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글 올렸었어요. 3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다시 생각해보라는 제 말에 남자친구는 알겠다고 했지만 그 후 연락이 없었고..
저는 그래 헤어진 걸로 받아들이자 마음을 먹고 힘들게 지내고 있었죠.
근데 이상한 건 그 사이에 구정이 있었거든요.
원래 명절마다 남친이 자기 고향 갔다가 올라오는 길에 바로 저희 집에 들러서
늘 인사 챙기고 같이 밥 먹고 그랬었는데...
이젠 그럴 수도 없고 헤어진 직후니까 전 방안에서 찔찔 거리고 울고 있었는데요.
엄마가 갑자기 무슨 전화를 받으시는 거 같더니
화색이 되어 제 방에 들어오셔선 "너 XX이랑 헤어진 거 맞아??
명절 잘 쇠시라고, 곧 인사 드리러 가겠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는데??" 하시는거예요.
전 뭔가 싶긴 했지만... 정황상 그게 아닌데. 나한텐 전화 오지도 않았는데.
엄마가 좋아하시는 게 마음 아파서. 그런 거 아니라고, 그냥 저 딴에 갑자기 연락 끊기 뭐하니까
인사 챙기는 거라고. 신경쓰시지 말라고 했어요.
그러고도 사실은 내심 기대했네요. 정말 헤어지는 걸로 마음을 굳힌거라면 왜 전화는 했을까.
혹 자기도 아직 마음을 못 정해서, 나중에 돌아올 거에 대비해(?) 어른들께는 인사를 챙겨두는 걸까.
웬걸요.. 인사를 오기는 뭘 와요. 그길로 저에겐 역시나 계속해서 연락 없고..
잘 하지도 않던 싸이만 일촌 끊어놨더라고요. 새삼 확인사살 당한것처럼 마음 아프더군요.
저도 마음 아파서.. 제 홈페이지에 남아있던 그 사람 사진이랑 가지고 있는 커플 물건,
다 버리고 지웠어요.
근데 헤어지던 날 챙겨온 제 물건 중에, 미처 못 가져온 게 남친네 아직 몇몇 남아있었거든요.
그래서 그것 좀 보내달라는 문자를 보냈었는데 알았다고 하고서 일주일 정도 그냥 지나가길래.
오늘 다시 문자 보내서 보내달라고 했더니 답장 와서 자기가 갖다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순간 고민 했는데....
보고싶다는 생각 많이 했으니까. 집앞에 잠깐이라도 오면 그 핑계로 얼굴 보고 다시한번 달래 보면
남친도 마음이 약해져서 혹시... 그래볼까, 그런 생각도 들었는데.
아니라고, 그냥 부쳐달라고 했어요.
XX씨 얼굴 보면 내가 힘들어질 거 같다고...
사실 다시 만나려면 저나 힘이 없지 남친은 언제든 되돌릴 수 있잖아요.
근데 계속 연락 없고 또 싸이 끊고 하는 걸 봐서...얼굴 한번 더 봐봤자 서로 잠깐 반가운 거 말고는
남친은 그대로 돌아가고 저만 다시 마음 고생 시작일 거 같아서. 오지 말라고 했네요.
알았다고 오늘 내일 안에 부쳐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하루이틀 안에 물건 오면 그걸로 정말 끝이겠네요..
저 아직도 문득문득 시계 보고 그 사람 출근 시간이구나 퇴근 시간이구나
자려고 누웠겠구나 오늘 밥은 뭘 챙겨 먹었으려나.. 그래요.
며칠전에 꿈엔 그 사람이 나와서, 막 웃으면서 저보고 다 장난이었다고 그걸 속냐고 놀리는 거 있죠.
아 역시 그랬구나 그러고 얼마나 반가웠는데, 금방 깨어선 많이 울었어요.
저번에 글 올렸을때 달아주신 답글들... 하루에도 몇번씩 떠올리면서 참고 있어요.
어느날 속에서 천불이 나더라도 절대 찾아가지 말라는 말, 전화하지 말라는 말, 할 만큼 했다는 말...
맞는 거 같아요.
전 그냥.... 남자의 마음이 떠나서, 보기 좋게 차인 것 같아요. 인정하기 싫지만..
다만.. 결혼하려던 남자친구와 딱 서른 되는 해에 헤어졌다는 게
저 자신이 더이상 젊지도 예쁘지도 않은 거 같아서 초라하고 자신감도 많이 없어지고 그러네요.
그래도 만에 하나 오늘 만났다가 또 가슴 찢어놓는 말만 들었다면
그간 힘들게 참은 몇주나마 물거품이 되었을거라고, 난 오늘 잘한 거라고 생각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기운내게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