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일로 친하게 알고 지내는 분 와이프랑 친해져서 '친구' 비슷하게 되었죠.
그런데 만남을 지속하기가 힘이 드는군요.
남편들끼리 알고는 지내지만, 물려받은 재산 등등으로 인해 사는 수준은 차이가 많이 납니다.
이 친구는 부유한 집에서 자랐고, 예중, 예고, 미대 나와 유학도 다녀왔죠.
한마디로 어려움을 모르고 자랐고, 사회경험도 거의 없어서 다른 사람의 눈치볼 일 없이 산 사람이에요.
부잣집 딸 출신답게 돈도 많이 쓰고, 취향 자체가 참 고급이에요.
미술전공한 사람답게 아름답지 못한 것은 참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옷도 참 잘 입고, 명품백도 철철이 챙깁니다.
집도 아주 큰 집에서 인테리어 잘 해놓고 살지요.
한마디로 저랑은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이죠.
전 그냥 그 친구를 알고만 지내고 싶어요.
성격도 잘 맞지 않구요,
만나도 남편 흉보고 애들 이야기 하고 이외에는 별 공통분모가 없잖아요.
저야 그저 그런 공무원 집에서 자라 검소하고 근면하게,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절약을 실천하며 살고 있거든요.
제가 사는 것이 부끄럽거나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데,
그 친구만 만나면 숨이 막혀요.
사람인지라 부럽기도 하지요.
그래도 가끔 만나서 그러려니 하면 되는데....
이 친구가 좀 색다른 맛(?)에 절 좋아하게 되었는지
자꾸 전화하고 만나자고 일을 만드네요.
솔직히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
취향이 정말 고급이라서 어디 가서 뭘 먹어도 정말 맛있는 거 먹고 싶어하구요
(비싸죠! 얻어먹을 수만 없으니 제가 한 번 사려면...부담스러워요. 그렇다고 맨날 얻어먹을 수도 없고...)
대충 하고 나가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휙~ 보면서 얼굴을 찡그립니다.
(기분나쁘죠)
성격이 여성스러워서 자주 전화해서 사소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구요
(그런건 여고시절 베프하고나 하는 거 아닌가요?)
소소한 - 그러나 내겐 비싼 - 선물도 많이 줍니다.
저로서는 하나 살까말까 망설일만한 것도
그냥 나 사는 김에 하나 더 샀어~ 그러면서 제게 주는 식이에요.
그게 목걸이가 될 수도 있고, 옷도...비싼 식재료 같은 것도...애이구...
(이것도 받기만 할 수 없으니 뭔가 줄 것을 생각해도...저로서는 뭘 줄까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것이 아니에요)
문제는,,,
이런 저런 사인을 간접적으로 많이 줘도
곱게만 살아온 사람이고, 예술가적인 끼(자기중심적이고 남을 헤아려 파악하기 힘든)도 있어 눈치를 채지 못해요.
그렇다고 사람 앞에 두고 "나는 이러이러하다고 느끼니 좀 덜 자주 만나자"라고 말할 수도 없고 말이죠.
그런데 이런저런 일도 얻어먹기도 많이 하고, 받은 것도 많아서 말이죠,,,
인간관계에서 자꾸 끌려가는 느낌이 들어요.
항상 이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눈치를 보고 말이죠.
하다못해 만나는 장소도 이 친구가 좋아할까??? 뭘 먹어야 이 친구가 좋아할까??고민하고 말이죠.
그냥 맘편한 친구와는 아무 커피숍이나 만나서 수다떨고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 밥먹으며 수다떨면 그만인데,
별게 다 신경쓰입니다.
그러다보니 왠만하면 연락 안하고 피하게 되는데
이 친구는 그게 섭섭한가봐요.
(아마 다른 사람같으면 벌써 눈치 챘을텐데 ㅠㅠ)
그리고 벌써 제가 받기만 하고 줄 줄 모르는 치사한 사람으로 여기며
미워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냥 이대로 생까면서 관계가 멀어지길 바라자니 찝찝하고,
계속 관계를 가져가자니
마흔이 넘어서 가정있는 여자들이 무슨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이건 아니다 싶어요.
이런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