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 땜에 신경질 나서 쓴 글입니다. 82님들은 니트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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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학교 3학년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볼 때인 2016학년도 수능부터, 영어 과목이 없어지고 대신 국가공인영어시험(NEAT, 니트) 점수로의 대체 여부가 올 연말에 결정된다고 한다. 니트는 듣기, 읽기 위주의 현행 수능 영어에 말하기와 글쓰기를 통해 언어의 4영역을 모두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이다. 각 학교에서는 니트 시험을 볼 수 있을 어학실을 갖추느라 지난 겨울방학 내내 분주했다. 그러나 말하기와 글쓰기를 가르치기 위해 영어교사를 증원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시험제도만 만들어 놓으면 영어로 말하기와 쓰기를 잘할 것이라는 생각은 학교에서의 영어교육 현실을 너무도 모르는 처사이다.
갓난아이가 ‘엄마’라는 말을 입으로 내뱉으려면 3천 번 이상을 들어야 한다고 한다. 어떤 언어가 입 밖으로 나오려면 3천 번 이상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언어로 생각한 것을 정리하는 것으로 말하기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읽고 듣기와는 달리 말하기와 글쓰기는 1대1로 교정을 해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학생들이 영어를 3천 번 이상 듣고 영어로 사고하여 정리하여 글을 쓰고, 또 교정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정규 교과 과정에서 가능할까?
일단, 우리말과 영어는 구조가 완전히 달라서 학생들은 영어시간에만 영어를 듣고 읽을 뿐이다. 현재 학교 정규교과시간에는 듣기와 읽기 위주의 교과서 진도를 나가기도 바쁘며 1주일에 1번 정도 있는, 주로 말하기 위주의 수업을 한다는 원어민 강사 시간에는 한 반에 40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입 한 번 떼기도 힘들다. 쓰기는 그저 과제로 제출하는데, 그 과제를 꼼꼼히 첨삭해 주기에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원어민 교사는 학교에 1명 정도 뿐이며 한국인 영어선생님이 봐준다 해도 서너반 만 해도 100명을 훌쩍 넘는다. 따라서 아이들은 그저 숙제 제출 여부만을 확인받을 뿐이다.
그러니까, 학교의 정규교과시간에 말하기와 글쓰기는 할 시간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으며 시험을 볼 정도로 말하기와 글쓰기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3년 안에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별로 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안은 당연히 학원이다.(현 상황에서 니트 도입 운운은 사실상 학원 수강을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강남 학원가는 벌써부터 니트가 확정된 듯이, 말하기와 글쓰기 강의를 듣지 않으면 대학을 갈 수 없다는 협박조의 홍보물이 난무한다.
영어교육에서 말하기와 쓰기가 듣기와 읽기만큼 중요하고, 아니 오히려 더 중요하고 충분히 교육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중요하면 시험제도를 만들어 시험을 보게하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되는 니트는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니트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은 시험을 볼 어학실이 아니라 말하기와 글쓰기 교육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영어교사와 원어민교사의 증원이다. 학교의 정규 교과 과정에서 말하기와 글쓰기 교육이 충분히 소화되어 사교육 없이도 시험을 볼 수 있게 될 때까지 니트 도입은 미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