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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맘에 맞지 않는 여분의 것이 생기는 것을 기피하는 심리...뭘까요?

요상심리 조회수 : 1,144
작성일 : 2012-03-15 00:07:06

그전부터 이런 증세가 있었어요.

 

결혼전 친정집에서 살 때도...식구가 많으니까 그릇이고 음식이나 가구고

조금씩 여유분이 있었고(친정엄마가 저에 비하면 손이 크세요)...그 모양새나 취향이 통일되지 않는 것들이었어요

그럼 좀 짜증이 났지요

딱 필요한 것만 있으면, 좀 물건들의 모양새나 분위기를 통일해서 갖추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그러다 결혼해서 제 살림을 나고

전 진짜 필요한 것, 그리고 제 취향에 맞는 것만 골라서 '소수정예'로 들여놓았어요

가구고 그릇이고...(돈도 없었구요 ㅠㅠ)

처음에는 좋았는데 나중에는 질리기도 하고

살면서 여유분이 필요할 때도 종종 있는데...그때마다 여유분이 없으니까(꼭 수적인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요...

설명하기가 좀 어려운 종류의 '여유분' 이네요;;)

불편하기도 하고...가끔은 힘들더라고요 게다가 제가 외국에 살았고, 주변에 가족도 친구도 없어서...

 

 

그러다가 아기를 갖게 되어 지금 잠깐 한국에 나와있는데

다시 친정집에 오니까 모든 여유분이 풍족한 게(단순히 집이, 물품이 넉넉하고 이런 것과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게 좀 다른데...역시 설명하려니 표현이 달려요;;)

마음이 참 편안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내니까 또 예전의 그 증세가 도지네요

이를테면, 아기내복이요.

글 보면 아시겠지만 제가 손이 진짜 작은편이에요.

그래서 아기용품도 그 수량을 꼭 필요한 만큼만 사거나, 살짝 모자라게 샀어요.

심지어 외국에서 육아를 할 때를 대비해야 하는데도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아기옷만큼은...많이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제 기준에선 '마음 놓일 만큼' 샀어요.

아기 갖기 전부터 아...나는 나중에 아기 생기면 이런 스타일의 아기옷을 입혀야지, 하는 취향이 있었거든요

귀국해서 인터넷에서 그 취향에 맞는 아기내복을 하나둘씩 사 모으는 것이 저의 낙이었어요.

사 모으다 보니, 적어도 내복이 너무 적어서 고민하지는 않겠다 싶을만큼 모였어요.

 

그런데

엊그제 친정엄마의 친한 친구분-저와도 친해요-이 미국에서 소포를 부쳐주셨어요

뜯어보니 그 이름난 카터스 내복들과 모자, 바디수트 등이 들어있더라고요

그것도 두서너장 보내주신 게 아니라...진짜 많아요.

처음에는 짠하고 너무 고맙고 감사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카터스의 알록달록 귀여운 내복들이 한국에서는 인기 많은 줄 알지만...

제 취향엔 그다지 맞지 않거든요.

점점 골치가 아픈 거예요

게다가 수가 적은 것도 아니고...

친정엄마는 제 이런 맘도 모르고 너무 예쁘다며(엄마는 알록달록한 아기옷을 좋아하세요 ㅎ)

좋아하시고...다른 식구들은 옷 치수가 다 작아보이는데 아기 금방 큰다며 걱정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마련한 아기내복들은 치수가 조금씩 커요.(아기옷은 큰 편이 좋다길래요. 외국에 나갈 생각도 해야하고.)

게다가 미국, 외국 아기옷은 같은 월령으로 비교했을때 우리나라 아기옷보다 사이즈가 작다고 하더군요

(맞나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잘된 일이기도 한데

하지만....너무 많아요ㅠㅠ

아무리 아기가 잘 토하고 옷 버릴 일 많아서 아기옷 많을수록 좋다지만 말이죠

 

그렇다고 여기에도 가끔 글 올라오는 사례처럼

이모님이 주신 고마운 옷들인데 돈 받고 팔거나 내놓기엔 영 마음이 안 내키구요

생각다못해 저보다 한달 앞서 출산하는 친구에게 두어장 선물할까 싶기도 해요

그 친구는 저에 비해 출산용품 준비에 정말 관심이 없었던 친구고,

그래도 그 와중에 저 귀국하자마자 임신했다고 임산부용 화장품도 하나 선물해주고 그랬거든요.

저도 너무 고마워서 아기에게 소용될 핸드메이드 소품을 만들어 보내긴 했는데

조금 약하지 않나 생각하던 차여서...

 

제가 너무 과민하게 '여분을 두고 못 보는' 증세에 집착하는 걸까요?

친구와 아기옷을 조금 나누어도 될까요, 아니면 감사히 선물받은 거고 아기옷은 많이 필요한데 그냥 두었다

아기 입힐까요?

IP : 113.10.xxx.139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3.15 12:14 AM (59.15.xxx.229)

    수량이 얼마나 되나 모르겠지만
    적당히 남겨두시고 나머지는 지인들께 선물하세요
    파는건 좀 그렇구요

  • 2.
    '12.3.15 12:18 AM (211.246.xxx.152)

    제가 그래요.
    전 사은품 안 받아와요.
    소모품도 절대 못 쟁이게 해요.
    근데 애 키우면서 많이 무뎌지고 애 어릴적 몇년은 걍 어쩔수없다고 살아요.
    저는 생각해보니 나의 취향, 나의 컨트롤, 나의 결정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던거 같은데
    아니에요. 걍 미미한 존재고 뽀로로스티커 잔뜩 붙든 온집안이 갤러리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애가 편하고 즐거운게 중요하니까요.

  • 3. 원글
    '12.3.15 12:20 AM (113.10.xxx.139)

    악 윗님
    저와 같으셨군요
    저도 제 취향에 안맞는 사은품 준다하면 절대 안받아올 것 같아요
    (아직까지 사은품 받을만큼 물건을 사본적이 없네요...역시 손이작아서;;;)

    저는 솔직히
    아기에게 뽀로로 비디오 보여주고 뽀로로 운동화나 가방까지는 원하면 사줄 수 있는데
    집에 뽀로로매트 깔고 뽀로로스티커 붙이는 건 용인 못할 것 같아요;;;

  • 4.
    '12.3.15 12:21 AM (211.246.xxx.152)

    아 그래서 저는 아가용품 베비라에서 구찌베이비랑 자카디까지 다양하게 선물받아서 다 나름의 용도가 있었고
    좀 지나서 예쁜 제 취향에 맞는, 흔하지 않고 번떡번떡 화려하지도 않은 나무박스에 쟁여놨어요.
    나중에 주려고요.

  • 5. 원글
    '12.3.15 12:26 AM (113.10.xxx.139)

    ㅍㅎㅎ 취향에 맞는 '나무박스'에 쟁여두셨다는 말씀 재밌어요. 저 웬지 이해가 가는지라...
    (저도 나무박스 좋아해요 ㅋㅋ)
    사실 아기내복을 모자라지 않게 사둔 건
    제가 주변에서 선물받을데가 거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친구들이나 지인들한테도
    선물받기 좀 어정쩡하고 미안한 상황이고...그래서 아쉬운 소리는 안할만큼 준비한다고 한건데
    이렇게 선물을 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전 사실 이제 누가 선물해주신다고하면 '기저귀' 가 젤 반가울 거 같아요^^;

  • 6. ^^:
    '12.3.16 10:48 AM (113.10.xxx.135)

    제가 가끔 강박증과 경계선상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원글님보다 조금더 심해요.
    정리에 관한 글 올라오면 가끔 답글달곤해요.
    전 세제도 1개이상 여분으로 두는거 싫어해요. (원래는 다써갈때 1개구입해요)
    다른 브랜드 비누,세제, 모두 그냥 남줘요.
    아무래도 그냥 친구분에게 나눠주시는게 나으실거같아요,
    비슷한 성격으로 애 둘 키운 경험에 의하면 말이죠. ^^: 전 세탁도 미룬적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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