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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직업과 적성 : 조언이 절실히 필요해요 ㅠ.ㅠ

절실녀 조회수 : 1,797
작성일 : 2012-02-16 17:26:14
신상이 털리는 것을 각오하고 자세히 써보겠습니다. 
82쿡에 계시는 여러분의 지혜를 구하고자합니다. 


영어권 나라에 사는 삼십대 중반 미혼녀입니다. 
예체능을 일본에서 공부하다가 지진 이후로 
가족이 있는 지금의 나라로 돌아왔구요. 
지진이 귀국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오랜 외국 생활에 많이 지쳐있기도 했어요.

이 나라에서 취직을 하려니 예체능 학위로는 힘들어서
일어를 사용하는 콜센터에서 잠시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도저히 적성에 안 맞고 마음이 우울해져서 그만두었구요.
그만 두고 차라리 공부를 해서 자격증을 따고 난 후 취업을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여러군데 원서를 내보았네요. 
그러다가 예체능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치료사 과정에 합격을 했는데
조사를 해볼 수록 취업이 아니라 개인 클리닉을 내는 졸업생들이 대부분이더라구요.
아무리 적성에 맞는다고 해도 취업이 안 되면 지금과 다를게 없다고 생각하여
마침 원서 마감이 하루 전이었던 로스쿨에도 원서를 내보았습니다. 

솔직히 법대는 학부 입시 때 떨어진 경험이 있어요. 
예체능으로 방향을 전향한 후에는 미련없이 잊고 살았고요.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엄마가 법대 이야기를 꺼내셨고 저는 별 생각없이 원서를 넣었네요.
여기 시스템은 원서 내는 것이 아주 간단하더군요. 특별히 시험도 없고
수능과 학부때 성적으로만 입학이 가능합니다. 
아무튼, 원서를 내고 열흘 쯤되어 합격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예체능 학부는 학점 관리하기가 타 과보다 수월했구요, 그래서 성적도 괜찮았습니다.
학비도 전에 응시한 예체능 치료사 과정과 거의 비슷하고
취업율을 비교하면 치료사보다는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에 
합격 통지서를 받고서는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내내 마음고생 하신 부모님은 뛸듯이 기뻐하시고, 물론 저도 기뻤어요. 
낮아졌던 자존감이 조금 회복되는 것도 같았구요. 


근데 그 기쁨이 딱 하루가 가더라구요. 


그 후에는 내내 고민중입니다. 
예체능으로 방향전환을 한 후, 더 행복해졌고, 이 길이 맞는 길이라고 확신을 했었어요.
하지만 재능이 부족해 취업이 안되는 걸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도 괴로운 건 사실이었구요.
물론 예체능은 평생 취미로라고 계속 하려고 합니다.  

MBTI에 대해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 유형이 ISFP입니다. 
내성적인 성격이에요. 
남 앞에 나서는 것 싫어하고, 
겸손하고(=의도적 겸손이 아니라 자기 PR을 못해서)
동물이나 어린애들 좋아하고, 
논리적 사고를 한다기보다는
감정적이고, 예민하며,  우울한 기질도 있습니다. 
쉽게 거절을 잘 못하는 타입입니다. 
굳이 로스쿨에 어울릴만한 성격적 부분을 꼽으라면
잘잘못을 따지는 습관이 있고
교과서적인 도덕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긴합니다만
이런 모습은 제가 고지식하고 싸가지(?)가 없어서인것 같기도 하네요-.-;; 

합격할 거라는 확신이 없었기도 하고, 원서를 넣을 당시 제가 너무 힘든 상황이기도 해서
제대로 생각을 하지 않았던 부분이 많습니다. 



여기서 조언 부탁드릴께요. 
이런 성격의 저도 로스쿨에서 살아남아서 취직을 할 수 있을까요?
꼭 법조인이 아니라도, 정부기관이나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예민하고 쉽게 우울해지는 성격인데 로스쿨에 들어가서 치열하게 공부하며
그 스트레스를 감당해 낼 수 있을지 엄두가 안나네요. 
어떤 따끔한 질책, 충고, 조언도 달게 받겠습니다. 
꼭 법조계에 종사하시는 분만이 아니라
적성과 직업에 대해서 고민해보신 적이 있으신 분이 계시면
충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 복 받으실꺼에요!


IP : 124.149.xxx.120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2.16 5:37 PM (112.161.xxx.67)

    일단 적은 돈이라도 회사라는 곳에 취직해서 일년만이라도 근무를 해보시는건 어떠세요?
    콜센터를 비하하는것은 아니지만 요즘의 콜센터는 쉽게 시작하고 쉽게 그만두게 되어서 회사생활을 느끼시히엔 힘들다고 생각해요

    친구가 있었어요. 대학졸업후 대학원준비로 영어공부 일년 집안형편으로 대학원 진학이 좌절되자 공무원시험으로 몇년... 그친구와 어느날 속터놓고 이야기하자 이제는 회사생활이라는 것이 너무 크고 두렵게 다가와서 이런저런이유로 공부해서 성공하겠다는 유예를 받고있다고 하면서 스스로도 문제는 아는데 계속 미루더라구요.

    일단 공부를 하시더라도 통상적인 회사생활에 대해서 느껴보세요. 조직내에서의 생활은 내성적이다고 외향적이라도 유리하다라도 단언할수 없습니다. 외향적인사람 사교성은 좋지만 항상 분주하고 해내는 일은 없고 차분하게 업무진행하지 못하는 분 여럿봤어요. 처음에 직원들이랑 잘지내고 하니까 점수 따다다고 결국엔 업무가 받쳐주지 않으면 결국 내쳐지더군요. 회사생활 해보세요. 크고작은 스트레스있고 그속에서 작은 성취감도 느껴보세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적당한때에 의견을 피력해보는것 등등등 이 현재 님에게 필요한것 같습니다.

  • 2. ok
    '12.2.16 7:12 PM (221.148.xxx.227)

    30대중반, 로스쿨..
    젊은애들 대학졸업하고 가는마당에 지금가서 로스쿨 졸업하면 거의 40. 돈은 몇억들고...
    그후 시험봐야하구요..
    좀 늦은감이 있어요
    죄송하지만 그나이면 적성 생각하기엔 ..
    적성은 늦어도 대학때까지인것같아요. 그후론 밥벌이를 생각해야겠죠.
    좀 싫은일이어도 피하지말고 부딪혀보는게 나을듯,,
    사람들이 싫어도 회사생활하고 학원강사하고..그게 다 뒷받침해주는 사람없고
    자신이 가정을 꾸려나가야하기 때문이예요.
    영어, 일어 언어 가능하시면 그쪽으로 길을 터보시는건 어떨까요?

  • 3. -_-;
    '12.2.17 1:58 PM (211.209.xxx.132)

    오늘 생일인 제 동생이 생각이 나 적습니다.
    제 동생은 한국에서 최고의 미술대학에 4년전면 장학생으로
    들어가 대학원까지 졸업했습니다.
    대학원때는 국선도 되었구요.
    여러 회사를 돌고돌아
    지금은 교직원이 되었어요.

    적성 안 맞을까봐 걱정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잘 산답니다.

    어떤 일이든 적성에 맞추어 살 수는 없어요.
    어른이 되면 많은 장애를 맞딱뜨리게 되고
    또 그걸 이겨나가고 하면서
    적성이 많이 없어진달까 좀 달라지는 듯합니다.
    예전에 이렇게 살았어도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니깐요.
    사람도 그에 맞추어 바뀌는 거죠.

    저도 엄청 예민, 내성적인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둔감, 필요할때는 외향적이 되네요.

    지금 주어진 길을 열심히 달려가세요.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하기나름 아닐까요?

  • 4. 절실녀
    '12.2.17 8:48 PM (124.171.xxx.135)

    ...님>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사회 경험이 부족해서 막연한 두려움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가능하면 파트타임이라도 직장에 다닐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 초차 구직이 힘들었던 거구요.
    무직인채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로스쿨에 지원했거든요.
    공부를 하던 안 하던 구직 활동은 계속해봐야겠네요. 댓글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 5. 절실녀
    '12.2.17 8:51 PM (124.171.xxx.135)

    ok님> 현실을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데 적성타령이나
    하고 있었습니다 ㅠㅠ
    해외라서 그런지 일어랑 영어는 원어민들이 많구요.
    보통 언어+@를 요구하는데, 언어만 보는 곳은 대부분 콜센터이더라구요.
    학비를 반 이상 면제 받아서 다행히도 학비가 억대까지는 들지 않지만, 학자금 대출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네요. 나이가 있기 때문에 조바심이 나서 적성을 핑계로 피하려고 했던 것을 들킨 것같아 많이 찔렸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헤이해질 때마다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 6. 절실녀
    '12.2.17 8:52 PM (124.171.xxx.135)

    -_-;님> 동생분은 미술적 재능과 동시에 적응력도 뛰어나신 분이시네요!
    적성도 바뀔 수 있다는 말씀이 위로가 됩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 수록 예민함과 소심함이 조금씩 무뎌지는 걸 느끼긴 합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따뜻한 마음으로 글을 써주신게 느껴져서인지 용기가 나요!
    지금 주어진 이 기회마저 없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네요.
    감사한 마음으로 도전해보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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