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과장 진급 대상이었는데.... 안 됐습니다.
아이 낳기 3일전까지 출근하고.. 딱 90일 출산휴가만 쉬었지요..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그래도 과장은 달고 나간다고 버텼어요.
단 한번도 의심한 적 없는데.... 정말 열심히 일했고 팀장 평도 좋았고 고과는 진급 대상자 중에서 제일 좋았습니다. 작년에 회사 전체 손익이 안 좋아서 올해 TO 가 50% 미만 이었던 것도 있었고 작년에 누락된 사람들 1순위로 시켜 주는 바람에... 안됐어요.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어젯 밤에 울었어요... 당장 그만둘 자신은 없고 그나마 육아휴직이라고 하겠다고.. 나 없이 한번 해봐라...하는 맘에 그러겠다고 맘 먹고 겨우 잠들었어요. 결과 안 이래 2~3일 잠을 못 잤거든요...
제 성격이 좀 모나서 자존심이 엄청 셉니다.. 이번에 제가 진급대상자 인것도 다른부서나 사업부 사람들도 다 알구요... 전 제가 떨어지리라고는 의심도 못해봤는데.... 앞으로 그 사람들 어찌 볼지도 걱정이고..
제 스스로 이렇게 조직에 쓸모없는 사람이란 생각도 들고요.. 믿었던 팀장한테 배신감도 들고요... 마음이 정말 아프더군요.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 전환 할겸 뭘할까? 머릿속에 떠 오르는데.... 아 이거하면 얼마구나...아 이거하면 얼마구나 가 떠오르더군요... 그 동안은 돈에 대한 부담감 없었는데 이제 수입이 반 이상 준다고 생각하니..... 쉽게 뭘 먹으러 나가겠다고 결정이 안 되더라구요... 이런 상황에서도 돈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1년 쉬면서 내가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물론 육아휴직 하면 100만원은 나오겠지만...(이것도 반은 복직해야 준다더군요...)
그리고 육아휴직 후 복귀하면 진급은 더 멀어지겠죠...... 거의 퇴직을 고려하고 하는 결정이어야 하구요.
법인 바꿔서 육아 휴직 08년생 아이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해서 아이 학교 들어가면 쓰려고 했는데... 지금 이렇께 써 버리는게 최선일까란 생각도 들고요...
가장 큰 복수는 앞으로 칼퇴근하면서 하고싶은 일만 하면서 반항(?)하면서 내 연봉 챙기는게 더 낫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전 30 대 초반이고... 연봉은 4천 후반이고요... 아이는 이제 5살 됐어요. 부모님이 근처에 사셔서 아이 유치원 보내주시고 끝나면 데려다 다 챙겨주시고... 저 퇴근하면 저희집으로 데려다 주십니다. 며느리 일하라고 엄청 지원해 주시죠.... 애한테도 너무 잘해주시고......... 이렇게 시부모님이 잘 해주시니 육아휴직 명분은 더 없어 지는것 같아요.... 그 어릴 때도 버티고 다녔는데 이제 다 컸는데 육아휴직이라니.... 진급누락 됐다고 자존심 상한다고 육아휴직이라.....
맘 편히 다 놓고 저도 좀 쉬고 싶은데.... 그냥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저도 좀 쉬고... 아이한테도 바쁘고 힘든 엄마가 아니라 다정하고 여유있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놓기가 쉽지가 않네요... 집에서 남편이 번 돈 막 쓸 자신도 없구요...
제가 왜 이렇게 돈에 연연하는지도 모르겠네요.... 남편도 대기업이고 연봉은 비슷하고... 회사 잘 다니고... 시댁도 아주 잘 사시고요.... 저 그냥 확 다 놓고 싶은데.......
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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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많이 달아주시고 너무 감사드립니다. 현실적으로 후회할 수 있겠죠.. 그러니 저도 먼저 그런 걱정하는 거구요...
생계형 맞벌이면 드럽고 치사해도 버틴다 하겠지만 먹고 살만하니 속상하다고 휴직도 생각하는걸테구요....
이번에 같이 떨어진 남자동기는 휴직할 수 있는 제가 부럽다고... 자긴 외벌이에 애가 둘이라 참고 버틴다고.... 생각보다 진급누락의 충격은 다들 크답니다....
물론 회사는 당장 한두달은 불편 하겠지만 저 없이 아주 잘 돌아 가는것도 알구요.... 그런데 내가 이렇게 쓸 모 없는 존재 였는지도 너무 자존심 상하고...배신감도 느껴지고..... 당장 다음주 부터 회사가서 다른 사람들 얼굴 볼 자신도 없네요....
대학졸업하고 바로 입사해서 7년 넘게 한길만 보고 왔는데.... 결과가 이러니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입니다.....
(물론 인생길게보면 진급 한해 누락되는거 별거 아닐 수 도 있겠지만요.....)
저보다 형편 안 좋은 친구들도 다들 그냥 외벌이로 사는데 전 왜 이렇게 놓지 못하고 갈증하는지 제 성격도 싫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