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얘기라서....그리고 여기 계신 아이 어머니 분들께 드리는 말씀이라서
무척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얘기긴 하지만 그래도 굉장한 욕심을 가지고 계셨던 어머니 밑에서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을 받아본 입장에서 한 말씀을 드리자면
어머니들의 욕심자체가 나쁜건 아닙니다.
특히나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은, 솔직히 제가 사교육 한창 받을 때와 비교해봐도 넘사벽 수준의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그런 환경이기도 하니깐요.
우선 제가 받은 사교육 대충 말씀드리자면...
초등학교는 당연히 사립을 나왔어요.
그래서 남들은 1~2시, 고학년이라도 3~4시에 종 땡치고 집에가는 것과 달리
저는 정규수업만 7교시 정도까지 받았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제 의지와는 관계없이~ 어머니가 특별활동을 따로 시키셔서 학교에 남아 또 그걸 했죠.
그렇게 모든 학교일정이 다 끝나고 나면 시간이 한 오후 5시에서 5시 반쯤되나?
연주회 같은거 있어서 연주회 멤버들 남아서 특별연습까지 하고 그러면 저녁 6시 7시정도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립학교는 스케일이 다르긴 확실히 다릅니다 ㅋ)
그렇게 특별활동 하고 나면 버스가 다니는 기간이 끝나버려요.(집이 멀어서 스쿨버스 타고 다녔거든요.)
당연히 어머니가 차로 데리러 오셨죠.
그리고 학원갑니다. (피아노, 태권도, 미술, 영어, 그리고 개인과외)
그 때 당시엔 하기 싫은거 억지로 하니깐 진짜 죽는줄 알았죠.
특히 시험기간 땐 과외하고 나면 집에 새벽 1시 ~ 2시 쯤에 들어갔습니다.
영어는 아침에 일어나면 선생님이 전화하셔서 선생님하고 교재로 영어 주고받기도 했어요.
숙제 빼먹는 경우가 좀 빈번했죠. 너무 힘들어가지고............ㅋ
집에서 밥먹고, 씻고 나가는 시간은 한 7시 반쯤? 되었습니다. 통학버스 타는 시간 맞추려면요.
그리고 학교를 좀 먼 곳을 다녔기에 1시간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속도로 타고 학교 가는 경험 있으신 분들...많진 않을껄요? ㅎㅎ
늦잠자면 당연히 지각했죠. 어머니 차 타고 후겁지겁 학교가면서 실컷 혼나고 ㅋㅋ;;;
그러다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신 초등학교 6학년 여름 이후로
나머지 제가 배웠던 사교육들이 하나 둘 없어졌습니다.
딱 하나 자발적으로 원해서 한 특별활동은 있었습니다. 축구부였죠 ㅎㅎ
아버지가 보시기에도 제가 굉장히 힘들어하는게 보였나봐요.
다만, 공부학원 하나는 계속 다녔죠.
그 외 나머지는 제가 하고싶은? 또는 원하는 쪽으로 1~2개 했구요.
그렇게 해서 남은거는.....
뭐....제가 악착같이 안한 면도 좀 있고, 하기 싫어하는 부분도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닥 있지는 않더군요.
아, 동창들하고의 가까움은 좀 유별나긴 하네요. 학생 수가 다른 공립학교에 비하면 워낙 작았으니...ㅋ
(그리고 영어는 확실히 도움이 좀 되긴 했어요. 외국인하고 겁없이 대화하는게 편했거든요.
근데 이건 또 성격 상의 차이라서 좀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는 부분이긴 하네요.)
어머니 분들이 많이 계셔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욕심을 내시는건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이 됩니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땅떵어리도 지렁이 꼬리만하고, 그런데 인구밀도는 미어터지는~
자원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이 땅에선 사실 경쟁이라는 것 자체를 피할 수가 없죠.
그래서 더더욱 간절한 마음이 생기기도 하실 겁니다. 충분히 이해되요.
그치만, 그걸 아이들한테 절대로 강요를 하진 마세요.
어머니들이셔서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아이들이라고 어리다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러는거 절대 아닙니다.
스트레스 받고, 고민 있고, 각자 자기 나름의 가치관과 판단력을 다 갖추고 있어요.
그것이 좀 덜 여물었을 뿐이지 기본적인 자기 정체성은 다들 갖추고 있어요.
절대로 강제성이 띈 강요를 하시면 안됩니다.
주변에서 다른 분들이 '가능성 높다' 이런 말을 하더라도
그래도 아이들 교육에 있어 가장 최우선으로 두셔야 할 부분은
'지금 우리 아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뭘까? 지금 우리 아이가 생각하는 부분이 뭘까?'
이거에요.
요즘 기사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어린 학생들의 죽음이죠.
저 어릴 때도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없지는 않았겠죠. 세월 흘렀다고 획기적으로 변하는게 세상은 아니니...
그치만 요 최근들어선 어린 학생들의 자살과 같은 이런 자기자신을 파괴하는 극단적인 선택 관련 뉴스 기사를
유난히도 자주 접하는 것 같습니다.
왕따 사건 이런 것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볼 때 가장 큰 부분은 아무래도 학업 관련 스트레스 인 것 같더라구요.
초등학생 자살 기사도 접하니깐 뭐랄까......
사교육을 받아본 제 입장에선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입장이 조금은 이해가 되더라구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런 선택을 했을까...싶으면서.
그렇다고 여기 계신 어머니분들의 자녀들이 그런 선택을 할 것이라고 전제를 까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제가 정말로 간곡히 드리고 싶은 말씀은....
주변의 소리도 중요하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우리 아이에게 맞춰져야 한다는 거에요.
아이의 생각과 입장을 최대한 존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굉장히 민감해서 자기 어머니가 자신에게 이것을 좀 강요해서 시키려고 한다는
느낌을 정말로 잘 알아챕니다.
아이의 성공보단 아이의 행복을 좀 더 생각해주셨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주제넘게 젊은 총각이 이래저래 쓸데없는 얘기를 많이 했군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정말 좋겠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