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랑 사랑 사랑'에 푹빠진 딸

강가딘 조회수 : 1,198
작성일 : 2012-04-06 15:47:56

제가 집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스 코리아"를 가끔 보는데요, 7회인가를 4살(39개월) 딸내미랑 같이 보게 됐습니다. 같이 봤다기 보다도, 제가 티비를 보고 있고 딸은 곁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장난감 갖고 노는 시츄에이션이었지요.

가수 둘이 듀엣으로 노래하면서 경쟁하는 구도였는데, 한 팀이 김현식의 '사랑 사랑 사랑'을 부르더군요.
웬지 옛생각도 나고 해서 재밌게 보는데, 문득 보니, 옆에서 딸이 완전 필꽂혀서 넋놓고 티비를 보고 있더라고요.

노래 끝나고 나서 격하게 박수를 치는 딸내미 선수.
딸: "엄마 저거 무슨 노래야?"
나: "어, 엄마가 옛날에 좋아했던 가수가 부른 노랜디, 사랑 사랑 사랑이라는 노래야."
딸: "엄마, 저노래 디게 좋다. 너무 좋아."
나: "?&#$^"

지금까지 아이가 유행가를 듣고 딱히 어떤 반응을 보인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뭇 의외였고 좀 신기하기도 했지요. 것두 무신 걸그룹 노래도 아닌 김현식의 노래에 저런 반응을 보이다니, 우리 딸내미는 사뭇 복고풍이구나 하면서요.


그날 이후 딸은 제가 퇴근만 하면 "엄마, 언니랑 오빠(남자 같이 생긴 여자 가수 지망생 신초이^^)가 부르는 그 노래, 사랑 노래 틀어줘" 하고 조르기 시작했고, 저는 울며 겨자먹기로 몇번이나 700원을 지불하고 VOD 재생을 해줬습니다.

그러다 급기야, 지난 주말에 나들이 갔다가 돌아오는 차안에서 딸내미 왈 "엄마, 그때 그 언니랑 오빠랑 부른 사랑 노래 불러줘."
운전하던 남편은 이게 무신 소린고 하는 표정이고, 저는 한참 웃다가 "알았어, 불러줄께" 하면서 김현식의 '사랑 사랑 사랑'을 불러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딸내미가 너무 여러번 들어서인지 가사를 다 외워 따라하는 것 아니겠어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딸이 노래를 부릅니다.

"누우구나 한번쯤은 따랑에 울고, 누우구나 한번쯤은 따랑에 웃고, 그것이 바로 따랑 따랑 따랑이야.
철부지 어렸을땐 따랑을 몰라, 세월이 흘러가면 따랑을 알지, 그것이 바로 따랑 띠랑 따랑이야.
그 흔한 따랑 한번 못해본 사람, 그 흔한 따랑 너무 많이 한 사람, 그것이 바로 따랑 따랑 따랑이야.
따랑에 마음아파 따랑에 울고, 따랑에 기분좋아 따랑에 웃고, 헤이~"

저랑 남편은 너무 웃기기도 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딸의 열창이 끝나고 남편이 물었습니다.
"땡땡아, 땡땡이는 사랑이 뭔지 알아?"
딸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어요.
"알지 그럼~!"
남편이 다시 물었습니다.
"사랑이 뭔데?"
딸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대답했습니다.
"어...있다가 집에 가서 얘기해줄께."

저랑 남편은 낄낄대고 웃고, 딸은 대답해 놓고 멋적었는지 졸립다며 자겠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그이후 딸에게 사랑이 뭐냐고 다시 묻진 않았는데요. 
4살 딸내미가 '철부지때는 몰랐다'는 그 사랑, '세월이 흘러가며 알게 됐다'는 그 사랑은 어떤건지 무척 궁금합니다.

IP : 211.196.xxx.7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12.4.6 4:11 PM (122.32.xxx.222)

    4살 우리딸(37개월)도 실컷 말해놓고 막상 뭐?그게 뭐야? 물으면 어~ 하면서 딴청 피우는데 그모습 생각나서 한참 웃었어요.
    따님의 '따랑'이 뭘지 저도 궁금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6110 서로 격려해주세요 1 오레 2012/04/12 427
96109 이번만큼은 많은기대를해서 그런가 실망도 크네요 7 ㅠㅠ 2012/04/12 788
96108 요즘 살 빼고 있는데 어제는 맨붕(?)이 왔나보네요 ㅠ.ㅠ 6 시크릿매직 2012/04/12 1,264
96107 예전 딴지일보에 안희정 도지사님 인터뷰에요. 4 힘내자 2012/04/12 1,529
96106 새누리당 지지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싶어요 21 진심궁금 2012/04/12 1,596
96105 재철이도..인규도 계속 뭉개겠지요? ㅠ 너무 암담 인생은한번 2012/04/12 403
96104 30대 직장인의 입장에서본 진보의 한계 33 정치초보 2012/04/12 2,500
96103 또 지고 싶으면 문선생님 내세우면 됩니다!!! 49 더 크게 보.. 2012/04/12 2,137
96102 김용민이 그렇게 잘못했나? 7 씨바. 2012/04/12 1,046
96101 한경희 오븐기 어떤가요?? 오븐 2012/04/12 804
96100 인물중심으로 그래도... 기뻤던 일 한가지씩 말해볼까요. 20 선거에서 2012/04/12 1,267
96099 지금은 웃지만 박그네 2012/04/12 478
96098 지금 막 제 뒤에서 새눌당 만세라 외치는 상사 -_- 7 답없는동네 2012/04/12 942
96097 이인제 당선에 대한 어느 네티즌의 트윗 23 ^^ 2012/04/12 2,734
96096 유권자들은 잘못없습니다 3 껒! 2012/04/12 590
96095 부천서 성고문 사건 1 당선자들을 .. 2012/04/12 2,894
96094 나꼼수에 미안하면,나꼼수 까페가서 매상이라도 많이 올려줍시다!!.. 12 ㅇㅇㅇ 2012/04/12 1,703
96093 다들 우울하신데 저는 그나마 4 에효 2012/04/12 807
96092 한 놈만 패자 20 박지원님 왈.. 2012/04/12 1,776
96091 이와중죄송) 피아노 성악 소음 ㅜㅡㅜ 어떡하죠 6 ㅡㅡ 2012/04/12 1,093
96090 과거를 생각해보면 엄청난 변화입니다. 1 ..... 2012/04/12 632
96089 올해도 '교원평가' 라는거 하나요? 1 학부모 2012/04/12 608
96088 멘붕하지 말고 힘내세요. 4 2012/04/12 610
96087 이 시점에 명언 하나 1 지옥 2012/04/12 773
96086 저희 엄마 수영복을 구입해야 하는데.. 어디서 구매하죠? 9 수영복 2012/04/12 2,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