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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오늘 너무 기분나쁜 일이 있었어요.

쇼콜라티에 조회수 : 4,291
작성일 : 2012-02-09 16:37:40

오늘 아침에 급하게 어느집을 방문할 일이 생겼어요.

 

그런데 그 집이 최근에 이사를 한 집이라 처음 방문하는데 아주 빈손으로 가기는 좀 뭣한 자리였어요.

하지만 오전이었고, 9시에 전화 받고 10시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라 뭘 사기도 참 애매했어요.

동네 과일가게도 문을 안열었을때니까요.

 

급하게 나가느라 그냥 수퍼에서 휴지나 사갈까 어쩔까 하다, 마침 집에 제가 만든 초콜릿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걸 박스에 몇개 포장을 했지요.

 

모두 벨기에산 커버춰 초콜릿으로 만든 최고급 트러플이었어요.

딱 봐도.. 초보자가 대충 흉내낸 어설픈.. 그런 거랑은 확 달라 보이는...(홈베이커가 집에서 만든 모양도 아마추어적인 빵을 대충 싸서 선물이라고 던져주는.. 그런 레벨은 아니었단 말입니다.)

 

제가 이쪽 공부를 좀 하면서 알게 된건 의외로 이런것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거예요.

그래서 평소에 주변에 아주 친한 사람들과 가치를 알만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함부로 제가 만든것들 뿌리고 다니지 않아요.

 

그런데 오늘은 워낙 급하게 아침에 서두르느라 일단 이 엄마가 이 선물을 좋아할지 말지, 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어요.  그게 제 불찰이었어요.

 

마침 도착해보니 다른 엄마들 몇몇이 와있는 상태였구요,

들어가면서 인사하고 바로 선물을 건냈어요.

<별건 아니고.. 이거 내가 만든거야..> 정도의 인사성 멘트를했던거 같아요..

 

그런데 선물을 받은 이 엄마, 응 그래, 한마디 하더니 바로 그 집 아이한테 휙 박스를 집어줘 버리는거예요.

 

 

이 아이는 4살인데, 좀 버릇없는 구석이 있어요.

아이가 본질이 버릇이 없다기 보다는 이 엄마의 육아태도가 좀 그래요. 아이를 버릇없이 만드는...

 

제가 순간 제 눈을 의심했어요. 어.....이게 뭐지? 싶은게..

너무 황당한데, 뭐라고 말을 할수가 없는.. 뭐 그런거 있잖아요.

먼저 와서 있던 엄마들한테 인사 받고, 코트를 벗고, 식탁의자에 앉으라길래 그쪽으로 가서 앉고, 아무도 내가 뭘 가져왔는지는 제대로 못 보고.....

 

 

식탁에 앉으니까 믹스커피를 한잔 타서 주더라구요.

제가 어이가 계속 없으니 자연스럽게 엄마들하고 얘기를 하면서도 자꾸 아이를 보게 되요.

아이쪽을 보니까, 애가 마루바닥에 앉아서 그 초콜릿 박스의 리본을 풀고 안에 있는걸 꺼내 주물럭 주물럭 소꿉놀이를 하는거예요. 설상가상으로 앞에 놓여있던 빵이랑 사과를 칼로 썰더니 한데 뒤섞고 주물거리면서...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서 슬쩍 그 엄마한테 한마디를 했어요.

"언니, 저거.. 애가 저렇게 가지고 놀기엔.. 너무 비싼거야..저거 백화점에서는 개당 2-3천원씩 하는거야.."

그랬더니 이 엄마의 대답이..

"그래? 그렇다고 내가 쟤 고집을 어찌 꺽니? 뺏으면 난리 날텐데 뭐.." 이러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냅두는거예요..

 

 

아... 정말...

 

 

그리고 한참 있다가 소꿉놀이에 싫증이 난 아이가 부엌으로 옮겨와서 다른데 정신을 집중하자, 이 엄마가 그 초콜릿박스를 슬쩍 가져다 식탁위에 얹어 놓더라구요.

사과와 롤케익과 함께 혼연일체가 되어 주물거리던걸 먹어보라며 다른 엄마들 앞에 풀어 놓은거죠.

 

그러니 비위 좋은 한두 엄마는 그걸 또 먹기도 하더라구요.

한개 먹더니, 어머 속까지 초콜릿이 아니고 안에 뭐가 들었네? 뭐 이러고..ㅠ.ㅠ

 

나...참...

 

 

내 생애..

선물을 주고 이렇게 기분이 드러웠던 적이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제가 만든 초콜릿의 가격이나 가치를 몰라주는건 그럴수도 있다고 쳐요. 충분히 그럴수도 있다 칩시다.

 

그러나 비싸고 싸고의 가치를 떠나서요..

설사 내가 가져간게 제과점에서 산 파운드 케익이나, 수퍼에서 산 오리온 초코파이같은 거였다 하더라도, 손님이 사간걸 이렇게 하는건 정말 경우가 아니지요.

이런 무경우한 일을 당하다니...

 

 

40년 살면서 꽤 많은 일을 겪었고 별 사람을  다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 멀었나 봅니다.

아....반나절이 지나고도, 이 분한 기분이 가시질 않습니다. ㅠㅠ

IP : 124.56.xxx.5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헐....
    '12.2.9 4:42 PM (121.140.xxx.196)

    상종 못할 인격의 소유자네요--;;
    아무리 무식해도 그렇지 저런식의 반응은 참.....
    진짜 달랑 초코파이 하나라도 저건 아니지요.

    그 아줌마 곧 정리되실듯

  • 2. ,,
    '12.2.9 4:45 PM (121.160.xxx.196)

    쵸코렡이니까 아이 먹을 군것질거리고 아이 먹으라고 준 거 아니가요?
    저 대충 뒤돌아 생각해보니 손님이 가져온거 받아서 한쪽에 치워놓기만 하는것 같아요.

  • 3. 아이고,
    '12.2.9 4:45 PM (220.79.xxx.203)

    참 경우없는 사람이네요.
    손님이 가져간걸 그렇게 가치없이 취급했다는것도 그렇거니와
    직접 만들어간 수제 초콜릿을!!!
    그냥 그 장면을 잊으심이 정신건강에 좋을듯...ㅠㅠ

  • 4. 조금느리게
    '12.2.9 4:46 PM (116.34.xxx.204)

    되도록 만나지 말고 사세요, 그런 종자들.

  • 5. 동감
    '12.2.9 4:48 PM (152.99.xxx.171)

    비슷한 경우 겪어봐서 아는데 절대 잊혀지지 않고 치욕스럽기까지 합니다.
    선물을 받은 그 사람의 성정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관계를 서서히 끊으심이 좋을것 같습니다.

  • 6. 원글녀
    '12.2.9 4:48 PM (124.56.xxx.5)

    ,,님, 그냥 손님이 가져온거 받아서 한쪽에 치워놓은 정도만 했어도, 절대로 기분 나쁘지 않아요.
    꼭 풀어 보고 어머, 이렇게 근사한걸.. 자기 대단해.. 라든가, 이런걸 기대한게 절대로 아니었어요.
    그냥 받자 마자 장난감 던져주듯 아이 손에 휙!...
    그리고는 아이가 그걸 주무르고 가지고 노는걸 보고도 한마디 제지도 안하고..
    심지어 제가 한마디 언지를 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태도를 바꾸지 않음이 절 기분 더럽게 한거지요.

  • 7. ......
    '12.2.9 4:49 PM (59.22.xxx.245)

    지 복 지가 찬다고 그런류의 사람은 딱 그만큼의 거리로 대하세요

  • 8. ..
    '12.2.9 4:52 PM (125.152.xxx.53)

    저런 종류(?)의 인간들이 우리 주변에 섞여 있다는 게 참 서글프네요.

    남이 가져온 선물인데.....그 아줌마 경우 없고...자식 교육 잘 못 시키고 있네요.

    먹는 걸로 장난 치는 거 우리 아이들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글만 읽어도 짜증나요.

  • 9. 더불어...
    '12.2.9 4:57 PM (152.99.xxx.171)

    제가 겪은건 10년전에 곶감을 아주아주 좋아하시는 분께 거금 8만원에 가깝게 주고 산 최고급
    곶감을 선물했더니 마침 그집에 있던 꼬맹이들(본인의 손자,손녀들)에게 받은자리에서 푸셨는데
    세상에.. 그게 그렇게 과자부스러기 먹듯 먹어치워 버리는 음식은 아니지 않나요?
    전 정말 거금주고 선물한건데 너무 하찮게 먹어치워 버리니 그것 또한 기분 더럽더라구요.
    아껴먹지는 않더라도.. 꼬맹이들이 한입먹고 내동댕이쳐져 버리고 또 한입먹고 내동댕이.. 손으로 주물럭주물럭..거의 장난을 하는데도 제지하지 않으셨어요. 그 곶감들을 보고 있자니.. 내가
    사람을 잘못보고 괜한 헛돈 썼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원글님처럼 제 손으로 만든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선물에 대한 기본예의는 지켜야 하는데
    그게 없었어요. 나이가 지긋한 분이었는데도 그러니 더더욱 어이없었고..

    그냥 관계청산이 정답일듯합니다.

  • 10.
    '12.2.9 5:00 PM (59.15.xxx.229)

    정말 속상하고 열받으셨겠어요
    애가 달라고 떼쓴것도 아니고 그냥 휙~ 던지다니
    되도록 가까이 하지마세요...그런사람들 만나는거만으로도 스트레스 받으시겠어요

  • 11. 아악....
    '12.2.9 5:04 PM (118.105.xxx.48)

    저두 베이커리가 취미이고 ...지인들 집 방문할때 빵,케잌,과자,.....늘 만들어 가는데....

    저렇게 예의 없는분은 첨 보네요...ㅠ,ㅠ...

    사실 홈베이커리가 은근 돈 많이 들고....정성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데...



    다 떠나서 과자 한봉지를 사왔다고해도 예쁜 그릇에 담아 손님들과 나눠 먹거늘....



    님...맘 푸시고....잊으셔요.....^^*

  • 12. 순이엄마
    '12.2.9 5:06 PM (112.164.xxx.46)

    자기 아이가 최고인거죠.

    올가미에서 아들에게 며느리라는 장난감을 준것처럼

    모든게 아이를 위해서 돌아가나 봅니다.

    아이가 원하면 .... 에구. 미래가 걱정입니다.

  • 13. 에휴
    '12.2.9 5:09 PM (175.210.xxx.243)

    돈 비싸게 줘봐야 부피가 작으면 하찮게 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예전에 동충하초 20만원 주고 시어른들 드렸더니 사과 한상자 들고 온 시누보다 더 못한 취급받았네요.
    일단 부피가 커야 하나 봅니다.

  • 14. 캡슐
    '12.2.9 5:40 PM (116.127.xxx.24)

    그 과정을 너무나 잘 아는 저는..........아흑.소리가 절로나네요. 맞아요. 알아주는 사람에게 해야해요. 전 초코렛 선물할땐 막 생색내요. 시간도 무지 걸렸고 가나슈는 뭐가 들어갔고 재료비도 엄청 비싸고...무지 특별한 사람한테만 주는거라고요. ㅎ 그나저나 아깝네요.

  • 15. **
    '12.2.9 6:23 PM (110.35.xxx.130) - 삭제된댓글

    수제 초콜렛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지,
    얼마만큼 비싼지를 다 떠나서
    그 엄마는 자기집에 온 손님에게 기본적인 예의가 없네요
    아무리 자기보기에 하찮은 걸 갖고 왔더라도
    일단은 고맙다고 하고 귀하게 받아야하는 거 아닌가요?
    게다가 눈꼽만큼의 예의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원글님이 뭐라고 한마디 할때 그런 반응 보일 수가 없지요
    자신의 행동이 아이를 망치고 있다고는 생각조차 안할 거구요
    오히려 자기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지 엄마들한테도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같네요

  • 16. 이사선물
    '12.2.9 7:13 PM (130.214.xxx.253)

    이사 선물에 초컬릿 몇개?? 라고 그 엄마가 노여우신것 같네요. 보통 만들어 온 것을 고마워 하는 사람과 재료 고급으로 들어간 것도 모르고 싸구려로 보는 사람이 있는것 같아요.

  • 17. ㅜㅜ
    '12.2.9 7:34 PM (61.43.xxx.241) - 삭제된댓글

    진짜 기분 나쁘셨겠다ㅜㅜ 저도 저런 종류의 인간들 정말 싫어요..

  • 18. 원글님 글 읽어보니..
    '12.2.9 10:42 PM (59.28.xxx.184)

    원글님 성격이 어떤분인지 짐작가요.
    남배려하면서 선물받는분이 이걸 아는지 아는지..판단할줄아는..
    암튼..딱부러지는 성격같아요.
    근데..정말 너무나 기분 나빴을것같아요.
    저라면 다시는 그 사람 안볼것같습니다.
    그런 행동하나로 사람 달리보이잖아요.
    짜증나고 무안하고 기분더럽고..
    진짜 황당했겠어요..

  • 19. 베로니카
    '12.2.9 11:57 PM (58.231.xxx.11)

    경우도 없고...교양도 없고....ㅎㅎ...

  • 20. ...
    '12.2.10 8:06 AM (211.246.xxx.6)

    인생살면서 저렇게 매너+교양없는 사람들은 상종안하고 살고싶어요
    저런사람까지 상종해야되나....아!제가 다 스트레스 받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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