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술마시고 안들어오는 남편에게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하는 이유에 대한 고찰

미미쌀롱 조회수 : 3,924
작성일 : 2012-03-06 13:21:26

타사이트에서 뒤척이다 글을 읽고 있노라니

남편이 늦게 와요

남편 들어오셨나요

또 술마시고 왔어요

아침이 되어야 올래나봐요

전화를 안받았어요

미친인간이에요

이혼하고 싶어요

대략 이런글들이 많더라구요

보면서 문득...

제 예전 생각이 나더라구요

신혼때는 남편이 보고 싶었고

밤에 둘이 오붓하게 영화도 보고 마트가서 장도 보고 그러는 모든 행동들이 그리워서

나아닌 다른이들과 음주가무 즐기는거 밉고 얄미워서

빨리 들어와라 전화기에 불이나듯 전화했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하루종일 집구석에 처박혀서 애만보고 그나마 똥이라도 맘편하게 쌀려면

이놈의 인간이 일찍 들어와야 되는데..

하루에 사나흘은 술처먹고 들어오니 너만 살판났냐 나도 살자 하는맘에

괴씸해서 전화기에 또 불이나듯 전화했고

그렇게 들어오면 잔소리가 시작되고

누구랑 먹었냐 왜 먹었냐로 시작되어서 신세한탄 늘어지고

때로는 피튀기게도 싸우고 안살거다 이혼할거다 오만가지 으름장도 놓아봤지요

그러다 술처먹으면 개만도 못해 대화안되는 사실을 알고부턴

입아파 싸우기도 싫어 말안하고 버티기 작전

냉전이 며칠 지속되다가도

어느날 내가 왜싸웠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흐지부지 싸움 종료

<싸우긴 싸운건지 나혼자 말을 안한건지...>

그러다 며칠있다 또 술처마시고 늦게와

또 싸워

또 말안해

왜싸웠는지 또 잊어버려

또 싸워

...

이러다가 애들이 이제 좀 컸어요

삼년전부터는 늦게간다 하면

그걸로 끝이에요

한달에 서너번 술마시고 오고

그중 새벽 세시 네시 되는날 한번 정도 있는데

들어와서 씻고 곱게 저짝으로 떨어져서 잘 자요

가만 생각해보면

전화해서 닥달해도 마실술이고

닥달안해도 마실술이었던거죠

전화해서 현재 상황파악정도 해주는거야 나쁘지 않지만

술이 술을 마셔대고 있는 인간인가 아닌가 싶은 사람한테

전화해서 잔소리하면 욱해서 안갈데도 가고

전화도 꺼버려요

그럼 싸우는거죠

이건 남자가 아니라 여자도 마찬가지구요..

술마실땐 개되니까..

그걸 어느날 깨닫고

전화안하기 시작했어요

오히려 남편이 전화해요

집에 별일없냐고

첨엔 애들 옆게 끼고 비라도 오는 날엔 무서울때도 있었어요

그치만 비온다고 술병두고 달려올사람도 아니고

즐거운 티비프로나 영화 보고 있다보니 나름 괜찮더라구요

내가 이 사람을 기다린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상황을 즐긴다고 생각하는거에요

애들 재우고 새벽에 이 인간 언제 들어오나 들어오기만 해봐라

이를 바락바락 갈고 있지 않은것만해도 정신건강에 아주 훌륭하더라구요

그게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되고

그러다 보면 절대 개같은 버릇 고쳐질것 같지도 않더니

술처먹고 집에와서 깐죽깐죽 시비대던거

오바이트할정도로 처마시고 와서 거실바닥에 쏟아놓던거

월중 행사였는데 이제 안해요

일주일에 서너번 12시 넘어 집에 오던거 일주일에 한번으로 줄었어요

이젠 술마시는것도 지쳐서 늙어버려서 안하는걸까요?

아니면 그동안 제가 전화해서 빨리오라고 잔소리했던것에 나름 쾌감을 느끼던것이

사라져서 그런걸까요?

그 이유는 오늘밤에 남편한테 진지하게 물어봐야 겠어요 ㅎㅎ

여튼 제 자랑이 아니고

저도 그렇게 술마시고 안들어오는 남편 기다리고

싸워보고 다 해봤기에..

그 새벽에 그런글을 쓰고 있는분들이 안타까워서..

혹여나 저처럼 깨달음 <공자 맹자 할아버지가 보면 기가막히고 코가막히겠지만..>

이랄까.. 깨달음이라 갖다 붙이기도 뭐한 그런...

내 안의 평정심을 좀 찾으시면 내 자신한테 나쁜독소 뿜어서 아침에 피부상태 메롱되는일은

적지 않을까 합니다~~

 

참 제 남편은 여자 도박 문제는 없는데 혹시 술한잔 하는것과 더불어 그런문제가 껴있다면

여자혼자 맘먹기에 따라 달라질 상황이 아닐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IP : 182.211.xxx.14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ㅁㅁㅁ
    '12.3.6 1:27 PM (218.52.xxx.33)

    전 남편 방목하고 키우는 편이라
    술 먹을 때 빨리 오라고 잔소리 안했어요.
    주사가 심하지 않아서 술 먹는 자체를 말릴 생각도 안들었고요.
    주위에서 재촉 전화받는거 보고, 싸운다는 소리도 들으니까 자기가 으쓱한가봐요.
    술 마시는 횟수가 줄지는 않지만ㅡ한달에 한번쯤ㅡ
    점점 더 가정적이게 되네요.
    햇볕정책이 잘 먹히는 사람이라 그런가봐요.
    잔소리하면 일부러 엇나갈 사람이예요. 저처럼ㅋ

  • 2. ...
    '12.3.6 1:31 PM (14.35.xxx.194)

    술마시며 늦게 들어오는 남편에게 전화하는 이유가 정답이네요
    저도 이제는 원글님처럼 오면 오는갑다합니다
    근데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어쩔수 없이 감정상하고 싸울 수 밖에 없지요
    그리고 안싸우는 지금은 예전만큼 남편을 덜(?)사랑하고
    아이들은 맘놓고 똥눌 시간을 주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남편이 예전보다 술도 덜마시고 일찍 들어오는이유는 마눌이 암소리 안해서가 아니라
    술판 길게 벌일 체력이 안되는거고 노화의 과정이지 않을까요....

  • 3. 리아
    '12.3.6 1:31 PM (36.39.xxx.159)

    술을 과하게 마시면 누구라도 언제든지 실수를 하는 법이죠.
    저도 남편하고 술 마시는 문제로 참 많이 싸웠어요.
    평소 젊잖은 남편인데도 술을 과하게 먹더니 어느날 큰실수를 하더군요.

    그 날 부터 스스로 술을 줄이더라구요.
    부인들이 왜 남편 술 먹는 문제로 싸울까요?
    답은 간단하죠.
    남편이 걱정되기 때문이에요.
    혹시.....혹시.....혹시.......이런 여러가지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스스로 나이가 들면 술을 이기지 못하고
    줄입니다.

    안줄이고 늘린다면, 문제가 되고요.

    남편 술만시는 문제로 싸우는 가정도......일종의 과정이라고 봐요.
    원글님처럼 되는 과정^^

  • 4. ....
    '12.3.6 4:01 PM (119.201.xxx.112)

    그나마 정이라도 있으니 걱정도 하고 전화도 하고 잔소리도 하죠..남자들은 여자가 잔소리 안하고 간섭도 안하고 안싸우면 좋은 줄 아는데 그게 다 점점 정이 떨어져 가고 있는 걸 모르는것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0364 동향 아파트와 남향 아파트 14 궁금해요. 2012/03/11 10,930
80363 뉴스타파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한 유튜브 링크 5 유채꽃 2012/03/11 657
80362 cj에 구입한 라텍스 매트 괜찮을까요? 허리아파서 2012/03/11 896
80361 직장을 그만 둔 남편 산티아고로 한 달 다녀온다는데, 허락(?).. 97 두혀니 2012/03/11 18,405
80360 교육비지원 받았는데 18 흑흑 2012/03/11 3,600
80359 82쿡.. 어떨 때 보면 참 이중적이지 않나요? 26 자유녀 2012/03/11 3,842
80358 스릴러, 추리 영화 추천해주세요 3 영화 2012/03/11 2,785
80357 톡톡 건강법으로 아프던 어깨가 좋아졌어요 2 지니 2012/03/11 1,751
80356 치아가 갈라져서 흔들거려요 1 ㅠㅠ 2012/03/11 862
80355 어머나...낸시랭이 미국국적이었네요.... 2 별달별 2012/03/11 3,572
80354 아이가 공부할때 너무 투덜대요 7 bb 2012/03/11 1,504
80353 입주 베이비 5 꿀단지 2012/03/11 1,065
80352 영화 추천해주세요 6 뭐 좋을까요.. 2012/03/11 961
80351 혹시 편의점 하시는분 계시나요?? 1 별달별 2012/03/11 760
80350 젤 이른 나이에 결혼한 연예인이 누구 있죠?? 8 ??? 2012/03/11 2,836
80349 고운결 한의원 아시나요 1 바다짱 2012/03/11 9,680
80348 로그인하게 만드네 24 로그인 2012/03/11 2,716
80347 아래 곰, 여우 이야기를 보니 2 ㅇㅇㅇㅇ 2012/03/11 1,190
80346 마트에서 안마의자 시연해봤는데 좋더라구요. 사면 잘 활용할까요?.. 6 안마의자 2012/03/11 2,942
80345 인종차별이라..... 1 별달별 2012/03/11 584
80344 밥 잘 안 먹는 아이...그냥 밥 치울까요? 10 마끼아또 2012/03/11 3,026
80343 중국은 자극하면 안되고, 미국은 자극해도 된다? 1 freeti.. 2012/03/11 510
80342 윗입술만 퉁퉁 부었어요.(컴앞 대기중) 붕어녀..... 2012/03/11 4,134
80341 방과후 코디 많이 하세요? 학교에 2012/03/11 1,627
80340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과 '완득이 엄마'로 유명한 필리핀.. 15 경향 2012/03/11 2,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