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1맘입니다.
등교 시간 다 되도록 못 일어나는 아이 보며..
그냥 자가용으로 휘리릭 가버릴까 하다가...
이 정도 날씨에 하면서 서둘러 집을 나섰어요.
생각보다 비가 꽤 오더군요. 바람도 차고.
교문 저 쪽에 앞둔 횡단보도에 웬 작은 여자아이가
신발 주머니에 머리에 대고 서 있지 뭐에요.
아줌마 다 되었나봐요.ㅎㅎ
처음 보는 아이한테 몸이 스스르 움직이더니
"어머, 우산 안 챙겨왔니?"
"(개미만한 목소리로) 네...깜빡 잊었어요."
하필이면 제 우산이 휴대용이라 작았답니다.
처음 보는 아이 꼭 안고 제 아이 돌아보며 횡단보도 건너
학교 현관 앞까지 바래다주었어요.
이 상황이 쑥스러운지 얌전하던 여자 아이는
현관 앞에 도착하자...제법 큰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하고 꾸벅 인사 하더군요.
얼마나 예쁘던지요!!!
제 아이 신발 신는거 보고 돌아서는데
이번에는 웬 다른 여자 아이가 울먹울먹..
"신발 주머니 안 챙겨욌는데..집에 있는데...없는데.." 하네요.
마침 비닐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상황인데.
그제 학부모 총회하면서 학부모 실내화가 있다는 게 언뜻 생각이 나더라구요.
혹시나 싶어 신발장으로 가보니 다행히 살내화가 아직도 있네요.
꺼내서 신겨주며
"올라가서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끝나고 여기에 넣으면 돼"
어느새 얼굴이 활짝 펴지더니 꾸벅 하더니 신이 나서 올라갔어요.
참..별 거 아니죠? 그쵸?? 봉사..라고 하기도 참..쑥스러운.
그런데요. 제 마음이요.
놀라울만큼 너무너무 좋은거에요.
아무것도 아닌데. 진짜 누구라도 그 순간, 그 자리에 있으면 할 수 있는건데
그걸 제가 직접 했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뭘랄까..대견하다고나 할까.
뿌듯하다고나 할까...음하하하...
그런 기분으로 아파트 현관에 도착했는데.
이번엔.....저쪽에서 유모차에 아이 태우고 작은 아이 안고 한 엄마가 나오더라구요.
서로 엇갈려가는데
"어머, 비 많이 온다. 우산 안 가져왔네~~
OO야 유모차에 잠깐 있어. 엄마 금방 가져올께" 하길래..
저도 모르게..
"제가 잠깐 아이 봐 드릴께요. 갖다 오세요!"
아이 엄마 ..기분 좋게 감사합니다. 하더니 엘리베이터 타고 집에 갔다 왔어요.
불과 1,2분 안되는 시간이지만. 아이에게 말도 걸어주고....
그리고 이렇게 이렇게 집에 와서
이 좋은 기분 바이러스처럼 번지라고 글 써봅니다.
이 작은 에피소드가 하루아침에 다 일어났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사실..모두 다 생각보다 많이 내리는 비 때문이겟지만서도.
아뭏든...이렇게 작게나마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너무너무 제 스스로에게 기분이 좋아진다는 소중한 경험을 햇어요.
이거 이거 ..또....
급흥분하는 제 성격상 어디서 오지랖 떨다가 망신 당할까 겁도 나지만서도..ㅎㅎ
아뭏든..
지금 제가 느끼는 즐거움 많이 많이 전염해가셨으면 좋겠네요.
참..!!
...설마 이런 글에도
오버떤다고 ...힐란하는 분 안 계시겠죠??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