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수가 많다 보니 하루에도 나오는 쓰레기나 폐지의 양이 꽤 된다.
1시간 쯤 전이다.
동네를 돌아다니다 20대 초/중반의 여성 한명이 폐지를 줍고 있는걸 보았다.
조그만 밀대를 끌고 다니며 박스와 신문지 등을 담으며 이곳 저곳을 다니고 있었다.
커다란 눈, 167센티 정도의 늘씬한 키, 뒤로 질끈 동여맨 머리, 앞 이마로 몇가닥 절묘하게 흘러내린 머리카락,
옷차림새는 완전 추리닝 복에 후줄근했지만,
예뻤다. 상당한 미인이다.
그냥 눈이 절로 갔다.
과거 십수년전,
현재 TV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미스코리아 출신의 여자 친구가 있었고,
TV CF 모델도 사귀었고.....
압구정, 청담동 등지에서 하루 한두번 정도 볼 수 있는 수준의 미인들을 주로 사귀어왔다.
따라서 눈이 상당히 높다.
믿거나 말거나.....
그런데,
이 여자 이쁘다.
집으로 부랴부랴 가서 책장에 꽂혀있는 책 20권 정도를 챙겨 다시 나왔다.
그녀가 다가온다.
가까이서 자세히 얼굴을 보니 한국사람이 아닌거 같다.
혼혈이거나 외국인......
"그 책 버리실 거예요?"
한국말이 약간 어눌하다.
"예..."
책을 건넨다.
"감사합니다...."
"........아직 더 있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집으로 올라가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베트남, 혹은 캄보디아 정도의 동남아 여성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쁘다.
얼굴도 하얗다.
몸매도.........
뭐야...? 이거....?
어쩌면 태국여성 일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국의 술집에서 저 정도의 여성이 있었던거 같은 기억이 어렴풋이 든다. 아주 오래전 기억.....
책장에 꼽혀 있는 죄 많은 책들중 다시 20권 정도를 챙겨 내려간다.
그녀가 저만치서부터 환한 웃음으로 나를 반긴다.
나도 조건반사로 한가득 웃음으로 답례한다.
"감사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인다.
천녀유혼에 나왔던 왕조현을 닮았다.
끊었던 일간지 한두개를 재구독해야할거 같다.
입속에서 말이 맴돈다.
("일요일마다 이 동네로 오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