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당신과 나의 관계....

담담해 조회수 : 9,697
작성일 : 2012-03-02 20:58:45

어제.... 지난  가을에 제주에서 따와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키위를 꺼내보았습니다...

원래 익지 않은 것을 따온 거라 냉장고 안에서 숙성이 되었더군요...

물론 너무 오래 숙성시켰지요.. 에이 몰라 어쩌지.. 하다가 한삼십여개 되는걸 몽땅 껍질을 까서

키위잼을 하기로 했습니다...

키위 30여개를 깎고 다지고 거기에 설탕을 들어부어서 끓이기를  두시간정도 했나봅니다..

한시간 좀 넘게 보구 있다가 삼십분은 타이머 맞춰놓고 들어가 잤습니다..

아침에 아이 학교 보내려고 일어나 보니 아직 농도가 덜 진해진것 같아.. 약불로 타이머 한시간 맞춰놓고

아이 학교 보내고 다시 들어가 누웠습니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멀리서 무슨 냄새가... 이게 무슨 냄새지?

하다가 잠이 퍼뜩 깼습니다... 잼이 타는 거 같네요... 잉?  탈만큼 큰불이 아닌데...

뛰어가 보니 누군가가 냄비뚜껑을 얌전히 덮으셨네요... 아! 화산의 용암처럼 흘러 넘친 잼들들들...

불을 끄고 냄비를 들어보니  끈적한 설탕의 접착력으로 전기렌지가 통째로 같이 들려옵니다 그려...

저 다혈질입니다... 냄비뚜껑을 덮은 사람 뻔하지만 확인 합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묻습니다... 키위잼 냄비 당신이 덮었어? (목소리가 약간 격앙되었겠지요?)

언제나 변함없이 이십이년 내내 단한번도 흥분한적이 없는 저남자의 목소리.....

응?    아!  그게 키위잼이야?   순간 마음이 착 가라앉습니다... 마치 국수를 삶을 때 국수를 넣고  끓어 오르면

찬물을 한컵 부은 것처럼...(저는 평소에 이런 사람이 아닙니다... 평소 같으면... 냅다 소리를 질렀겠죠.... 물어봤어야지!!!!!)

알았어... 일단 끊읍시다...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잼만 대충 닦고...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게.... 이 키위잼 냄비가 너와나의 관계의 단면이구나....

난 너와 계속 살다보면 이 키위잼냄비처럼  이렇게 결국 다 끓어 넘쳐버리고 말거야....

넌 내가 키위잼냄비인 것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고, 그냥 냄비는 뚜껑을 덮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내안에 품은 것이 된장국인지... 콩나물국인지... 아니면 밥인지... 관심이 없지...

그냥 냄비는 뚜껑을 덮어야 할 것 같아서 덮은거야..

하지만 난 키위잼을 담고 있지...  게다가 밑에서 은근히 불도 때주고 있어... 좀 들여다 봐주지 그랬어?

불을 때고 있는지 아닌지.....  뚜껑을 열어도 난 풀썩풀썩 거리며 잼이 되어가고 있었을텐데... 아님 물어라도 봐주지?

내가 뚜껑 덮을까라고말이야...

넌 날 위한답시고 뚜껑을 덮어주어서 난 내 안의 모든 맛나고 영양가있는 엑기스를 꾸역꾸역 뱉어낼 수 밖에 없겠지...

넌  그러겠지?  아!  그게 키위잼이었어?   말을 하지 그랬어...

말했어.. 어제 저녁내내 서른개도 넘는 키위를 깎으며... 내가 너한테 말안했겠니?

나처럼 종알대기 좋아하는 여자가... 말을 안했을리 없잖아?

난 뚜껑을 덮으면 끓어넘치는 키위잼인데... 불을 세게 해줘도 안되는 그런 키위잼인데...

넌 날 그냥 빈냄비인것처럼.. 뚜껑을 덮는구나... 살펴보지도 물어보지도 않고....

이상했습니다... 화가 안나서... 낑낑대고 행주로 청소를 하는데... 평소와 다른 저의 태도가 걸렸는지..

남편이 전화를 하네요... 아까 전화 끊고 한 오분쯤 지난것 같습니다...

전화가 받기 싫습니다... 그냥...

받지 않았습니다... 정말 지긋지긋하게 끈적거리는 액체보다 더 딱딱한 것들을 다 닦아냈습니다...

이렇게 되도록 나를 방치하지는 말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늦은 출근을 하고... 점심을 먹는데... 전화가 또 울립니다...  받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할말이 없습니다... 내가 하는 이 생각들을 저사람이 들은척 해줄리 만무하니까...

이런건 처음이네요... 왕창 화내고 따지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이러이러저러저러 해서 당신이 잘못한거야 라며..)

그리고 한심해 하고... 늘 그랬던것 같은데...

그럼 그남자는 잠시 들어주다가 말합니다... 집에 가서 얘기합시다...

한번도 집에 와서 얘기한적 없지요... 그건 그냥 그만 하지의 다른 표현입니다....

게다가 화는 절대 내지 않습니다...   그렇게 여자는 가슴에 산더미 같은 답답함을 담고... 그저녁이 지나가면 또 묻혀지지요...

싸움을 하고 싶었습니다... 신혼때는...

정말 악다구리 같이 싸우고 화해를 하고 싶었습니다...

눈에 멍이 들고 피가 나도록 싸웠으면...

하지만 남편은 마치 겉으로 표안나게 사람을 두들겨 패는 기술자 같습니다...

그의 무던함... 조용함... 감정의 기복없음이..그리고 무관심...이. 저를 병들게 합니다...

늘 그남자는 여자를 위해 뚜껑을 덮을 겁니다... 제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보지 않구요...

그리고 끓어넘치는 여자를 기막혀 하고 이상해 할겁니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하고 말이예요...

정말 이상한 날입니다..

키위잼이 넘쳤을 뿐인데...

그러니까 말입니다... 단지 잼이 넘쳤을 뿐인데...

IP : 125.177.xxx.31
5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3.2 9:03 PM (210.107.xxx.93)

    서글퍼져 눈물이 나려합니다.
    가슴속에 묻혀잇는 시퍼런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힘내시고....
    전쟁을 한번 해보시길 권해봅니다....

  • 2. 전 그저..
    '12.3.2 9:06 PM (211.112.xxx.10)

    모든 이야긴 통화로...그러다보니 부부싸움도 통화로..그렇게 살다보니 5년 넘게 말안하고 살아가지더군요..아이는 이제 육학년..모든건 문자로...
    이야기라도 통화라도 하는 님이 참 부럽습니다...

  • 3. 다정이
    '12.3.2 9:11 PM (125.185.xxx.48)

    그러게 말예요,,
    키위쨈이 넘쳤을 뿐인데...
    제가 왜 눈물이 나려고 하는지..
    키위쨈이 넘쳤을 뿐인데요,,,,

  • 4. 토닥토닥
    '12.3.2 9:11 PM (59.14.xxx.42)

    저도 가끔 느끼는겁니다..가슴속에 미친듯이 불타오르는데 말을 뱉는순간 나만 비참해지는것 같아 대화자체도 거부하게 만드는 그런관계가 되어버렸습니다~~대화를 시도하는 그순간부터 아~~"난 이사람과 안맞구나"하는 더 큰 좌절감을 경험하게 되더군요

  • 5. 득도
    '12.3.2 9:18 PM (125.180.xxx.163)

    글을 너무 잘 쓰시네요.
    담담하게...그러나 하고자 하는 말을 정확하게...아주 적절하게 잘 표현해주셔서 저를 사색하게 만드시네요.
    지금 쓰신 글을 인쇄하셔서 남편 서재 책상 위에 올려 놓아 보세요.
    편지인냥...
    남편도 뭔가 느끼지 않을까요?

  • 6. ..
    '12.3.2 9:18 PM (1.225.xxx.41)

    글을 어쩜 이리도 문학적으로 쓰시는지..

  • 7. 아..ㅠ
    '12.3.2 9:25 PM (175.112.xxx.103)

    넘쳐 흘렀다 거기까지는, 정말 딱거기까지는 재미있게 읽었는데...ㅠ 그 뒤 글부터는 너무 슬퍼요ㅠㅠㅠㅠ
    내 얘기 같으면서 그래 맞다 정말 살퍼보지도 않고 그냥 덮어버리는 그의 무심함...내가 사는거랑 너무 닮았어ㅠㅠ

  • 8. 후..
    '12.3.2 9:34 PM (123.212.xxx.170)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저랑도 너무 비슷합니다..

  • 9. ............
    '12.3.2 9:45 PM (220.86.xxx.11)

    아......
    터놓고 얘기하세요

  • 10.
    '12.3.2 9:53 PM (119.196.xxx.96)

    명수필입니다. ㅠㅠ

  • 11. 공감
    '12.3.2 9:59 PM (211.207.xxx.24)

    글을 정말 잘 쓰셨습니다.

    제 남편은 ... 끓고 있는 냄비가 있던 말던 아예 관심도 없답니다.

    자기맘대로 뚜껑이라도 좀 덮어줄줄 알면 좋겠습니다.

    끓어 넘쳐보지도 못하고 저는... 바닥에 다 졸아붙어 시껌댕이가 되었습니다

  • 12. 나도 글잘쓰고싶다
    '12.3.2 10:00 PM (58.231.xxx.3)

    제목부터 내용까지..정말 감정이입되서 읽었습니다. 담담한 한편의 수필을 읽은 기분입니다.
    그래도 원글님은 행복하시겠어요. 이렇게 글로라도 감정을 표현할수있으니까요.. 전 혼자 매일 벽보고 아님 화분에 불주면서 혼자 이야기하곤하지요. 술생각이 간절하군요ㅠㅠ

  • 13. ...
    '12.3.2 10:06 PM (175.113.xxx.117)

    어제 오늘 제가 느끼고 있는 감정과 어찌 이리 흡사할까요........

  • 14. 한마디
    '12.3.2 10:16 PM (110.9.xxx.105)

    그런데 대부분의 남자 그렇지않나요? 키위쨈인지 김치찌개인지는 관심이 없더라구요.
    너무 깊게 생각하지마세요.

  • 15. 님 글 읽으니
    '12.3.2 10:21 PM (119.203.xxx.194)

    슬프네요.
    저도 그렇게 소통이 안되는 사람과 살아서
    동감, 공감합니다.
    이십년이 지나 그러려니 할때도 되었는데
    벽보고 사는것 같은 답답함이 가슴을 짓누를땐 질식할 것 같은....

  • 16. 후후
    '12.3.2 10:21 PM (119.67.xxx.75)

    내 남편이 원글님 남편 같았어요.
    소리 치고 싸우고 악다구니 오가고..그리고 나서 화해..요.
    네..저도 화해라는걸 해보고 싶었네요.
    그래 이러이러한 건 내가 잘못했어..그러니 너도 다음엔 저러저러한 일은 하지마..
    너의 관대함과 나의 부족함을 가감없이 열거 하면서
    부부지간에 할 수 있는 , 부부싸움 끝에 할 수 있는 그런 화해란걸 저도 해보고 싶었답니다.
    포기하고 세월이 흘렀는데요.
    작년에 제가 암에 걸렸어요.
    그 무디고 무딘 사람이 마누라 죽을까봐 난리더군요.
    당장 집 내놓고 시골로 가자고 하고 ..실제로 여기저기 집보러 땅보러 열심히 다녔네요.
    지금은 제가 그냥 살자 하는 중이구요.
    지금의 내 남편을 원글님 표현대로 하자면
    냄비 뚜껑을 언제 닫을까?..조금 있다가..지금..? 하고 물어보는 아주 자상한 남편이 됐답니다.
    제가 한다는건 다 밀어주는, 혼자 여행 해도 무조건 오케이지요.
    그 자상함이 젊은 시절엔 왜 없었는지..
    타고난 사람은 안돼는거 같아요.
    우리남편이 저리된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인거 같아요.
    와이프가 무지막지한 병에 걸리고 나서야 그 후유증으로 자상한 남편이 된게지요.

  • 17. 서늘해진다..
    '12.3.2 10:44 PM (14.43.xxx.98)

    그러니까 말입니다... 단지 잼이 넘쳤을 뿐인데... 단지 잼이 넘쳤을 뿐인데...

  • 18. ..
    '12.3.2 10:55 PM (211.246.xxx.232)

    나를 일반적인 경우로만 생각하거나 대하지 말고, 특별함을 가진 독특한 존재로 봐 주세요.
    일반적으로 잘하는 대접이 잘하는 게 아닙니다. 나에게 맞게 대해주는 것이 좋은 대접입니다.

  • 19. 12월20일
    '12.3.2 11:01 PM (119.70.xxx.19)

    추천하고 싶은 글이에요..
    늦은밤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네요..

  • 20. ㅡㅡ
    '12.3.2 11:09 PM (125.187.xxx.175)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글입니다.
    소통하고 공감하고 위로받고 싶은 아내.
    언쟁이 싫고 굳이 말 안해도 다 통하겠거니 하는 남편.
    두 분이 함께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라도 하면서 마음속 이야기들을 나눌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21. 쵸코토끼
    '12.3.2 11:52 PM (122.40.xxx.20)

    서늘하고 시린 그래서 더더욱 가라앉는 원글님께는 제 그릇이 작아 드릴말이 없지만
    정말로 잘 쓰신 글인거 같아요
    그냥 여기 게시판에서 우리끼리만 읽기 너무 아까워요

    혹시 다른 글도 자주 쓰시는지요
    냄비속에 그냥 담아두시지말고 적극적으로 글쓰기를 해보시면 어떨까요
    님께서 느끼시는 답답함이 활자로 책으로 자라난다면 조금은 덜 답답한 생활이 되지는 않을까요
    요 최근에 읽은 글 중에 가장 가슴에 와닿습니다
    수식도 꾸밈도 없이도 대상에 투영된 심리표현이 정말 감동적입니다
    마치 박완서님의 깔끔스런 단편을 읽고난 뒤의 느낌같았어요

  • 22. 제가 문학전공했는데...
    '12.3.3 12:24 AM (211.196.xxx.174)

    웬만한 수필에 뒤떨어지지 않네요

    저도 같이 가슴 먹먹해하며 읽었습니다...

  • 23. 내가사는세상
    '12.3.3 12:28 AM (175.193.xxx.146)

    위의 분 말처럼... 수필..하지만.. 피가 뚝뚝 떨어지는.. 수필이네요

  • 24. 아..
    '12.3.3 12:42 AM (112.161.xxx.121)

    추천기능이 있었더라면...
    요몇일 내 마음속을 읽는거 같네요..

  • 25. ...
    '12.3.3 12:52 AM (118.36.xxx.177)

    잘 읽었습니다..
    이걸 수필로 다듬어서 내보셔도 좋을거 같아요. 글이 매력적이네요.
    여자가 원하는게 이런게 아닐까요.. 냄비 속에 뭐가 있는지 한번 들여다봐주는 마음이요.

  • 26. ........
    '12.3.3 3:05 AM (211.108.xxx.43)

    뚜껑을 덮지는 않지만

    나중에 얘기하자
    나중에 말해 줄게

    이것이 끝인 것은 참 똑같습니다

  • 27. ---
    '12.3.3 3:08 AM (112.145.xxx.210)

    이해가 되어서...저도 같이 감정이입이 되어서 많이 울적해지네요..

    그렇게 넘쳐난 키위잼이...
    가스불을 끄고 시간이 지나니 딱딱하게 굳어버렸겠지요...
    끈적이며 딱딱해진 키위잼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다..
    이내 묵묵히 행주로 그 자국들을 닦고...또 닦겠죠.........

    냄비도 닦고 전기렌지도 닦고 말끔히 치우고 나면
    없던 일 처럼 될텐데..
    마음속 얼룩은 여전하겠지요...

  • 28. ..
    '12.3.3 4:54 AM (117.20.xxx.196)

    생각하게하네요. 나와 그.. 나와 그들과의 관계요..,

  • 29. 그남자
    '12.3.3 7:23 AM (1.236.xxx.193)

    22년을 자기 중심적으로 배려한 남자가 변할 수 있길 바래요 그래서 냄비 속의 키위쨈처럼 터져버리지 않았음 해요 -돌아 생각하면 그동안 님도 자기 중심적으로 남편을 배려했는지도 몰라요 남편도 또 다른 냄비 속에 키위쨈 -휴 영원한 평행선 - 한 숨 돌리고 또 기대를 가져보세요 그는 변할 수 있는 사람일거예요

  • 30. ......
    '12.3.3 10:23 AM (211.201.xxx.161)

    글 읽는데 눈시울이... 아.. 진짜 글 잘쓰시네요 ㅜㅜ

  • 31. 흠..
    '12.3.3 10:39 AM (124.5.xxx.44)

    햐~~~~ 님 글이 얼마나 많은 것을 시원하게 잘 표현했는지
    저 정말 가슴이 쌓인 찌거기가 다 날아간 느낌입니다.

  • 32. 아....
    '12.3.3 11:17 AM (218.236.xxx.45)

    지금 제가 원글님의 심정입니다.. 어찌해야할지요....

  • 33. 아롬이
    '12.3.3 12:42 PM (175.125.xxx.147)

    저랑 비슷하시네요..
    남자들은 왜 그러는 걸까요...

  • 34. ...
    '12.3.3 1:21 PM (123.246.xxx.24)

    너무나도 공감합니다. 어쩜 하시고자 하는 이야기를 이렇게 하실 수 있는지요?

  • 35. 잘 모르겠는데
    '12.3.3 2:32 PM (125.178.xxx.8)

    뚜껑 덮어준 건 그래도 나름 생각해서 덮은 거 아닌가요? 잼 만들 때 뚜껑 덮으면 안되는 거 잼 만들어 본 사람 아니면 모르잖아요. 아무 관심도 없는 남편보다는 낫고, 미리 말 안해 준 사람 잘못도 있는 듯. 말 안해도 다 헤아려 알아주는 사람이 어딨나요. 글 쓰신 원글님은 그런가요?

  • 36. 비우기
    '12.3.3 2:44 PM (112.187.xxx.180)

    당신과 나의 관계를 캐위잼에 투영시켜 담담하게 쓰셧네요

    저도 그 기분 그 감정 너무도 잘 알지요.

    나에 대해서는 무엇인지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기준에 부합된 행동만으로

    합리화 하는 사람과 23년을 살았어요.

    그 기분!! 참~~ 말로는 다 못하지요

  • 37. 관계
    '12.3.3 2:44 PM (115.0.xxx.125)

    글을 읽다보니 가슴이 먹먹하네요 ..
    물론 제가 아는 것이 다는 아니겠지만요. 심리학쪽을 공부하다보니까
    타인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거에요. 그에게는 그만의 우물이 있고,
    나에게는 나만의 우물이 있기에 완전한 이해도 불가능하죠.
    게다가 자기 자신도 온전히 알기는 어렵거든요.

    나 자신조차 온전히 알지 못하면서 타인이 나를 이해해 주길 바란다는 것이 어쩌면 모순이지요.

    나와 당신의 관계라고 하셨잖아요. 관계는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해요.
    나는 당신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나는 과연 당신의 냄비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다 알까요?


    우선은 나를 챙기는 것은 나여야 해요. 화가 나면 화가 났구나 .. 스스로의 감정을 귀 기울여 듣고
    그 화가 정말 남편에게만 향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포함되었는지 살펴보고
    그 화를 풀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좋지요.

    남편도 타인일 뿐입니다. 일심동체는 말도 안되는 소리이지요. 간혹 잘못된 인지로 스스로를
    틀에 가둬 힘들게 하기도 하지요. 나는 내가 사랑해줘야 합니다!! 그럼 힘이 나서 타인의 뾰족한
    말에도 거뜬히 넘어갈 수 있게 되기도 하고, 적절하게 화를 표현할 수 있게도 되지요.

    글 속에 사유의 힘이 느껴집니다. 정신분석에서는 안좋은 감정이 생기면 우선 방어기제가 작동한다고
    하지요. 그것을 풀 수 있는 방법 중에 글쓰기가 있답니다. ^^

  • 38. 저는
    '12.3.3 2:56 PM (118.127.xxx.40)

    남에대해서 (가족에 대해서도)..기대를 끊은지 오래라서인지 ...제가 착해서 인지 몰라도..글의 남편에대해 화가 나지 않습니다.
    잼은 님이 시작한 일이고 님이 완벽하게 마쳐야하는 일인데..어쩌다 남편이 뚜껑한번 덮었다고..이렇게 깊게 생각하고 (물론 소소한것에서 관계를 추출하는것은 훌륭할지라도)혼자 우울해하고 제가 남편이라면 너무 힘들거 같습니다..

    부인이 자니까 냄비 뚜껑이 열려있으니..뚜껑을 닫을수도 있죠..
    저도 잼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서 ...뚜껑을 열어야하는거 첨 알았습니다

    너무 사소한일에 의미부여하고 힘들어하시는거 같습니다..

    물론 잼 흘러넘친것 치우는건 힘들었을거 공감합니다..

  • 39. 원글이
    '12.3.3 3:00 PM (125.177.xxx.31)

    헉! 댓글이 많이 달렸네요... 이렇게 또 진심어린 댓글을 많이 받아본 건 처음이네요...
    감사합니다... 칭찬도 많이 해주시구요...공감해주신 분들도 많구요... 칭찬과 위로를 받고 나니... 기분이 훨씬 나아집니다...

  • 40.
    '12.3.3 3:02 PM (115.136.xxx.24)

    저도 비슷한 경험이 많아 완전 공감가네요...
    저도 미친 듯이 싸우고 화해하고 그래보고 싶어요..
    그냥 나 혼자 나 좀 알아달라고 울고불고.. 아무리 그래봤자 남편은 그냥
    냄비는 뚜껑을 닫아야한다며 뚜껑을 닫아요..
    닫아도 되는지.. 절대 상의하지 않더군요...


    근데.. 남자들이 이 글을 읽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하네요..

  • 41. 원글이
    '12.3.3 3:10 PM (125.177.xxx.31)

    그리고 제글이나 사고의 모순에 대해서 말씀해주신 댓글도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42. ...
    '12.3.3 3:16 PM (112.168.xxx.151)

    정말 글 잘 쓰시네요...

  • 43. 다르지만
    '12.3.3 3:22 PM (112.149.xxx.61)

    전 원글님 남편같은 성격이 오히려 더 나은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상대방 입장은 어쩌면 같을수도 있겠네요..

    전 좀 다른 성향의 남편이라...
    다혈질에 욱하는 성격
    남의 말을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네요
    무언가 이야기를 하려면 들어볼필요도 없다는듯이 자기혼자 성질 다내고
    차마 말할 여지도 주지 않습니다..

    싸우더라도 니얘기 내얘기 다하고 싶은 그 맘은
    원글님이나 저나 똑같네요

  • 44. 저도
    '12.3.3 4:38 PM (218.232.xxx.123)

    이런 비슷한 상황때문에 조금전에 언쟁이 있었습니다.
    전 울었는데..말해도 그때 뿐 조금 지나면 다시 원점.
    숨이 콱 막혀 죽을거 같아요.
    차라리 님 글이 절 위로해주네요.
    정말 숨막히고 짜증나요

  • 45. 일부러 로긴
    '12.3.3 4:57 PM (114.203.xxx.122)

    저 처음 이런데 댓글 달아봐요 제 신혼때 모습 보는 것 같아서요. 남편 잘못 없습니다. 남자들 보통 냄비안에 것이 뭔지 잘 안 볼 뿐더러 잼이란 것 알았어도 그거 뚜껑 열어놓아야 하는 건지 모릅니다. 어쩜 자는 아내를 깨우지 않은 것이 배려일 수도... 남자랑 여자는 구조 자체가 달라요.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책이 장기 베스트셀러이겠어요? 강추합니다. 글고 악하거나 이기적이진 않아도 자기 중심에서 생각하고 화내는 다혈질 아내와 사는 남자가 이 세상에서 젤 불쌍한 거에요. 저의 옛모습이 그랬었거든요. ... 살다보니 타인의 다름이 문제가 아니라 나와 구조가 다름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내 남편은 내가 고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다듬어가기 위해 주신 존재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남편이 아니었더라면 내가 어찌 인간 되었을까.... 지금 함께 늙어가는 남편이 더없이 소중하고 이젠 나와 비슷하면 못살 것 같아요.

  • 46. ...
    '12.3.3 5:07 PM (114.203.xxx.122)

    웬만하면 싸울거리들고 남편 직장으로 전화하지 마세요. 그 사람이 그 사회라는 정글에서 어떻게 힘들고 있을지 모르잖아요.

  • 47. 고양이하트
    '12.3.3 5:19 PM (221.162.xxx.250)

    회사에서는 사장님한테 욕먹고, 집에서는 뚜껑 잘못 닫았다고 욕먹고....

    여자는 내 마음을 못 알아준다고 가슴매고 있고,

    남자는 그래서 집에오기가 두려워서, 전화를 했더니

    전화는 받지 않고....

    아... 사는게 힘들구나

  • 48. 모리나리
    '12.3.3 5:51 PM (218.101.xxx.22)

    전 미혼입니다. 하지만 저도 님의 마음을 공감한다고 하면...좀 죄송한 일일까요?

    대화가 이어지지 않고 부정적인 일들은 다 내 탓이 되어서 돌아 오는것 같은 언사,

    "아, 내가 잘 못했구나. 좀 더 주의 했어야 하는데,,,"

    라고 말을 시작해 주면 덧납니까? 같이 사는 사람한테 적어도 널 위해서 100원 한 장이라도 아껴 보겠다고

    나한테는 5년 된 낡은 신도 비오는 날 새는 구멍이 아니면 신고 다니는 나한테...

    공주가 되길 바란거 아닙니다. 손에 물 뭍히는 거 설거지 하고 손 깨끗히 씻고 핸드로션 발라주면 된다고

    생각하고 항상,, 생각하고 다독이고 단속하고 눈치보고...

    행동을 고치기는 어려울 지언정 너는 말이라도 한번 신경써서 하는 노력이라도 하면 않되냐고.

    계속 너는 너 위주의 행동을 하고 나는 너한테 맞추려고 하다가 나는 터져 버리고 또 터져 버리고...


    자게글 읽다보니....바람난거 꼭 자야 바람 입니까?


    더러워서 참.


    이럴려면 똑같이 해주고 싶지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떠나 왔습니다. 더이상 제가 터지고 싶지 않고 더러운 사람으로 사는것 같은 기분으로

    친구들한테 욕하는거도 싫고 해결 되지 않고 얘기 할때 마다 나한테 뒤집어 씌우는거 에서 뛰쳐 나오고

    싶었어요.


    뭔가...조언을 제가 해 드릴 수도 여타 어떤 말을 해 드리기도 죄송하지만,,,

    세상에...맘대로 되는 것이 없겠지만

    적어도 제 아이들은 저보다는 자유롭게 살게 해주고 싶어서 많이 공부하고 있는데...


    뭐 원글님이 행복해 보이지 않는것은 아닙니다.

    제 입장에서 보면 부러워 보이는 것도 있어요.


    여튼 찐한 에스프레소 사약으로 들이키고

    몸에 좋지 않다고 해도

    와인에 치즈... 함께해 드리고 싶네요.


    패죽이는거 보다 지혼자 미쳐서 죽이는게 제일 화나는 겁니다.


    님!

    절대 그거 님이 이상해서 느끼는거 아니고 행복에 겨운 소리도 아닙니다.

    제 심정으로는

    민형사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멍석말이 해보고 싶네요. (님남편 아니고 제가 아는 사람...)


    저를 그렇게 아프게 했던 사람은 뒷말까지 한다고 하니... 겉으로 드러 내놓고 그 사람 주위 평판 더 나빠

    질까봐 조용히 나온 제가 ...갑자기 님글에 확... 크게 한 숨 쉬고 댓글달아 보네요.


    님!!!!!!!!!!!

    영화에서 본건데요, 레슬링장 같은데 가보심 어때요?

    여튼!!!!!!!!! 님!!!!!!!! 화끈한 스포츠랑 여가 추천합니다!


    우왕!!!!

  • 49. 모리나리
    '12.3.3 5:53 PM (218.101.xxx.22)

    아...님 남편이 바람났다고 말한거 같이 댓글이 보여서요...

    그게 아니라 다른 자게글 읽고 ,,, 또 제가 겪은 일 때문에 그런겁니다요...

    오해 없으시길요... 마음이 더 쓰여서 댓글답니다요.

  • 50.
    '12.3.3 6:03 PM (175.115.xxx.48)

    다혈질에 욱하는 남편 보다는 훨씬 나아요
    전 버럭버럭 하는 남편과 사는데요 제발 님 남편처럼 고요한 사람과 살고싶어요
    속에서 화가 더 쌓여요 버럭쟁이는 오히려 더이기적이라 자긴 되고 남이 그런 꼴은 못보죠
    용납이 안되요 닦으면서 짜증은 무지하게 나시겠지만 님 남편분은 양반이세요

  • 51. 윗님
    '12.3.3 6:18 PM (175.210.xxx.23)

    저희랑 상황같아요 자긴되고 자식이나 남에겐 자기기준잣대넘으면 남과는 인연끊고 자식은갈구죠 전우울증 불안장애 랜덤으로선물 받고 살고있어요 갠적으로 통화라도하고싶네요 써우면 일주일열흘밥도집에서안먹고 공포분위기조성하죠 파묻어버리고싶어요

  • 52. 저 원글님
    '12.3.3 7:59 PM (110.15.xxx.145)

    댓글은 너무 많아서 못읽고 원문만 읽고 댓글달아요.
    울집 신랑이랑 많이 비슷해요.
    신혼초엔 다른건 몰라도 가스밸브만큼은 꼭 잘 챙겨서 잠궈주는 신랑이 고마웠는데...
    어느날부터인가 제가 뭔가를 졸이거나 가스불 작게 해놓고 오래끓여야하는 뭔가를 올려놓았거나
    군고구마를 구울때도 확인하지도않고 항상 그냥 밸브를 잠궈버리더라구요.
    항상 몰랐다면서....ㅠ.ㅠ
    이제는 잠겨진 밸브보면서 항상 제가하는말...
    "어이구~밸브하나는 또 잘잠궈여~~어이구~~"

  • 53. eunju
    '12.3.3 8:10 PM (1.177.xxx.37)

    이 글 보는데 눈물이 났어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저 원글님 툭툭 털어내고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 54. 캐디
    '12.3.3 9:35 PM (180.67.xxx.24)

    친정엄마가 삼십오년을 그렇게 사셨네요..
    신혼때 차라리 날 때리라며 아버지께 사정했다 하더라구요.. 치고박고 싸우는게 낫다는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 ... 힘내세요..!!

  • 55. 동감
    '12.3.3 10:11 PM (218.152.xxx.246)

    감성이 뛰어나신 분입니다.

    감탄하고 갑니다.

    이참에 작가로 한번 데뷔하심이.. 진심입니다

    일단 82님들 마음을 울렸잖아요 ^&^

  • 56. 먹먹
    '12.3.11 1:33 PM (112.149.xxx.82)

    수핑한편 읽은것 같아요.
    마음이 아리아리...

  • 57. ㅠㅠ
    '12.3.20 11:28 AM (124.49.xxx.7)

    키위잼.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8562 축하해 주세요. 4 좋은날 2012/03/05 685
78561 초등3학년 교과서 학교에 두고다니면 없어지기도 하나요? 6 절약조아 2012/03/05 1,137
78560 밴딩(고무줄바지)가 흘러내려요 3 바지값아까워.. 2012/03/05 5,361
78559 애는 의지 충만, 공부 열심, 성적은 최고가 3등급.. 이거 인.. 8 고3 2012/03/05 1,592
78558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을 청와대에서 주도해.. 2 참맛 2012/03/05 428
78557 혀에 짠맛이 가시질 않네요. 4 이상해요 2012/03/05 5,601
78556 아들냄이 중3인데 백팩 추천해주세요 4 가방 2012/03/05 573
78555 영어공부 추천...? 1 공부하고싶당.. 2012/03/05 560
78554 제가 예민한건가요? 21 망할 남편 2012/03/05 3,414
78553 스마트폰 조건좀 봐주세요~(바가지 쓴것 같아요 댓글 절실) 23 여름 2012/03/05 1,471
78552 영화 래빗홀 보고 궁금한게 있어요 1 wlsk 2012/03/05 395
78551 택배라고 집에있냐 묻더니 깜깜무소식이네요 3 뭔일 2012/03/05 1,151
78550 어제1박2일 어떠셨어요? 8 시청자 2012/03/05 2,805
78549 키플링, 레스포삭 가방의 장단점이 뭔가요. 10 사말어 2012/03/05 5,526
78548 면생리대 쓰시는 분들 세탁요~~ 9 성가셔라 2012/03/05 2,138
78547 옷을 너무 못입는 남자친구.......짜증나요 8 속물????.. 2012/03/05 10,781
78546 김나윤, 박제현 엄마 미모 대단하더군요. ㄷㄷㄷ 24 와우 한 미.. 2012/03/05 21,633
78545 암웨이 제품 이건 정말 좋다 하시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8 궁금해요 2012/03/05 2,740
78544 다이어트 시작했습니다. 4 .... 2012/03/05 973
78543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도 될까요? 10 전업주부 2012/03/05 4,152
78542 시의원은 입원시 병원비가 지원되나요? 1 질문 2012/03/05 397
78541 속이 몇일재 메스꺼운데 봄이라서 그럴까요? 2 갈까말까 2012/03/05 574
78540 에르메스 입점한 국내 면세점...? 2 ... 2012/03/05 1,577
78539 3월 5일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세우실 2012/03/05 306
78538 접시 아래 놓는 천...그거 뭐라고 하죠? 8 생각안나ㅠ 2012/03/05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