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사 적당하다는 기준이 모호하긴 하죠.
저는 남한테 폐를 끼치는 것도 싫어하고 누가 폐끼치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내가 피해입는 게 아닌 한 약간 한번 귀찮은 것 정도는 그럭 저럭 눈감을 정도의 아량은 있구요.
남편은 남한테 아쉬운 소리, 도움 청하는 것, 싫은 소리...이런 말 전혀 못하고 해보려고도 안하는 사람이에요. 그게 때로는 너무 고지식해 보이고 답답하고 그러네요.
얼마 전에 냉장고 들였거든요.
새제품에 왠 스크래치가 있고 ( 한 두군데가 아님. ) 사실 찝찝했어요. 그런데 남편은 어떻게 된 건지 전화해보려고도 하지 않고 쓰는 데 지장없는데 불만 전화하기 싫다고 그러네요.
흠..제가 깐깐한 사람 같았으면 찝찝해서 새 제품으로 교환해달라고 컴플레인 걸었을 텐데 저도 금전적인 피해가 생기는 건 아니고 그저 기분상의 문제라 걍 쓰자 넘어갔습니다. 그래도 그 때 남편이 전화하는 것 조차 미적미적 불편해 하는 모습이 조금은 실망스러웠어요.
이번에 쓰던 소파를 넘기게 되었는데요. 인터넷 무료드림했거든요. 소파 필요없고 우리는 서재 꾸리느라 책상이 필요해서요. 흠..그리고 중고가게에서 헌 책상을 봐뒀죠.
그런데 우리가 차가 없어요. ( 아..택시 잘 안 잡히는 곳이에요. )
중고 가게는 차 타면 2분? 1분이면 갈 거리구요. 걸으면야 20분 거리지만..
남편 혼자 그 무거운 책상을 이고 올 생각 하니 안되서 혹시 소파 가져가시는 분한테 1,2분이니 드라이브 부탁 드리면 너무 민폐인가 말했죠.이러자고 소파 드린 건 아닌데^^; 여쭤보면 어떨까? 하면서요.
다시 말하지만 그럴려고 무료드림한 건 아니구요.
물론 1분이든 2분이든 소파 공짜로 줬다고 차 좀 얻어 탈 수 있을까요? 이런 부탁이 어이없을 수도 있죠.
근데 또 사람 사는 정이 그렇잖아요. 의외로 또 흔쾌히 도움 주실 수 있는 분을 만날 수도 있는 거고..
제가 그런 부탁 받았다고 생각하면...1,2분 드라이브 거리인데 그냥 책상 실어 드릴 것 같아요.
남편은 누구한테 부탁하는 게 너무 불편하대요. 책상 혼자 이고 말지...
근데 어떤 생각이 드냐면...남편이 참 곧고 바르고 싫은 소리 할 줄 모르고 다 좋은데...참..세상 사는 수완이 너무 없구나 답답하더라구요.
남편이 틀렸다. 잘못했다는 말이 아니에요. 남편 말이 맞아요.
그런데 누구 등쳐 먹고살자는 것도 아니고...고생하느니 말 한 마디 이쁘게 하면서 조금 쉽게 갈 수도 있는 건데..
살다가 누구한테 아쉬운 소리도 좀 하고 남이 아쉽다고 하면 들어주기도 하고..( 남편 다른 사람 많이 도와줘요) 허풍 뻥뻥 치는 것도 못봐줄 일이지만 조금은 유들유들하게 세상 좀 편하게 살 줄 아는 것도 필요한데.....자꾸 답답한 건 몰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