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결혼식을 계기로 정리된 친구 관계

톱쉘 조회수 : 4,090
작성일 : 2012-03-05 16:34:13

큰 행사를 치르면 인간관계가 명료해진다죠.

결혼하면서 친구 관계가 다시 정리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결혼한 지 3년 반 정도 지났는데 아직도 생각하면 열이 후끈후끈 올라오네요.

 

친구 하나.

대학 때 베프 중 하나였어요. 제 모든 친구 통틀어 젤 먼저 결혼했죠. 어린 맘이여서 그랬는지 그 친구 결혼식날 괜히 눈물도 찔끔 흘렀네요. 결혼식은 물론, 돌, 집들이 등 다 챙겨줬어요. 그리고 그 친군 훌쩍 식구들과 미국으로 떠났어요. 제 결혼 땐 미국에 있었죠. 결혼한다고 하니 달랑 싸이 방명록에 '축하한다, 못가서 서운하다 엉엉.' 이런 내용의 말들로만 호들갑을 떨더군요. 전화 한통 없었다죠. 그 친구 성정을 알아서 이메일 청첩장이 없어서 일부러 청첩장 스캔해서 메일로 보내기까지 했는데 말이에요. 말이라도 '필요한거 없냐' '계좌번호라도 불러줘라', 하다못해 전화 한통 해줘야하는거 아닌가요? 전화요금도 아까웠나싶은 게 두고두고 얼척없더라고요. 그 뒤로 연락 끊었어요. 그 친구도 물론 그 뒤로 연락 없음. 그 친구 결혼식에 흘린 눈물이 가장 분해요.

 

친구 둘.

역시 대학 때 베프 중 하나였어요. 저보다 일찍 결혼해서 제가 결혼할 땐 애도 있었죠. 그 친구가 애 낳은 이후론 거의 못보다시피 했지만, 꽤 좋아하는 친구였어요. 청첩장도 물론 보냈고, 결혼식 전날 통화하면서 친구가 호들갑을 떨며 당연히 결혼식 참석한다 했죠. 결혼식 당일, 갑자기 급한 일이 있어 못온다는 문자를 보냈더군요. 미안하다, 다음에 연락하겠다고. 그때도 좀 서운하긴 했어요. 얼마나 급한 일이기에 하루 만에..., 라는 생각에. 그만큼 결혼식에 안 오면 서운할 친구였어요.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그 뒤로 결혼한 지 3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연락이 없어요. ㅡ.ㅡ  다른 대학 친구가 나 뒤로 결혼하면서 연락을 했대요. 내가 서운해하더란 얘길 했더니 나한테 너무 미안해서 연락도 못하겠다, 네 결혼식엔 꼭 가겠다 했다는데 그 친구 결혼식에도 아무 연락 없이 안 왔어요. ㅎㅎㅎ

 

친구 셋.

직장 다니면서 두 달 동안 결혼준비를 하느라 무척 바빴어요. 그래도 가급적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친한 사람들에겐 직접 청첩장을 줘야겠다싶어, 바쁜 와중에 점심먹자 해서 그 친구 회사 근처로 청첩장 주러 갔어요. 보자마자 '결혼턱'이라며 점심을 사라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사려고 했는데 먼저 선수치니 기분은 좀 그랬죠. 그래도 원래 짠돌이 친구라 그러려니 했어요. 그러고는 역시 호들갑을 떨며 결혼식에 꼭 가겠다, 결혼하면 집들이 해라. 꼭 '싼 와인'(몇 번을 강조함) 들고 놀러가겠다 하더군요. 드디어 결혼식날,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결혼식 끝나고 나니 이 친구가 안 온 게 생각난거에요. 워낙 바쁜 친구라 미처 얼굴을 못보고 갔나싶어서 방명록을 봤는데, 설마설마 햇는데 없더라고요. 너무 어이 없어서 연락도 안 하고 있었는데 두어 달이 지난 후에 메신저로 말을 걸더라고요. 결혼식에 못갔다, 회사 일 때문에 야근하다 당일 늦잠 자느라

못왔다, 하더라고요. 근데 저 결혼 평일 저녁에 했거든요? 더 실망스럽더라고요. 제가 받아쳤죠. 무슨 소리냐, 나 결혼 저녁에 했는데... 하니 당황해하면서 아무튼 그날 자기가 뭔 일이 있었던 것 같다고 둘러대더라고요. 그러니까 제 결혼식에 못온 것 자체를 잘 기억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다가 문득 생각나서 메신저로 말을 건거죠. 이 친구도 물론 저보다 먼저 결혼했고, 저는 참석했었죠. 만나면 말이 잘 통하고 배울 게 많다 생각한 친구였는데, 이후로 정이 딱 떨어졌어요.

 

제 결혼식에 관한 이 친구들의 애티튜드(!)를 보면서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고 얕잡아보이는 사람이었을까 회의까지 들더군요. 시간이 지난 지금도 분하고 씁쓸해요. 모두 기혼자라는 게 더 화나요. 미혼자라면 (아주 마음을 넓게 써서) 잘 모르고 실수할 수도 있고, 결혼식에 대한 의미를 모를 수도 있으려니 생각하겠는데... 이미 결혼한 사람들이 이렇게 행동하니 인간성까지 의심돼요.

 

물론 반대로 결혼식으로 인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절 더 생각해준 친구들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고맙더라고요. 근데 이런 친구들은 대부분 남자들입디다. 남자들이 아무래도 관혼상제 행사에 더 넉넉한걸까싶고.

 

지금도 생각하면 열이 받는 얘기라 누군가에게 얘기하고싶어 여기에 올려봅니다.

 

 

IP : 59.7.xxx.15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좀 그렇더라고요
    '12.3.5 4:45 PM (211.210.xxx.30)

    전 아직 미혼이지만,
    자기꺼 다 챙겨먹고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친구들 정리했어요

  • 2. ..
    '12.3.5 4:53 PM (210.109.xxx.254)

    저는 자기 결혼식에 꼭 사진 찍으라던 애가 있었는데요. 나중에 제 결혼식에 남편하고 와서 밥먹고 사진안찍고 그냥 갔더라구요. 거기까지는 그렇대쳐도 무슨 동문 싸이트가 있었거든요. 거기에 별로 안왔네 자기는 무슨 일이 있어 먼저왔는데 사진찍고 잘했는지 모르겠다고 욕을 했더라구요.
    전에도 제가 학교가 좀 좋아서 소개팅 시켜줬는데 나중에 지보고 소개팅 해달라니까 해줄 사람이 줄을 섰대요. 왜 받은 만큼도 돌려줄 생각을 못하는지 원.
    지금 생각해보니 대하는 태도가 학교다닐때 친구도 아니었고 내가 좀 좋은 학교가니까 소개팅때문에 접근한거였더라구요. 자기 엄마가 나보고 소개팅해달라고 했다고. 결혼하고 필요가 없으니 절대 먼저 연락을 안하는데 저도 굳이 연락을 안한답니다. 도움 될만한 사람 곁에 두면서 이용만 해먹어야 만족스런 인성이니까요.
    보니까 주변에 친구가 없더라구요. 자그만 체구에 자기만 생각하며 자기 그릇대로 약삭빠르게 잘 살더군요.

  • 3. ...
    '12.3.5 5:34 PM (58.232.xxx.93)

    원글님
    그런 이야기하는 사람들 주변에 많아요.

    억울하면 결혼 일찍해야하는데 그게 맘대로 되나요?

    30중반 넘어서 결혼하는데 ...
    결혼한 친구들 바쁘고 시댁일 때문에 안오고
    결혼한 친구들 중에서는 남편 아이 데리고 오면서 10년 전에 3만원 축의금 한거 그대로 내고
    아이 있어서 힘들다고 사진 안찍는다고 이야기해서 서운했다는 친구도 있고...

    우리 다른것은 몰라도 결혼식가면 친구들 사진 찍을 때 나가서 사진 찍어요.
    왜 안찍으세요?
    특히 30대 중반 넘으면 친구들도 많이 안오는데 힘들게 오셨으면 축하하는 마음으로 사진 찍어요.

  • 4. .......
    '12.3.5 5:38 PM (115.143.xxx.59)

    말이 친구지...남이잖아요..그러니 친구같은거에 연연할필요없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2998 그냥 공부하는 사람들..그냥 공부해보신적있으세요? 10 .. 2012/03/17 2,711
82997 영어가 갑자기 들리는 체험 5 ... 2012/03/17 5,141
82996 뉴스타파 8회 - 민간인 불법사찰 3 밝은태양 2012/03/17 918
82995 우크렐라 배우기 쉽나요? 1 질문 2012/03/17 6,051
82994 영화추천 해주셔요^^ 커피믹스 2012/03/17 628
82993 집에서 옷 몇개 입고 계세요? 3 추워요ㅠ 2012/03/17 1,872
82992 파마 했는데 맘에 너무 안들어요. 언제 다시 할 수 있을까요? 1 ajfl 2012/03/17 1,077
82991 코치 가방 물세탁 해도 괜찮을까요?? 2 코치 2012/03/17 3,301
82990 장터에서... 48 억울합니다... 2012/03/17 8,598
82989 아무리 정치에 관심이 없어도 방송사들 왜 파업하는지 ㅋㅋ 6 ㅇㅇㅇ 2012/03/17 1,507
82988 상추에 밥 싸는게 너무 맛있어요 11 -_- 2012/03/17 3,672
82987 아파트 리모델링 5 머리야 2012/03/17 2,055
82986 기타 사려는데 추천 부탁드려요 2 기타 2012/03/17 786
82985 아무도 쳐다보지도 않는 이들을 위해서 시위하다 체포당한 조지클루.. 24 Tranqu.. 2012/03/17 3,303
82984 울랄라세션 임윤택 '나는 일진이었다' 14 ... 2012/03/17 4,169
82983 심한 하고잡이 엄마.. 3 머리 아픔 2012/03/17 1,946
82982 뉴타운은 원주민에겐 안하는게 나은줄알았는대 아닌가봐요 1 오징어 2012/03/17 1,127
82981 무리해서 운동했더니 몸살이.. 5 다이어트 2012/03/17 2,013
82980 반창고 붙였던 곳이 부풀어오르고 가려워요 6 2012/03/17 12,439
82979 흰머리 몇살때 부터 나셨어요? 17 ,, 2012/03/17 4,576
82978 LS-3300 뷰젬 저주파의료기 구입하려고요 servan.. 2012/03/17 4,938
82977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보니 감개무량..ㅠㅠㅠ 1 아..세월이.. 2012/03/17 592
82976 두부..개봉 안했지만 유통기한 사흘 지난거;;; 버려야 겠죠? 19 ff 2012/03/17 21,448
82975 삼양에서 새로나온 라면 드셔보신분 1 힘내 2012/03/17 1,581
82974 불륜여교사 사건기사 보셨어요?? 25 ~~ 2012/03/17 19,5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