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속신앙의 형태인 무당, 주술과 같은 샤머니즘적 요소를 차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구미호의 둔갑술이나, 환생, 액받이 무녀나 씻김굿과 같은 다소 황당한 극적장치들도 전설이나 설화를 들으며 자란 우리네 한국 사람들의 정서에 닿아 있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도 공통점일 수 있겠습니다.
또 하나 공통점은 해품달 연우의 아역이었던 유정양이 새끼 구미호로 출연해 아역 양명군이었던 이민호군과 함께 출연했던 점이고, 아역들의 연기가 두 작품 보다 작품을 빛나게 해주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네요.
두 작품의 차이점은 여우누이뎐은 구미호 설화라는 민간에서 구전으로 전해지던 설화를 극화한 것으로 짐승이 인간으로 둔갑한다는 전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만을 믿는 현재의 우리에게는 믿기 힘든 판타지적 세계를 극화한 반면, 해품달은 비록 가상의 왕조이기는 하나 조선 어느 왕조에서도 있었을법한 권력투쟁 가운데에서 희생된 힘없는 가문의 세자빈과 그를 사랑하지만 힘이 없었던 세자의 사랑이라는 현실성 있는 스토리를 극화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물론 세자빈에게 살을 날려 아프게 했다거나 무당이 된 세자빈이 다시 신원 복권이 되어 중전에 오른다는건 조선시대의 유교식 절차적 가치관에 맞지도 않고 현실성도 없긴 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이긴 합니다만 해품달은 여우누이뎐보다 현실성 있는 스토리에 더 큰 바탕을 두고 있는데다가 궁중사극인지라 왕권과 신권의 팽팽한 대립, 그리고 왕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종친과 외척들의 술수와 같은 정치적인 요소들로 충분히 극 전체의 무게감을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판타지를 표방한 여우누이뎐을 해품달보다 더 현실적이고 무게감있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봤더니 그 이유는 단순히 스토리에 대한 공감과 캐릭터에의 이입이었습니다.
자기 자식을 살리겠다고 남의 자식을 죽이려는 사람들의 이기심에 대한 분노, 자식을 잃고 분노하는 어미에 대한 연민과 동정, 나쁜 사람들에 대한 복수와 응징으로 느껴지는 통쾌함. 원수의 자식을 거두었으나 결국 원수의 자식으로 인해서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며 복수는 복수를 낳을뿐 근본적으로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교훈까지... 스토리가 주는 메세지들이 분명했고 이 스토리들이 배우들의 물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호응을 일으켜 종국에는 명품드라마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만들었습니다.
아직 해품달이라는 드라마가 종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드라마에 대한 평가를 하기 많이 조심스럽습니다만 아역이후 본격적인 성인역으로 들어가면서 드라마 자체의 스토리라인의 흐름이 상당히 산만해지고 모호해져 어떤 부분에 공감을 하고 이입을 해야할 지 갈피를 잡기 힘들더군요.
특히 성인역할들의 연기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캐릭터에 이입해서 극에 몰입하고 공감을 사기에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어떤분은 월은 연우가 아닌데 자꾸 제작진이 연우라고 우긴다고 농을 하기도 합니다.
해품달을 보며 유치하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많으셨어요. 하지만 그 소재의 유치함도 여우누이뎐처럼 작가의 스토리를 풀어가는 힘과 연출력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서 명품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저는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뿌나로 sbs 에서 대상을 탄 한석규씨가 수상소감으로 드라마는 종합예술이며 대본, 연출, 연기가 아울러져야만 비로소 빛을 발한다고 하셨습니다. 해품달을 보며 그 발언의 무게감을 상당히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