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아들 뺏아간 시앗 보듯 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긴 들어봤는데
딸 둔 아버지가 그러신다는 경우는 못 들어봐서요;
삼십대 중반 낼 모레면 마흔인 저희 언니가
오래 사귄 동갑 남자친구와 결혼하려고 하는데
아버지가 사윗감을 못마땅해 하시며
(여기까지는 저도 이해가 갑니다만;
세상에 어떤 사윗감이 딸을 아빠처럼 사랑해주겠어요..
내 딸이 누가 뭐래도 세상에 최고고 데려오는 남자가 누구든 맘에 안 드시는 건 이해합니다;
사윗감이 잘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언니 유별난 성격도 다 받아주고 낡았지만 서울에 집도 있고 대기업 직원인데
아버지 눈엔 맘에 안 드는 점이 아무래도 크게 보이시겠지요;)
이리저리 트집을 잡으시며 어떻게든 결혼을 안 시키고 싶어하시는데요
평소엔 전혀 그런 분이 아니신데(정말 따뜻하고 좋은 분임. 딸들 친구들에게도 반말 한 번 하신 적 없이 항상 존대하심)
사윗감의 A한 면이 맘에 안 든다고 하셔서
반대로 B하게 행동하면 이번엔 B해서 싫다고 하시고;
이 상황을 사윗감과 딸을 놓고 자존심 겨루기 하는 듯한 구도로 보시는 것 같은 말씀도 종종 하시고
어제는 완전히 만취해서 들어오셔선
'그 새끼;; 키도 작고 배도 나오고 싫다'며
언니를 붙잡고 엉엉 우시질 않나;;;
(여기엔 이래 저래 사연이 좀 있긴 합니다만; 설명하기엔 너무 길고 해서요;)
언니 입장에선 나이도 있고 빨리 결혼하고 싶어 하는데
정말 난감합니다..
예전에 막내 이모 결혼식 끝내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외할아버지가 그렇게 우시는 걸 보고 어린 마음에 이해를 못했었는데
이제 그 마음은 조금 이해합니다만
저희 아버지는 아예
과년하다못해 늙은;; 딸을 붙잡고 안 놓으시려고 하니
어째야 좋을지를 모르겠습니다;
집안 분위기는 완전히 엉망이고
큰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