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재건축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으실 테니 간략히 적습니다.
재건축 사업은 나라에서 "1원 한푼 안보태주는" 사업입니다. 조합원들이 조합을 결성해서 재건축 이후 해산하는 개인들이 주체가 되어 비용 지불하는 사업입니다. 과거에는 일반 분양해서 자기돈 한푼 안들이고 집을 늘려가는 것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이런저런 규제로 이런 것이 불가능합니다. 옛날에는 소형 평형 의무비율, 임대주택 의무 건설 에 대한 규제가 없었습니다. 노무현 정부때 생긴 것이지요. "소형평형 의무비율" 정부에서는 폐지했지만, 여러분들이 그렇게 싫어하시는 오세훈이가 서울시 조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재건축시 늘어나는 용적률의 50%는 임대주택을 짓도록 의무화되어있습니다. 다른 곳은 어떻겠지만, 강남 지역 대부분의 재건축 단지에서는 임대주택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용적률이 늘어나는 것으로 인한 이득보다 임대주택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옳고 그름은 여기서 논하지 않겠습니다. 얼마전 불거진 메세나 폴리스 엘리베이터 따로 쓴다는 얘기부터, 실제 현재 반포 래미안, 자이에서도 알게모르게 임대주택에 대한 차별은 이루어지고 있다 들었습니다. (참고로 임대주택은 조합에서 지어 나라에 기부하기 때문에 내장재가 다른 일반 분양 주택과 전혀 다릅니다. 제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재료로 사용합니다.)
또한 법적으로 정해진 용적률 보다 좀더 용적률을 높이기 위해 나라에 기부 채납이라는 명목으로 도로, 공원, 공공시설 등등을 위한 땅을 조합원 지분에서 떼어 놓고, 건설까지 조합원 비용으로 합니다.
이렇게 혜택을 위한 댓가를 지불하고 시행하는 것이 재건축 사업입니다.
소형평형 비율은 2:4:4 로 정해져 있고, 59제곱미터 이하(흔히 알고있는 25평형) 20%, 85제곱미터 이하 (흔히 알고있는 33평형) 40% 이하, 그 이상 40%로 지으면 됩니다. 물론(!) 소형 20% 이상 지어도 됩니다면, 최소한 20%는 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이상 짓는 것에 대한 강제 조항은 없습니다. 조합원이 원하면(!) 지어도 되고 안지어도 됩니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이 다른 곳이 아닌 개포지구에만 기존에 소형주택의 50%를 소형으로 지으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현재로는 언론에 흘리기로만 내놓았지만, 전용 13평, 15평형을 지으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이유는 "기존의 세입자 정착을 위해서" 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3가지 맞지 않는 근거가 있습니다.
일단 현재 세입자가 재건축 후 13평, 15평이라도 강남지역에 전세금을 지불하고 입주할 수 있는가? 아니 13평, 15평형을 받고 전세를 내놓을 사람도 일단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전세가 있다고 치면, 현재 삼성동 아이파크, 역삼 아이파크 등지에 있는 10평짜리 아파트 전세금액이 얼마인지 보면, 2억 정도입니다. 현재 개포동 아파트 전세금액은 최대 1억원 정도입니다. 이 gap 은 어떻게 메울 것인가요? 정부에서 전세금이라도 무이자로 지원해줄 건가요?
두번째로는, 그런 초소형 평형을 짓는 것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있냐는 것입니다. 정부에서 1원 한푼 보태주지 않고 조합원의 사유재산으로 진행하는 사업에서 조합원이 몇평 짜리 아파트를 지을지 강요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10평대 아파트 지어서 안 팔리면 정부에서 매입해줄 것입니까? 그렇게 되었을 때 일어나느 손해에 대하여 보상을 해야지요. 사유재산에 대한 침해로 일어난 손실이니까요.
세번쨰로는 이미, 개포지구에 대한 지구단위 계획은 완료 된 상태입니다. 여기에는 세대수가 2:4:4 비율로 지어졌을 때를 근거로, 초등학교 수용인원, 주차장 면적, 도로 면적 등이 다 이미 계획 수립 완료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소형평형 강요로 인하여 세대수가 늘어나면 이 계획은 모두 무용지물이 됩니다.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하고 이에 대해서만 6개월 이상 소요됩니다. 이미 진행된 행정 절차를 뒤집는 행위이지요. 이에 대한 손해는 서울시에서 보상해야 할 것입니다. 정당한 행정 절차에 의한 결정을 법적 근거 없이 뒤집는 것이니까요.
박원순 시장 사는 집 얘기했으니 적어봅시다.
박시장은 2채의 월세집에 살고있습니다. 방배동 60평 빌라는 아파트가 아니니 잘 모르겠지만, 압구정 한양 50평대 아파트도 부인과 아들이 살고 있지요. 압구정 한양도 재건축 아파트라 시세가 엄청납니다. 최소 개포동 아파트보다는 비쌉니다.
실제 거주 조합원은 20%도 안된다구요? 예 맞겠지요. 개포동 아파트 소유자 중 여기서 말하는 투기(?) 목적으로 산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실제 거주자도 있을 것입니다. 일부는 더이상 늘어나고 나이가 든 식구들이 살 수 없어서 다른 곳에서 전세 살이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강남구 내에서 새 아파트를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재건축 아파트 밖에 없습니다. 기다리는 고통을 감내하는 대신 적은 비용으로 강남에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이 구매한 것도 있을 것입니다. 돈이 많아서 30평대 10억 이상씩 주고 그냥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상관없겠지요. 이 사람들에게 투기꾼이라고 매도할 겁니까? 나중에 재건축 후 실거주 위해 대출 끼어서 5-6억씩 돈 들여서 구매한 사람들이 투기꾼입니까? "서민"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남들보다 좀 더 돈이 있으나, 강남에 아파트 한채 대출 없이 구매할 정도로 여유는 없는 사람들이겠지요. 이런 사람들은 현재까지 정부에서 규정된 규제를 모두 감안하고 그래도 감수할 것을 생각하고 구매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재산을 침해하려고 하니 당연히 사유재산 침해라는 얘기가 나오지요. 좀 더 가진 사람들의 것을 빼앗아 더 없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겠다는 거 아닙니까?
그 생각은 확장되면 결국 가진자와 못 가진자의 이분법적인 사고로 귀결됩니다. 좀 더 가진 사람 것을 빼앗아 좀 더 못 가진 사람에게 나눠주겠다면 이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타당한 것입니까?
집값이 떨어지는 것, 보금자리 주택 공급 폐지, 대출 금리 인하 등등은 개포지구와 관계없습니다.
개포지구에서는 소형주택 20%를 10%로 줄이겠다는 기대 전혀 없습니다. 그랬으면 지구단위 계획이 작년에 수립되었을 때 반대했겠지요.
세금 얘기도 나왔는데, 재산세 년간 200만원 가까이 나올 것입니다. 재산세는 꼬박꼬박 걷어가면서 재산에 대한 권리 행사는 가로막고 있으니 이게 합당한 일입니까?
개포지구는 현재 적용된 법적 규제를 모두 준수한 상태이고, 다른 곳과 달리 용적률 상향 등 아무런 혜택을 요구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소형 50%를 지으라는 법적 근거도 없는 요구는 어이가 없는 요구이며 조합원들은 아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안입니다.
부촌 이미지 어쩌구 적으셨는데, 이는 조합원들의 "이기적인" 생각은 맞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의 재산이라면 어떻게 하시길 원합니까? 법적으로 정해진 대로 짓기만 해도 가치가 보장되는데, 보장된 권리를 포기해가면서까지 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일은 해야합니까? 그렇게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제공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마지막으로 조합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 슬럼화 하겠다라는 얘기는 개포 뿐만 아니라 현재 문제되는 다른 뉴타운들도 마찬가지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일단 재건축이 불가능하게 되면 현재처럼 저렴하게 전세를 줄 이유가 없습니다. 뉴타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전세 줄 필요가 없지요. 월세로 다 돌리고, 월세 받는 게 더 이득인데요. 전세 주더라도 가격을 대폭 올리는 게 당연합니다. 재건축으로 언제든지 이주될 수 있기 때문에 핸디캡을 안고 싸게 전세를 주었을 뿐이니까요. 이렇게 되면 피해보는 사람은 세입자들 뿐입니다.
세입자를 위한다는 박원순 시장의 정책은 결국 세입자를 더 힘들게 할 것입니다.
제가 이 사이트에 가입한 지는 엄청 오래되었지만, 역시 사람들의 시각은 자신의 처지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렇게 긴 글을 남깁니다.
아마 개포 지구는 박원순 시장이 이렇게 소형평형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재건축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향후 강남 지역 중-대형 평형이 반사 이익을 누릴 것이고, 개포 세입자들은 오른 전세, 아니, 월세로 돌려진 것으로 더 힘들어지겠지요. 물론 실 거주하는 집주인, 전세를 떠도는 개포아파트를 보유한 사람도 고통받을 것이고, 넉넉한 여유자금으로 투기(?) 투자(?) 하신 분들은 세월을 낚을 것입니다.
언젠가 아파트에서 큰 사고가 나서 신문에 나고 그제서야 호들갑 떨지 않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