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학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었어요.
진짜 학교도 엄마가 날라다주고 데리러오고 하다가
거의 처음 지하철을 타봤었을거에요.
도를 아십니까가 붙었는데 너무 무서워서 울고 불고 역무실에 가서 하소연했는데
그 사람들이 저를 좀 이상하게 생각했던거 같아요.
화장하고 파마하고 딱 봐도 성인 같은데 그게 뭐가 무섭다고 그랬을까요.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에 현대백화점으로 장을 보러 갔어요.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연어도 담고 명란젓도 싸달라고 하고 체리였나 멜론이었나 수입과일도 담고...
했더니 그때 물가로 8만원이더라고요. 진짜 깜놀...
돈이 없어서 싸게 산다고 이대앞에서 왠 부직포 같은 코트를 사고
머리를 파마했는데 영양가가 없어서 다 엉켜있고
교양수업을 처음 들어갔는데 "쪽글"을 써오라고 했는데 동아리에서 사람들이 쪽글 쓸때 보니까 노트 찢어서 손으로 막 쓰길래 그런건줄 알고 노트에다 끼적거려 갔다가 교수님이 이거 누구냐고, 한소리 듣고...
같이 수업을 듣던 애가 사은품 립스틱 받으려고 저를 고객으로 데려가서 이상한 듣보잡 세트화장품도 사고
비오는 날 집에 오다가 어떤 남자가 우산 씌워준다고 하다가 큰일 날뻔도 하고...
방학때 엄마가 한국왔다가 저를 보고 정말 혀를 끌끌 찼던 생각이 나요. 이게 뭐냐고...
진짜 저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엄마가 저를 두고 갔던거죠.
차돌박이된장찌개는 차돌로 된 뚝배기에 나와서 차돌박이된장찌개라고 생각했고
예쁘다고 초록 렌즈를 사서 며칠씩 안 빼다가 큰일 날 뻔도 했어요.
외롭다고 여기저기 전화하다가 전화비만 몇십만원이 나오질 않나
친구가 소개한 이상한 남자가 결혼하자고 해서 그럼 학교를 그만두고 결혼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ㅎㅎㅎ
진짜 무모하고 어리던 시절...
저는 저희 딸이 대학생이 되어 혼자 산다고 하면 절대 반대할거 같아요.
제 경험으로는 사람이 대략 이십대 중후반은 되어야 천지분간이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