180.229.xxx.173)

    우리나라에서는 피해자가 집안에서 죽으면 피해자가족이 지저분한 바닥, 혈액, 부서진 가구등 처리해야 한대요. 바닥과 벽에 묻은 피를 닦고 지우는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이 받는 충격은 엄청나다고 해요. 외국에선 전문반이 와서 다해준다는데.....정말 이것저것 문제 많아요.

  • 21. 예전에
    '12.4.8 5:39 PM (112.146.xxx.72)

    어느 영화였던데..
    지금 기억은 잘 안나지만 원미경씨가 유명했던 사건을 영화화했던것..
    그중 대사중 한부분..
    다시 이런일을 당한다면..
    다시는 재판하지 않겠다던 그 대사..
    얼마나 경찰이나 검사들이 여자를 몇번을 죽였는지..
    그것만은 생각 나네요..

  • 22. ㅜㅜ
    '12.5.8 3:33 PM (175.215.xxx.122)

    뭐 검색하닥 이제야 이 글을 봤는데...
    너무 상처가 깊으셨겠어요 ㅠㅠ 저도 두 아이 키우는 엄마고
    남편 한달에 한번 정도 올까 떨어져 살았던데 한 3년 되어서..

    그래도.. 님과 두 아이들이 무사해서 정말이지 천만 다행입니다.
    윗분 누구 말씀처럼 그 딴놈의 시키는 벌써 벌받아 죽고 없어졌을거에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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