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급하게 어느집을 방문할 일이 생겼어요.
그런데 그 집이 최근에 이사를 한 집이라 처음 방문하는데 아주 빈손으로 가기는 좀 뭣한 자리였어요.
하지만 오전이었고, 9시에 전화 받고 10시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라 뭘 사기도 참 애매했어요.
동네 과일가게도 문을 안열었을때니까요.
급하게 나가느라 그냥 수퍼에서 휴지나 사갈까 어쩔까 하다, 마침 집에 제가 만든 초콜릿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걸 박스에 몇개 포장을 했지요.
모두 벨기에산 커버춰 초콜릿으로 만든 최고급 트러플이었어요.
딱 봐도.. 초보자가 대충 흉내낸 어설픈.. 그런 거랑은 확 달라 보이는...(홈베이커가 집에서 만든 모양도 아마추어적인 빵을 대충 싸서 선물이라고 던져주는.. 그런 레벨은 아니었단 말입니다.)
제가 이쪽 공부를 좀 하면서 알게 된건 의외로 이런것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거예요.
그래서 평소에 주변에 아주 친한 사람들과 가치를 알만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함부로 제가 만든것들 뿌리고 다니지 않아요.
그런데 오늘은 워낙 급하게 아침에 서두르느라 일단 이 엄마가 이 선물을 좋아할지 말지, 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어요. 그게 제 불찰이었어요.
마침 도착해보니 다른 엄마들 몇몇이 와있는 상태였구요,
들어가면서 인사하고 바로 선물을 건냈어요.
<별건 아니고.. 이거 내가 만든거야..> 정도의 인사성 멘트를했던거 같아요..
그런데 선물을 받은 이 엄마, 응 그래, 한마디 하더니 바로 그 집 아이한테 휙 박스를 집어줘 버리는거예요.
이 아이는 4살인데, 좀 버릇없는 구석이 있어요.
아이가 본질이 버릇이 없다기 보다는 이 엄마의 육아태도가 좀 그래요. 아이를 버릇없이 만드는...
제가 순간 제 눈을 의심했어요. 어.....이게 뭐지? 싶은게..
너무 황당한데, 뭐라고 말을 할수가 없는.. 뭐 그런거 있잖아요.
먼저 와서 있던 엄마들한테 인사 받고, 코트를 벗고, 식탁의자에 앉으라길래 그쪽으로 가서 앉고, 아무도 내가 뭘 가져왔는지는 제대로 못 보고.....
식탁에 앉으니까 믹스커피를 한잔 타서 주더라구요.
제가 어이가 계속 없으니 자연스럽게 엄마들하고 얘기를 하면서도 자꾸 아이를 보게 되요.
아이쪽을 보니까, 애가 마루바닥에 앉아서 그 초콜릿 박스의 리본을 풀고 안에 있는걸 꺼내 주물럭 주물럭 소꿉놀이를 하는거예요. 설상가상으로 앞에 놓여있던 빵이랑 사과를 칼로 썰더니 한데 뒤섞고 주물거리면서...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서 슬쩍 그 엄마한테 한마디를 했어요.
"언니, 저거.. 애가 저렇게 가지고 놀기엔.. 너무 비싼거야..저거 백화점에서는 개당 2-3천원씩 하는거야.."
그랬더니 이 엄마의 대답이..
"그래? 그렇다고 내가 쟤 고집을 어찌 꺽니? 뺏으면 난리 날텐데 뭐.." 이러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냅두는거예요..
아... 정말...
그리고 한참 있다가 소꿉놀이에 싫증이 난 아이가 부엌으로 옮겨와서 다른데 정신을 집중하자, 이 엄마가 그 초콜릿박스를 슬쩍 가져다 식탁위에 얹어 놓더라구요.
사과와 롤케익과 함께 혼연일체가 되어 주물거리던걸 먹어보라며 다른 엄마들 앞에 풀어 놓은거죠.
그러니 비위 좋은 한두 엄마는 그걸 또 먹기도 하더라구요.
한개 먹더니, 어머 속까지 초콜릿이 아니고 안에 뭐가 들었네? 뭐 이러고..ㅠ.ㅠ
나...참...
내 생애..
선물을 주고 이렇게 기분이 드러웠던 적이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제가 만든 초콜릿의 가격이나 가치를 몰라주는건 그럴수도 있다고 쳐요. 충분히 그럴수도 있다 칩시다.
그러나 비싸고 싸고의 가치를 떠나서요..
설사 내가 가져간게 제과점에서 산 파운드 케익이나, 수퍼에서 산 오리온 초코파이같은 거였다 하더라도, 손님이 사간걸 이렇게 하는건 정말 경우가 아니지요.
이런 무경우한 일을 당하다니...
40년 살면서 꽤 많은 일을 겪었고 별 사람을 다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 멀었나 봅니다.
아....반나절이 지나고도, 이 분한 기분이 가시질 않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