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득 클래식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4학년 9반 아짐입니다....
그냥 어느날 부턴가 클래식음악이 아주 편안히 느껴지면서 마음이 가더라구요...
얼마전에 정경화바이올린 독주회에 다녀왔거든요... 클래식 음악회는 몇번 안가본것 같아요...
뮤지컬이나 연극공연관람은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날 독주회에서 본연주곡은 좀 어려웠구요.. (잘모르니 당연하죠)
앵콜곡을 10곡정도 연주해주셨는데... 우리귀에 아주 익숙한 곡들이었어요...
음... 근데 정말 그 곡들이 가슴을 울리는 느낌이 들면서 감동스러웠어요... 해서 정경화 바이올린 씨디를 구입했습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씨디를 틀었는데말이죠...... 아! 이소리가 아닌것 같은데 하는 느낌이 딱 들데요...
저희집 오디오가 미니 콤퍼넌트랍니다... 휴... 정말 여지껏 아무불만 없이 잘 써먹었던 녀석인데...
한번 뭐가 아니다 싶으면 해결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몹쓸 성격의 소유자랍니다.. 제가
음악을 틀고 싶지도 않더라구요... 게다가 우연히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제가 요즘 클래식이 좋아진다는 얘길 하니까 친구가 그럼 이음악 한번 들어볼래? 하고 틀어준 음악이 이네사갈란테라는 소프라노의 음반이었습니다...
노르마라는 오페라 아리아라는데... 정말 소름이 돋게 좋았습니다...
고심끝에 그 씨디도 주문을 했습니다... 배달된 씨디를 가슴벅차하면서 틀었는데.. 또...
또또! 아니데요..
친구네 집 오디오는 십년전쯤에 6백만원도 넘게 주고 산거랍니다...
흐미 그런 기계로 볼륨을 한껏 높이고 들었던 아리아를 제걸로 들을려니... 참...
에이 이제 밥도 먹기 싫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오디오란 단어를 치며 며칠동안 미친듯이 돌아다녔습니다..
머리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전에는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전축코너가 있어서 구경도 하고 소리도 들어보고 그랬잖아요...왜...
요즘엔 그런 오프라인이 거의 전멸이네요.. 아마도 엠피쓰리와 스마트폰 때문이겠죠... 알수없는 용어들... 엠프 이퀄라이저 리시버 등등... 게다가 요즘엔 이걸 예전처럼 묶어놓은 모델보다 다 풀어헤쳐서 파는 시스템이더라구요... 못살아 정말... 겨우 스피커와 엠프라도 있으면 일단은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걸 아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혹시 오디오에 대해 잘아시는 분들은 비웃지 말아주세요... 전 정말 열심히 공부한거랍니다... 근데 세상에 뭔 엠프가 그리 비싼거래요... 저는 의기소침했습니다...급기야는 좋은 소리를 내는 오디오 하나 가지면 소원이 없겠다 뭐 그지경에 이르른 거죠.. 뭐 ! 마치 상사병처럼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제겐 돈이 없습니다... (돈은 저를 싫어합니다.)
최소한 백만원은 투자해야 될것처럼 보이는 기계들을 들여놓을 돈이요...
그래서 차선책으로 중고시장을 뒤졌습니다...며칠을 뒤지다 보니... 아주 오래된 인켈오디오를 저렴히 내놓으신 분이 계시네요... 흠! 튜너랑 스피커도 손을 보셨다구 하구요... 사진으로 보니 기계도 아주 깨끗하네요..
갖다 주실수도 있다고 했는데... 제가 가겠노라고 했습니다... 소리를 들어보고 결정하겠다구요(쥐뿔 아는것도 없으면서요)
씨디를 챙겼습니다... 이네사 갈란테의 씨디를...
이노래가 근사하게 들리는걸 확인하고 데려와야지... 하면서요...
참... 근데 걱정이 문득 들데요... 통화를 한분이 남자분이었어요.. 전 혼자 가야하는데... 아는분도 아니고...
갑자기 별별생각이 다드네요... 어쩌나 어쩌나... 남편은 그런데 같이 가자고 하면 아마 절 한심하게 쳐다볼뿐일거구요..게다가 세상일을 혼자 다하는 것처럼 바쁘신분입니다요.
생각끝에 동생한테 전화했습니다... 제가 갈곳 주소랑 번호 알려주고.. "언니가 이곳에 갈거니까... 연락이 안되거나.. 무사히 나왔다는 연락이 없으면 신고해줘!" 그러구요... ㅎ ㅎ
근데 막상 도착해보니 안주인도 같이 계셨더랍니다... 게다가 어찌나 꼼꼼하고 친절하신지...
제가 집에 가져가서 또 안되는 게 있을까봐 엠프를 멀리 까지 있는 오디오수리점까지 가지고 가셔서 점검을 받으셨더라구요.. 그리고 현재는 괜찮으나 조만간 고장이 날듯한 부품도 갈아주시구요.. (수리비 영수증 보여주시더라구요)
아시다시피 오디오의 뒷면은 정말 제주도의 미로공원보다 더 복잡하고 어렵잖아요...
제가 오디오 문외한이라고, 연결방법도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미리 말씀드렸었거든요..정말 연결상태를 사진이라도
찍어올 요량이었어요... 근데 비슷비슷한 케이블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찍어야 소용없겠더라구요...
아저씨께서 케이블마다 꼽아야 될 곳을 포스트잇에 그림으로 그려서 붙여놓으셨더라구요...
정말 감사했어요... 엠프도 뒷면까지 먼지하나 없구요...이십년이란 세월이 무색하게 깔끔하고 깨끗하게 관리하셨더군요
게다가 직접 다 들어서 제 차에 실어주셨어요... 참 제가 들고간 씨디가 있었죠? 그거 한번 틀어봐 주십사 하고 음악이 나오는데... 글쎄요.. 친구집에서 들었던 소리보다 좋은지 어쩐지는 모르겠어요... 솔직히.. (워낙 문외한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음악이 나오는 순간 너무 행복했어요... 저희집 미니 오디오로는 느낄 수 없는 바닥이 울리는 묵직하고 풍부한 소리때문에요... 집에 오는 내내 마치 예전에 미팅에서 제맘에 드는 녀석과 파트너가 되어서 행복했던 그때처럼 들뜨고 설레고.. 그랬답니다...저녀석을 싣고 집에 와서 아들놈하고 머리를 맞대고 설치를 했답니다...그리고 지금까지 음악을 듣고 있답니다... 비록 세상에 나온지 스무해가 다되가느 녀석이지만.... 등치가 커다란 시커먼 녀석이 우리집 거실을 점령하고 있지만(이런거 못참았었어요.. 전에는) 아주 행복합니다... 저녀석의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는 없지만요 (제가 능력이 안되잖아요) ... 그냥 훌륭한 녀석이라 믿고 예뻐해줄겁니다... 비록 어느날 제가 귀가 트여서 지금의 제모습이 어이없을지도 모르지만.... 실로 오랜만에 얼굴이 상기되도록 두근두근 설레이며 보낸 오늘 하루였답니다...
행복은 그런거 같아요... 별거 아닌거에서 오는거 같아요... 저에게 저녀석을 수리비만큼도 안받고 보내주신 전주인께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