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전부터 이런 증세가 있었어요.
결혼전 친정집에서 살 때도...식구가 많으니까 그릇이고 음식이나 가구고
조금씩 여유분이 있었고(친정엄마가 저에 비하면 손이 크세요)...그 모양새나 취향이 통일되지 않는 것들이었어요
그럼 좀 짜증이 났지요
딱 필요한 것만 있으면, 좀 물건들의 모양새나 분위기를 통일해서 갖추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그러다 결혼해서 제 살림을 나고
전 진짜 필요한 것, 그리고 제 취향에 맞는 것만 골라서 '소수정예'로 들여놓았어요
가구고 그릇이고...(돈도 없었구요 ㅠㅠ)
처음에는 좋았는데 나중에는 질리기도 하고
살면서 여유분이 필요할 때도 종종 있는데...그때마다 여유분이 없으니까(꼭 수적인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요...
설명하기가 좀 어려운 종류의 '여유분' 이네요;;)
불편하기도 하고...가끔은 힘들더라고요 게다가 제가 외국에 살았고, 주변에 가족도 친구도 없어서...
그러다가 아기를 갖게 되어 지금 잠깐 한국에 나와있는데
다시 친정집에 오니까 모든 여유분이 풍족한 게(단순히 집이, 물품이 넉넉하고 이런 것과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게 좀 다른데...역시 설명하려니 표현이 달려요;;)
마음이 참 편안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내니까 또 예전의 그 증세가 도지네요
이를테면, 아기내복이요.
글 보면 아시겠지만 제가 손이 진짜 작은편이에요.
그래서 아기용품도 그 수량을 꼭 필요한 만큼만 사거나, 살짝 모자라게 샀어요.
심지어 외국에서 육아를 할 때를 대비해야 하는데도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아기옷만큼은...많이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제 기준에선 '마음 놓일 만큼' 샀어요.
아기 갖기 전부터 아...나는 나중에 아기 생기면 이런 스타일의 아기옷을 입혀야지, 하는 취향이 있었거든요
귀국해서 인터넷에서 그 취향에 맞는 아기내복을 하나둘씩 사 모으는 것이 저의 낙이었어요.
사 모으다 보니, 적어도 내복이 너무 적어서 고민하지는 않겠다 싶을만큼 모였어요.
그런데
엊그제 친정엄마의 친한 친구분-저와도 친해요-이 미국에서 소포를 부쳐주셨어요
뜯어보니 그 이름난 카터스 내복들과 모자, 바디수트 등이 들어있더라고요
그것도 두서너장 보내주신 게 아니라...진짜 많아요.
처음에는 짠하고 너무 고맙고 감사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카터스의 알록달록 귀여운 내복들이 한국에서는 인기 많은 줄 알지만...
제 취향엔 그다지 맞지 않거든요.
점점 골치가 아픈 거예요
게다가 수가 적은 것도 아니고...
친정엄마는 제 이런 맘도 모르고 너무 예쁘다며(엄마는 알록달록한 아기옷을 좋아하세요 ㅎ)
좋아하시고...다른 식구들은 옷 치수가 다 작아보이는데 아기 금방 큰다며 걱정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마련한 아기내복들은 치수가 조금씩 커요.(아기옷은 큰 편이 좋다길래요. 외국에 나갈 생각도 해야하고.)
게다가 미국, 외국 아기옷은 같은 월령으로 비교했을때 우리나라 아기옷보다 사이즈가 작다고 하더군요
(맞나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잘된 일이기도 한데
하지만....너무 많아요ㅠㅠ
아무리 아기가 잘 토하고 옷 버릴 일 많아서 아기옷 많을수록 좋다지만 말이죠
그렇다고 여기에도 가끔 글 올라오는 사례처럼
이모님이 주신 고마운 옷들인데 돈 받고 팔거나 내놓기엔 영 마음이 안 내키구요
생각다못해 저보다 한달 앞서 출산하는 친구에게 두어장 선물할까 싶기도 해요
그 친구는 저에 비해 출산용품 준비에 정말 관심이 없었던 친구고,
그래도 그 와중에 저 귀국하자마자 임신했다고 임산부용 화장품도 하나 선물해주고 그랬거든요.
저도 너무 고마워서 아기에게 소용될 핸드메이드 소품을 만들어 보내긴 했는데
조금 약하지 않나 생각하던 차여서...
제가 너무 과민하게 '여분을 두고 못 보는' 증세에 집착하는 걸까요?
친구와 아기옷을 조금 나누어도 될까요, 아니면 감사히 선물받은 거고 아기옷은 많이 필요한데 그냥 두었다
아기 입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