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중부경찰서는 지난 1일 집으로 귀가하던 회사원 A(28.여성)씨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훼손한 혐의로 조선족 우 모(42)씨를 체포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수원 토막사건 피의자 우 씨는 길가에서 어깨가 부딪쳤다는 이유로 A씨를 납치해 성폭행한 후 둔기로 내리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사망한 A씨는 사건 당일 112신고 센터에 전화를 걸어 "성폭행당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으나 연락이 끊겼다. 이에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가 발신된 기지국 반경 300~500m를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벌여 2일 오전 11시50분께 우 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체포 당시 수원 토막사건 피의자 우씨는 살해한 시신을 토막 내 여행용 가방과 비닐봉지 등에 나눠 담고 달아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 토막사건 피의자 우 씨는 경찰조사에서 범행 이유에 대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어깨를 부딪혀 화가 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는 6일 경찰의 늑장대응과 사건 조작을 지적하는 보도를 했다. 동아일보는 "경기 수원시 주택가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피살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해명이 상당수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경찰은 피해자가 성폭행 당한 사실을 말했을 뿐 장소를 전혀 특정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동아일보가 확인 결과 피해자는 80초에 걸쳐 상당히 구체적으로 범행지점을 경찰에 알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어 "경찰은 또 형사과 강력팀 35명을 모두 동원해 범행현장의 상가와 편의점, 불 켜진 주택을 샅샅이 탐문 조사했다고 주장했지만 동아일보가 4일과 5일 범행현장 주변 주민들을 직접 취재한 결과 주민들은 이를 대부분 부인했다. 심지어 경찰이 가봤다는 주점의 주인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고 전했다.
결국, 수원 토막사건에 대한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을 뿐 아니라 사건이 알려진 뒤에도 이번 사건을 축소·은폐하기에만 급급했던 셈이라는 지적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그동안 경찰은 수원 토막사건 피해자 신고 내용에 대해 단지 "성폭행 당했다. 누군지도 모르고 장소도 모른다"는 15초 정도의 짤막한 내용이 전부고 장소는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일 피살된 A씨는 살해되기 직전 112 신고를 통해 분20초 동안 접수자와 12번의 문답을 거치면서 상세하게 범행 장소를 알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래는 피해자의 112 신고전화 내용이다.
접수자:112경찰입니다. 말씀하세요.
신고자:예, 여기 못골놀이터 전의 집인데요. 저 지금 성폭행당하고 있거든요.
접수자:못골놀이터요?
신고자:예. 못골놀이터 전의 집인데 어느 집인지 모르겠어요.
접수자:지동요?
신고자:예. 지동초등학교 좀지나서 못골놀이터 가는 길쯤으로요.
접수자:선생님 핸드폰으로 위치조회 한번만 해볼게요.
신고자:네
접수자:저기요. 지금 성폭행당하신다고요? 성폭행당하고 계신다고요?
신고자:네네
접수자:자세한 위치 모르겠어요?
신고자:지동초등학교에서 못골놀이터 가기 전...
접수자:지동초등학교에서...
신고자:못골놀이터 가기 전요.
접수자:누가누가 그러는 거예요?
신고자:어떤 아저씨요. 아저씨 빨리요. 빨리요.
접수자:누가, 어떻게 알아요?
신고자:모르는 아저씨예요.
접수자:문은 어떻게 하고 들어갔어요?
신고자:저 지금 잠갔어요.
접수자:문 잠갔어요?
신고자:내가 잠깐 아저씨 나간 사이에 문을 잠갔어요.
접수자:들어갈 때 다시 한 번만 알려줄래요?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오는 소리)
신고자:잘못했어요. 아저씨 잘못했어요
접수자:여보세요. 주소 다시 한 번만 알려주세요.
이 신문은 "경찰은 정확한 위치를 몰라 112신고센터에 뜬 휴대전화 기지국을 중심으로 반경 500m 범위 내의 후미진 골목길과 공터를 집중적으로 살피되 상가와 편의점, 불 켜진 주택을 상대로 탐문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경찰은 신고자가 '집' '지동초등학교를 좀 지나서'라고 특정 장소를 지목했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그물망식으로 탐문 조사해 범행 장소를 빨리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A 씨의 남동생(25)은 '당시 밤이라서 집집마다 수색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 경찰의 말에 화가 치민다. 이런 게 늑장 아니겠나. 신고 때 누나가 지동초등학교를 언급했는데 왜 그 근처를 먼저 안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경찰의 부실수사에 불만을 터뜨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