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친정엄마와 나.

눈치구단 조회수 : 1,721
작성일 : 2012-03-14 19:33:24

우리 엄마는, 식구들끼리 모여서 밥을 먹거나 삼겹살을 먹을때에도 눈치를 자주 봐요..

제가 편안한 맘으로 무슨 말을 할때에도 갑자기 제 발을 옆에서 꼬집거나, 손등을 치거나, 아니면 팔꿈치를 살짝 건들어요.

그런데 그런 경우가 대단히 많아서 엄마가 옆에 있으면 짜증이 나요.

어릴때의 엄마는 제게 더욱더 노골적으로 그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었고요. 제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말에는

자다가 봉창 긁어대는년이라고 해서 세살터울씩 차이나는 여동생들의 비웃음을 사게 했어요.

뭐가 궁금했느냐고요?

단무지는 원래 땅속에서 노란했느냐?

당근도 그런 주황빛이듯이, 단무지도 원래 노란 색깔이었냐?

하고 11살때 물어봤더니, 눈을 흘기면서 그렇게 말해서 동생들 두명이 허리가 끊어지게 웃었어요.

그일말고도, 그런 비슷한 일들이 꽤 많았었는데, 제가 엄마의 감정받이가 많이 되고, 아무래도 첫째이다보니, 혼나기도 많이 혼나면서 밑의 동생들의 학습적인 모델역할도 많이 했었던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직장생활을 해서도, 아기엄마가 되어서도, 그렇게 남의 눈치를 혼자 보고, 슬쩍 슬쩍 팔꿈치를 건들고 하는 행동은 지금도 똑같아요.

다만 변한게 있다면 그때처럼은 눈흘기는 행동은 안하는거죠.

언젠가 작은 잡지를 병원대기실에 앉아 기다리면서 본적이 있었는데 남의 팔꿈치를 슬쩍 건드리며 코치를 주는 행동이 넛지라고 한대요.

그책에선 무척 좋은 행동으로 표기해놨지만요, 당하는 사람은 엄청 기분 나빠요.

어떤땐, 엄마가 차라리 그냥 저 세상으로 가주셨으면 좋겠다 하는 힘든맘도 들때가 있는데..

정말 그렇게 되면 전 정말 슬프겠죠.

밖엔 바람이 불고, 아직 피지 않은 벚꽃나무들이 저녁어둠에 사위어 갑니다.

고요한 저녁나절, 깨끗하고 따뜻한 방안에 뉴스를 전해주는 아나운서소리만 나지막히 들려오고 아이는 숙제를 하는데..

엄마를 생각하면, 그냥 가슴 한편이 얼얼해져요.

너무 힘든 시절을 살아오셔서 그런지 공감하는 능력이 별로 없으시고

우리들이 학교에서 장대비를 홀딱 다 맞고 와서 감기가 걸려서 힘들어하면

에긍, 죽는게 더 편할것인데...하면서 쉴새없이 일에 바쁘셨던 엄마.

아침에 죽죽 긋는 비라도 내려도, 우산 살돈 없다고 솥뚜껑 마저 닦고 먼저 일터로 휑하니 가버리고,

학교준비물앞에서 눈한번 꿈적한번 할줄 모르고 오히려 나도 돈 없다!하고 펄쩍펄쩍 뛰던 엄마.

그 모정, 그 몹쓸 모정으로 어디 써먹지도 못하고, 이젠 차가운 그 성정을 사위들도 다 알아버려 오히려 더 쩔쩔매게 하는 신묘한 재주를 가진 엄마.

그런 엄마가 불쌍한건, 2개월밖에 못산다고 한 엄마가 5년을 훌쩍 넘기고 또 한번의 암수술을 받았는데 우리들에게도 절대 아프단 말 한번 없으세요.

예전에, 달리던 기차위로 아들 하나 형체도 없이 잃고 그 낭자한 핏자국이 몇날며칠을 선연하던 그 계절에도 엄마는 장례가 끝나고 바로 일을 나갔어요.

그런 엄마입니다....

IP : 110.35.xxx.9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왜이리 슬픈지
    '12.3.14 7:40 PM (211.234.xxx.87)

    님도 엄마도
    그저 토닥토닥
    내용이 너무 슬프고 원글님 글을 너무 잘적으시네요

  • 2. 원글
    '12.3.14 7:48 PM (110.35.xxx.93)

    제가 서른이 넘었으니, 그때 아기가 돌즈음이 되었을 땐데, 어린이집에 보낼 계기도 없고 꼭 보내야 할 이유도 없어서 늘 아기랑 집에 있었을 때에요. 그때 아기가 자고 있을때 매달 받아보는 작은 잡지책들을 좀 뒤젹이다가 그 11살에 엄마한테 했던 질문의 답이 책에 적혀있는걸 봤어요. 단무지는 땅속에서부터 노란색깔이 아니라는 내용을 마치 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처럼 잘 설명한 글이었는데 그때 정말 몰입해서 읽은 기억이 나네요. 그 책속으로 꼭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귀에 아무거도 안들리고.. 그런 복잡하고 긴 설명이 끝난뒤에야, 아 이런건 엄마가 설명해줄수있는게 아니었구나. 그러니 자다가 봉창 긁는년이라는 말에 봉창도 종류가 많은데 창문의 봉창인지, 주머니를 가르키는 봉창인지? 그렇다면, 창문을 긁는지,주머니를 긁는지 그리고 자다가 왜 그런 물건들에 하는 뜻은 무엇인지? 물어봤더니, 눈을 더 흘기던 엄마가 가끔 생각나요^^..
    근데요, 우리 아홉살된 딸,저랑 엄청 닮았어욬ㅋㅋ어젠 학교선생님께 전화드릴 일이 있어 했더니 말하는게 저랑 너무 똑같대요~~

  • 3. 이젠
    '12.3.14 8:40 PM (211.109.xxx.233)

    어머니 그냥 받아주세요
    옛날분들 살기 워낙 각박하고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서
    사랑줄지도 모르고 표현할 주도 모르셨어요.
    어머님 행복함도 모르고 힘들게 일만 하고 사신거 같은데
    어머니 마음에서 용서하시고 받아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3389 봄이라 그런지 입맛 없네요.. 3 .. 2012/03/16 640
83388 고3학부모 정말 불안하네요 12 봄비내린다 2012/03/16 3,137
83387 은행에서 보험들라고 하는 전화 믿을 수 있는 건가요? 1 보험 2012/03/16 696
83386 프랑스 음식점 추천 부탁드려요~ 3 후~ 2012/03/16 1,279
83385 저렴하게 스마트폰 이용하시는 분 계시면 조언 좀 해주세요.. 5 ... 2012/03/16 1,135
83384 혹시 블로그들 운영하시나요 ? 1 짱아 2012/03/16 849
83383 엘지 로봇청소기 어떤가요? 룸바 수리비때문에 갈아타려구요 2 ... 2012/03/16 3,445
83382 2년 이상 안입은 옷 버리라는데, 이런 분 계신가요?ㅜㅜ 13 버리기 2012/03/16 4,496
83381 친구 결혼에 선물해줬는데 축의금 내야할까요? 5 축의금 2012/03/16 1,763
83380 젖통..이라는 표현.. 18 hurt.... 2012/03/16 6,572
83379 한미 텐텐 어떤가요? 호야 2012/03/16 2,142
83378 여자 탈렌트 입술 한쪽만 부풀은것은 왜 그런것인가요? 5 여자 연예인.. 2012/03/16 9,838
83377 파워포인트 잘하시는분..질문좀드릴께요~ 7 파워포인트 2012/03/16 931
83376 초등애들 아침에 요플레 하나씩 먹는거 괜찮은가요~ 5 아침에 2012/03/16 2,195
83375 진동 파운데이션 좋나요? 5 민트블루 2012/03/16 2,078
83374 3월 16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말과 말".. 세우실 2012/03/16 475
83373 팝송 제목좀알려주세요....... 6 토마토63 2012/03/16 1,833
83372 오늘 여의도에서 만나요~~~ 5 phua 2012/03/16 1,190
83371 헬스 잘 아시는분 저좀 도와주세요~ 3 123 2012/03/16 1,087
83370 종로, 광화문 인근 두피전문병원 /클리닉 1 고물상 2012/03/16 1,185
83369 일본에서 볼때 대마도는 시골 이겠지요,? 3 대마도 2012/03/16 1,919
83368 교대역 주상복합 아파트 4 주상복합 2012/03/16 2,000
83367 이모 자녀, 제 외사촌, 결혼식에 보통 부조 얼마쯤 하면 될까요.. 5 호텔 결혼식.. 2012/03/16 2,411
83366 친정 언니가 자랑이 심한데 12 짜증나요 2012/03/16 3,801
83365 갑상선에 좁쌀같은게 많다는데 갑상선 2012/03/16 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