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시집+제돈+저희집 돈까지 다양한 자금이 흘러들어온 집이었었죠.ㅎㅎ
동네를 좀 더 외곽으로 갈까 아니면 남편 출퇴근하기 편한델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송파구 삼전동 빌라촌에 자리를 잡았어요. 때마침 그때 전세대란이어서
딱 맘에 드는 집은 못 구하고 거실이 크고 채광이(안방에만!) 좋은 집을 구했죠.
그러고 난 뒤에 알았어요. 그 집 짓다가 짓던 사람이 도망가서 중간에 업자가 바뀌어서;;;;
베란다에도 막 난방관이 깔려있고 화장실 문 손잡이는 오른쪽인데 전등 스위치는 막 왼쪽이고
여튼 그래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았어요. 거실은 정말 어둡고 그랬는데
저희는 그래서 저 집 살 때 거실 쓰지도 못했어요. 추워서요. 맨날 작은방-큰방 두개만.
그래서 집에서 일하는 저는 맨날 침대에서 놋북으로 일하고 컴터하고 그랬네요.
그러고 난 뒤에 2년만에 빡시게 노력해서 2억 5천짜리 전세로 넘어왔어요.
엄마한테 2천 빌리고 나머지는 어떻게 어떻게 모았어요. 일 많이 해서요.
사실은 진짜 넘어오고 싶었거든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결혼하기 전까지 늘 살던 곳이 아파트라 그런지 계속 다시 돌아가고 싶기도 했어서 그랬나봐요.
결국 돈이 모자라 오래된 집을 골랐기 때문에 넘어오기 전에도 걱정이 많았어요. 오래된 집이라서요.
괜찮을까. 그리고 3층에 오래 살다보니 9층이 무섭더라구요. 20층에 10년을 살았는데도 결혼전에..
그리고 이제 이사온지 두 달 좀 남짓 넘었는데
정말 좋아요.
저번에 살던 집은 너무 가로로 길었어요. 정말 효율적이지 않은 구조에 수납공간도 전혀 없었는데
이 집은 오래됐지만 구조가 잘 빠졌고 수납장도 많고 창고도 있어서 참 좋아요.
저번집에 살 떈 집을 거의 안 꾸몄어요. 액자도 하나 걸지 않고 그 흔한 장식품도 하나 안 놔서
집이 휑뎅그레했고 저도 제가 꾸미는 성격이 딱히 아니라 그냥 그게 제 본성인 줄 알았는데
이번 집 오고 나서 커튼도 심사숙고해서 고르고 남대문 가서 액자도 고르고
시계도 예쁜거 사고 지나가다가 그림도 있음 집에 걸까 생각도 하고 막 그래요.
이 집이 신혼집 같고 이 집이 내 집 같고 그래서 정이 참 많이 들었어요.
가끔씩 밤에 잠이 안 올 때면 나와서 한번 둘러보고 혼자 뿌듯해하고 그래요.ㅋ
살면서 이 집보다 더 괜찮은 집까진 필요없으니 이집만큼 뿌듯한 집이면 정말 좋겠어요.
30년된 아파트고 남들은 녹물나온다 재개발 직전이다 그래도
저는 이상하게 지금 이 집이 참 좋고 그래요.
거실 도배도 남편이랑 둘이서 하고.. 몇년간의 찌든때 벗긴다고 매달려서 청소도 하고.
아마 10년 안에 재개발한다고 이 집이 사라져버릴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굉장히 슬플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이 집이 내 첫 집이고 내 신혼집인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