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딸을 친정에 맡겨놓고 금요일마다 만나는 이산가족이에요
남편이랑 셋이 누워서 잘 준비하는데
남편이 그동안 친구 랑은 뭐하고 놀았냐고 말을 걸었어요
지난 주 헤어질 때 제가 딸이 제일 좋아하는 과자 구운양파를 한 봉지 사줬었어요
윗 집 사는 친구한테 놀러오라고 전화를 받고 그 과자를 들고 놀러갔었대요
딸이 그럽니다
"그런데 슬기는 그 과자 너무 맛 없어서 안 먹는대, 그래서 나는 너무 슬퍼서 혼자 울었어..."
그러면서 시무룩해지는데
정말 별거 아닌데 남편이랑 저랑 너무 측은한 맘에 눈썹이 세모가 돼서 웃었어요.
제일 좋아하는 친구랑 제일 좋아하는 과자를 나눠먹을 생각에 달려갔을텐데.
거기서 엄마도 할머니도 없이 혼자 울었을 거 생각하니 괜히 측은해지더라구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식탁에 놓인 구운양파를 봐도 달라는 소릴 안하네요 ㅋㅋㅋ
아직 어린이 집도 안 다니고 동네 그 친구 하나 밖에 몰라요.
놀이터 가도 아이들 좋아해서 슬쩍슬쩍 말걸고 그러던데.
아 앞으로 사회생활 하면서 친구들이랑 상처받을 일 투성인데
제가 너무 맘이 강하지 못한거겠죠..
친구랑 놀다가 장난감 갖고 싸운거라면 제 맘도 아무렇지 않았을텐데
며칠동안 자꾸 생각이나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