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는 항상 성실하지만
늘 말이 없는 남편이예요. 신혼초부터 제가 애교로 이말 저말 회사일도 물어보고 애들이 생기고는 애들얘기도 하며
대화를 이어 갔어요. 그런데 이제 40대 중반이 되니 이런 일도 지치네요.
특히 요즘 인사철이라 회사 일로 맘이 좀 복잡한 것 같아
눈치만 실컷 보다 근 한달을 얼굴도 좀 핼쓱한 것 같아 한방차에
야채주스 대령하고 날마다 기분 살피면서 회사일 물어보고
그래도 거의 얼굴은 티비 고정에 응, 아니 정도 수준을 대답하네요.
워낙 아버지 안계신 집안 장남으로 남에게 어려움을 나눈 것이 없이
힘들게 살아온 탓도 있구요. 성격도 좀 그렇구요. 이제 근 한달을 이리 눈치를 살피며 지내니 너무 우울해서
이젠 퇴근해도 간식 챙겨 놓고 그냥 방에 들어가요.
이전 같으면 티비 보는 옆에서 옆 얼굴보면서라도 애교도 떨고 같이 티비도 보고 했는데....
그런데다 요즘 오십을 바라 보는 나이에 전셋집에 이것 저것 문제가 생겨 집주인 눈치보며
보수 얘기 꺼내는 것도 너무 힘겹게 느껴져요. 결혼 후 내집 한번 없이 일곱번째 전셋집이예요. 그것도 복도식 24평.
특별한 불행도 없고, 남편이 불성실 한 것도 아니고
늦게 나은 아이들이 아직은 초등 저학년이라 크게 말썽피우는 것 없이 아직은 귀여울 때지만
이 나이때까지 전세살이에 늘 상 집주인 눈치 보는 것도 너무 서글퍼요. 한 두번 빼곤 갈때 마다 문제가 있어서 이리 저리 맘을 졸였네요. 심지어 욕실 바닥이 물이 세서 아랫집에서 난리가 났었어요. 저희 부주의도 아니고 그런데도 아랫집 계속 저희 집에 와서 신세 한탄이고. 또 한번은 확장한 집에 누수가 생겨서 빗물이 계속 스며서 결국 가구 까지 썩어들어가는데
배째라 하는 주인, 결국 만기 이사할 때까지 없던 비염도 생기더군요.
저기 시골 변두리에서라도 이 전셋값으로 집한채 사서 맘편히 살고 싶어요.
남편보고 서울 직장에 기숙사 생활하고 전 애들데리고 친정근처 변두리로 가겠다고 했어요.
더 큰 불행과 인생의 문제 가운데 고민하시는 분께는 죄송하지만
그냥 흐린 날씨 탓인지 힘겹게 느껴지네요.
한심한 어리광 같아서 친구한테도 나누기 힘들어 자게에 속풀이 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