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증거인멸의 청와대 개입설을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입막음조로 지난해 4월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통해 건네진 5,000만원은 시중에서 거의 유통되지 않는 관봉(官封) 형태의 돈다발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봉의 유통 경로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윗선' 개입 의혹 규명을 위한 자금 출처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장 전 주무관은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5만원권 신권이 100장씩 묶인 돈다발 10뭉치가 비닐로 압축포장돼 있었고 지폐에 찍힌 일련번호가 순서대로 돼 있어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최근 장 전 주무관으로부터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 5만원권 뭉칫돈의 출처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 전 주무관은 "돈뭉치가 특이하다고 생각해 5,000만원을 받은 직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해 보관해왔으나 최근 지웠다"고 말했다. 검찰은 장 전 주무관의 휴대폰에서 삭제된 사진 파일의 복원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관봉 형태의 돈다발은 시중에 직접 유통되는 경우가 드물다.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내려보낼 때나 주로 쓰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도 한국은행이나 시중은행에서 관봉을 구할 수는 있지만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관봉을 구하려면 그만큼의 현금을 직접 들고 와야 하고, 낡은 돈을 새 돈으로 또는 주화를 지폐로 바꿀 때만 교환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간부는 "시중은행에서 고객과 현금거래를 할 때는 관봉을 해체해 직접 액수를 확인한 뒤 100만원 단위로 은행 띠지를 묶어 내주게 돼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