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어요..
우리 시어머니..
대단한 사람이에요..
신혼 초
신랑과 정말 크게 싸우고 헤어지자 한뒤 신랑은 그 길로 자취하고 있는 시동생 집으로 갔습니다..
(싸운 이유는 보통 부부싸움이 그렇듯 니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 할 것도 없이.. 둘다 못났었죠.
신랑이 신혼초 기선제압한다고 절 꺾으려 들었고, 전 왜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냐며 끝까지 맞섰었고.. 결혼 준비하면서 서운했던 것도 터졌고)
결혼 전, 시어머니께서 궁합을 이유로 저를 반대하셨습니다.
결혼 후, 너는 내 딸이다. 나는 널 내 딸처럼 생각한다며 정말 살갑게 대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상당히 감사해 했고, 어머니께 잘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신랑이 그렇게 싸우고 나간 후
저는 (순진했던거죠..) '나는 널 내 딸처럼 생각한다'는 시어머니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시어머니께 어떻게 된 일이냐고 연락이 올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한바탕 야단을 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ㅎㅎ
그때 당시 저는 임신 6개월 정도 됐었고, 혼인 신고는 하지 않은 상황이였으며
신랑이 집에 올때마다 모든 통화 기록과 문자 메세지를 지우고 오는 것이 수상해 신랑과 합의 하에
문자매니저 서비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뭔지 아시죠? 주고 받은 문자 내용을 볼 수 있는..
그런 상황에서..
시어머니.. 신랑에게 '지금 당장 짐 빼서 나와라' / '그 애 뱃속에 있는 애는 걔가 나중에 딴짓하지 못하게 병원 데리고 가서 지우게 해라' / 라는 문자를 신랑에게 보냈고,
신랑은 집 나간 다음날 다른 여잘 만났더군요 ㅎㅎ 저와 결혼 전 선 봤던 여자..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왜.. 사람은 자기 기준에서 상대를 판단한다고 하잖아요..
'그 애 뱃속에 있는 애는 걔가 나중에 딴짓하지 못하게 병원 데리고 가서 지우게 해라'
이 문장이 시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
신랑에게도 말도 못하게 실망을 했죠.
임신 6개월인 부인하고 싸우고 나가서 그 다음날 다른 여자를 만나는 인간이라니..
이젠 정말 헤어지는 거구나.. 생각하고 저도 친정에 알렸는데
친정에선 난리난리 났죠
임신까지 한 딸.
거기다 이 동네 바닥도 좁은데.. ㅎㅎ
친정 성화에 시어머니와 만났는데
참.. 잘해 주시더군요..
제 말도 참 잘 들어 주시고.. 화해 해라..라는 말도 하시고..
하지만 제 신랑에게 보낸 메세지는 '내가 잘해주고 있으니 너는 끝까지 버텨라. 지금 버르장 머리를 고쳐라'
그 일이 벌써 2년전 일이네요.
신랑과 어찌어찌 화해하고 아이 낳고 혼인신고 하고 살고 있습니다..
제 뱃속에서 세번은 죽다 사는 경험을 한 아이에게는 지금도 많이 미안합니다..
아이의 내성적이고 조심스러운 성격까지 내 탓인것 같아 미안합니다..
무튼 그 일 이후로 전 시댁에 오만정이 다 떨어졌지만
시댁에선 제가 이 사실을 아는지 모릅니다..
저도 내색안하고 생신 챙기고, 경조사 챙기고, 명절 챙겨가며..
제 나름으로는 최선을 다해 잘해 드리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미 제 마음은 멀어질대로 멀어진지라..
매일매일 전화하길 바라는 시어머니 요구는 들어주지 못하다 보니 맘에 안들어 하시네요
제가 저런 상처를 받았는지 모르는 시어머니는
'내가 너한테 이렇게나 잘해주는데 고작 그것밖에 못해?' 하는 생각이 들겠죠..
신랑을 통해 자꾸 종용을 합니다.
**애미는 매일 전화한단다.. 나한테 이렇게도 하고 저렇게도 한단다..
신랑도 그때일을 많이 미안해 하고 있어서 나름 시어머니께 쉴드를 쳐주고 있긴 하지만..
그 상황을 모르는 시동생 내외에게도 저는 도리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고..
시어머니는 제가 못마땅해 하는게 목소리에서 뚝뚝 떨어지고..
오늘처럼 전화 통화를 하고 난 뒤에는 이 숨 막힐것 같은 갑갑함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감당이 안됩니다.
시어머니의 못마땅해 하는 말투와 동서와의 비교들도 힘들지만,
정작 상처 받은건 난데, 나한테 못된 짓 한건 당신인데
왜 당신이 나에게 이렇게 당당하고 나는 그걸 견뎌내고 있어야 하는데 라는 갑갑함.
그냥 시댁에서 뭐라고 하던
동서나 시동생이 날 어떻게 평가를 하던 신경쓰지 말고 내려놓고
내 아이만 잘 간수하며 살면 되는 건가요?
아니면 그래도 혼인신고 하고 살기로 했으면
제 마음은 한켠으로 밀어버리고 매일매일 안부전화 드리고, 어머니 호호호~ 해가며
비유 맞춰드리고 살아야 하는 건가요. (이걸 바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