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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봉사?!! 정말 놀라운 경험. 중독될 거 같아요.ㅎㅎ

룰루랄라 조회수 : 2,189
작성일 : 2012-03-23 09:18:12

초1맘입니다.

등교 시간 다 되도록 못 일어나는 아이 보며..

그냥 자가용으로 휘리릭 가버릴까 하다가...

이 정도 날씨에 하면서 서둘러 집을 나섰어요.

생각보다 비가 꽤 오더군요. 바람도 차고.

교문 저 쪽에 앞둔 횡단보도에 웬 작은 여자아이가

신발 주머니에 머리에 대고 서 있지 뭐에요.

아줌마 다 되었나봐요.ㅎㅎ

처음 보는 아이한테 몸이 스스르 움직이더니

"어머, 우산 안 챙겨왔니?"

"(개미만한 목소리로) 네...깜빡 잊었어요."

하필이면 제 우산이 휴대용이라 작았답니다.

처음 보는 아이 꼭 안고 제 아이 돌아보며 횡단보도 건너

학교 현관 앞까지 바래다주었어요.

이 상황이 쑥스러운지 얌전하던 여자 아이는

현관 앞에 도착하자...제법 큰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하고 꾸벅 인사 하더군요.

얼마나 예쁘던지요!!!

제 아이 신발 신는거 보고 돌아서는데

이번에는 웬 다른 여자 아이가 울먹울먹..

"신발 주머니 안 챙겨욌는데..집에 있는데...없는데.." 하네요.

마침 비닐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상황인데.

그제 학부모 총회하면서 학부모 실내화가 있다는 게 언뜻 생각이 나더라구요.

혹시나 싶어 신발장으로 가보니 다행히 살내화가 아직도 있네요.

꺼내서 신겨주며

"올라가서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끝나고 여기에 넣으면 돼"

어느새 얼굴이 활짝 펴지더니 꾸벅 하더니 신이 나서 올라갔어요.

참..별 거 아니죠? 그쵸?? 봉사..라고 하기도 참..쑥스러운.

그런데요. 제 마음이요.

놀라울만큼 너무너무 좋은거에요.

아무것도 아닌데. 진짜 누구라도 그 순간, 그 자리에 있으면 할 수 있는건데

그걸 제가 직접 했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뭘랄까..대견하다고나 할까.

뿌듯하다고나 할까...음하하하...

그런 기분으로 아파트 현관에 도착했는데.

이번엔.....저쪽에서 유모차에 아이 태우고 작은 아이 안고 한 엄마가 나오더라구요.

서로 엇갈려가는데

"어머, 비 많이 온다. 우산 안 가져왔네~~

OO야 유모차에 잠깐 있어. 엄마 금방 가져올께" 하길래..

저도 모르게..
"제가 잠깐 아이 봐 드릴께요. 갖다 오세요!"

아이 엄마 ..기분 좋게 감사합니다. 하더니 엘리베이터 타고 집에 갔다 왔어요.

불과 1,2분 안되는 시간이지만. 아이에게 말도 걸어주고....

그리고 이렇게 이렇게 집에 와서

이 좋은 기분 바이러스처럼 번지라고 글 써봅니다.

이 작은 에피소드가 하루아침에 다 일어났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사실..모두 다 생각보다 많이 내리는 비 때문이겟지만서도.

아뭏든...이렇게 작게나마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너무너무 제 스스로에게 기분이 좋아진다는 소중한 경험을 햇어요.

이거 이거 ..또....

급흥분하는 제 성격상 어디서 오지랖 떨다가 망신 당할까 겁도 나지만서도..ㅎㅎ

아뭏든..

지금 제가 느끼는 즐거움 많이 많이 전염해가셨으면 좋겠네요.

참..!!

...설마 이런 글에도

오버떤다고 ...힐란하는 분 안 계시겠죠?? ㅋㅋㅋㅋㅋㅋ

IP : 182.209.xxx.147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스뎅
    '12.3.23 9:29 AM (112.144.xxx.68)

    어익후 복 많이 받으세요!덩달아 기분 좋아 지

    네요^^

  • 2. 원글
    '12.3.23 9:33 AM (182.209.xxx.147)

    저 칭찬받고 싶어서 ...자랑하려고 쓴 글이 아닌데.
    막상 올리고 다시 읽어보니

    제가 오늘 한 일에 대해 잘했다고 말해 달라고 보채는 듯해서
    지울까..했는데

    첫 대글님보고 용기내서 ...철판(?) 깔려구요.ㅎㅎㅎ
    요즘 우울한 소식도 많은데
    기분 좋아지셨다니 ...너무너무 영광입니다요.

    그 복 받고 저도 복 반사!!!!!!!!!!!!!!!!!!!!!!!!!!!!!!!!!!!!!!!!!!!!!!!!

  • 3. 성민맘
    '12.3.23 9:49 AM (211.235.xxx.253)

    우리 주변에 님같은 분들이 계셔서 세상이 아름다운거예요..ㅎㅎ
    글 읽으면서 맘이 따뜻해졌습니다.

    작은 도움하나가 정말 큰힘 되죠
    오늘 좋은 기분으로 하루 시작하네요..감사해요 ^^

  • 4. 방긋
    '12.3.23 9:57 AM (211.109.xxx.244) - 삭제된댓글

    기분좋은 아침이네요.
    비도 오고 기분 다운되기 십상인데 이런 글 마음을 밝게 만들어 주어요.

    전에 회사 다닐때 출근길 신호등없는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널까 말까 망설이는데
    오던 차가 횡단보도앞에 멈추어 서서 웃으며 건너라고 손짓해 주더라구요.
    꾸벅 인사하고 건넜는데 왜 그리 기분이 좋던지....

    작은 몸짓, 작은 배려 하나가 세상을 만들어 가는것 같아요.
    원글님. 제 이웃에 사셨음 좋겠어요. 친구하게............ ^^*

  • 5. ^ ^
    '12.3.23 10:10 AM (121.130.xxx.78)

    읽는 저도 행복해지네요.

  • 6. ㅎㅎ
    '12.3.23 10:28 AM (175.123.xxx.25)

    운글님은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신 겁니다.

  • 7. ㅎㅎㅎ
    '12.3.23 10:32 AM (222.112.xxx.121)

    임신했을 땐 임신부가 그리도 눈에 띄던것과 같은 이치라고 봐요.
    이제 원글님은 주체적으로 봉사를 실천하기로 하셨으니 점점 그런게 눈에 잘 보이고
    심지어 해결 방법도 보일 겁니다.실내화를 떠 올리셨듯이요.
    그게 바로 창의력이고 일머리, 공부머리가 트인다는 거겠죠.

    그리고 이런글 참 좋아요.
    이런 긍정의 힘을 가진 글은 읽는이에게 긍정의 힘을 불어 넣어 줍니다.
    나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게 아니라 주변인에게도 영향을 미치거든요.

    저를 만만하게 봐요, 카리스마가 필요해요......
    이런거 다 필요없어요.
    사람이 사랑을 느끼고 베풀고 미소를 띄면 좋은거지
    왜 인상을 굳히고 말을 딱딱하게 해야 하나요?

    내 심상을 사랑,웃음,배려 등의 긍정의 에너지로 가지면
    기싸움 할 필요도 없고 일도 잘 풀립니다.
    우리 모두 주체적으로 살자구요.
    부정의 에너지와 생각을 만나도 휘둘리지 않을 수 있어요.^^

  • 8.
    '12.3.23 10:35 AM (125.187.xxx.175)

    30대 중반 학부모인데
    초등 1학년때 일 중에 아직도 잊지 못하는 일이 있어요.
    비온 다음날이었는데 길 가장자리로 걸어가다가 철푸덕 넘어져서 손이랑 얼굴 옷이 진흙투성이가 됐었어요.
    초등학교 들어간지 한 달도 안 된 꼬맹이가 이 사태를 어찌 수습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교문 앞에서 울고만 있었는데
    6학년 주번 서던 언니 하나가 다가와서 왜 우느냐고 묻더니
    저를 수도가로 데려가서 손이랑 얼굴 씻겨주고 옷에 묻은 흙도 닦아주고는 제 손을 잡고 교실까지 데려다 줬어요.(이미 지각해버린 시간이었죠)

    담임선생님이 무뚝뚝 무서운 나이 많은 남자선생님이었는데
    그 언니가 선생님께 자초지종까지 다 설명드리고 가서 혼나지도 않고 무사히 하루를 보냈답니다.
    얼굴은 기억 안나지만 참 자상하고 상냥했던 6학년 언니, 그 언니가 아니었더라면 그날 저는 아마 교실에 들어갈 엄두도 못 내고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저도 무슨 대단한 일은 못해도 지나다가 누군가 난처한 상황에 처하면 최대한 도움 주려고 노력해요.
    그때 그 언니가 베풀었던 작은 친절이 제게 얼마나 큰 일이었던가를 생각해보면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의미있는 일을 해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요.

  • 9. 원글
    '12.3.23 10:50 AM (182.209.xxx.147)

    자게에 종종 글 쓰는데
    이렇게 선플..(선한 리플)만 달린 건 처음인거 같아요.^^
    제가 엄포(?) 를 놔서 그런가...음하하.

    너무 미미한 작은 일에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시니
    어깨가 으쓱으쓱해집니다.

    정말 ..누구에게나 ..아주 작은 도움이나마
    그걸 실천하면서 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불끈해집니다용..^^*

    오늘 아이 집에 오면
    이 문제 가지고 이야기 좀 해봐야겠어요.~~!!

    행복한 오후 시작하세용. 점심 맛난거 드시구용~~~

  • 10. ...
    '12.3.23 11:31 AM (121.139.xxx.112)

    저도 몇번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알려지진 않지만 저 혼자선 뿌듯하더라구요.
    그리고 아이 엄마다 보니 어려움에 처한 아이를 그냥 지나치진 못하구요.
    이런 자잘한 도움은 할 수 있는데 아직 마음수양이 덜 되어서 그런지 적극적인 봉사활동은 못하겠어요.
    남편은 좀 더 나이들고 시간되면 봉사 다니자는데 아직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요.^^

  • 11. ㅅ.ㅅ
    '12.3.23 12:05 PM (192.148.xxx.99)

    자게에 큰 깨우침 주실려고 그려셨나 봅니다, 복 받으셔요

  • 12. 태짱
    '12.3.23 2:12 PM (183.106.xxx.2)

    저도 이런글 좋고 님 같은분 좋아해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조그만 일이지만,먼저 베풀고
    행복을 나눠주시잖아요.
    그것만으로도 또 혼자 뿌듯해 하시고..생각하면 미소지어지고요^^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복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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