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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는 항상 불쌍한 거 같아..라는 딸의 말(예비초6학년)

뜨끔맘 조회수 : 1,726
작성일 : 2012-02-06 04:28:00

1년전까지는 여기 강북 깡촌에서도 제가 제일 공부를 안 시키는 편이었어요. 예체능만 좀 신경썼구요.

문제집도 거의 안 사고 시험전에 단원평가만 인터넷으로 뽑아서 조금 풀려보는 정도...

영어는 영어숲 시키구요.

그 이유는 이렇게만 해도 학교성적은 대충 잘 나왔었고... 또 너무 얌전한 아이라 친구들이랑 실컷 놀라는 뜻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놀이터에 나가질 않으니 집에서 책만 보면서 빈둥대더라구요. 전 직장때문에 주말에만 놀아줄 수 있었구요.

 

그런데 1년 뒤에 중학교를 강남으로 입학시키게 되어서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졌어요.

수학공부방 보냈더니 수학선생님이 3천제문제집을 한달에 풀리시네요...허걱~ 그것도 선행진도를...

영어숲은 매일 이틀분씩으로 늘렸구요(지금 중학교 2학년과정 막 들어갔어요)...

영어문법은 중학영문법연습 3800제 인강으로 하루에 한시간씩 따로 듣구요..

이렇게 매일 수학 1시간.. 영어 3시간씩 공부해요 주말에도 마찬가지구요.(방학때는 영어를 1시간씩 더 했어요)

 

오늘 공부 다 하고 놀러나가자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어제 밀린 수학까지 하느라(총 5시간 공부) 낮시간이 다 지나가버려서 런닝맨 봐야한다고 못 나갔어요.

그런데 아이가 작은 소리로 나는 항상 불쌍한 거 같아... 라고 중얼거리네요

공부를 시작할 때는 제가 협박과 회유를 해가며 달래서 시키긴 했지만 막상 시작한 다음에는 잔소리 안해도 알아서 척척 해왔던 터라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거든요ㅜㅠ 이런 표현을 한 것도 처음이구요.

 

사실 동네아이들이 공부를 별로 안 하고 본인도 얼마전까진 빈둥거렸으니깐 비교가 되어서 그렇게 얘기하는 걸 수도 있구요..

이제 6학년이면 공부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또 2년 어린 동생도 매일 영어숲 3일치에 악기 3가지 배우느라 학습량이 비슷한데 정작 얘는 더 하고 싶어하고 있구요.... 노는 시간에도 혼자 수학올림피아드문제를 풀고 있어요.. 수학을 안 해서 그런지 풀고 싶대요...물론 몽땅 틀려요..ㅋㅋ

한편으로는 이렇게 조용하고 자기표현 없는 아이가 속으로 더 곪을 가능성이 많다는데 공부를 좀 줄여야 하나 생각도 들구요... 이러면 강남가는 건 완전히 포기해야겠죠?

백퍼센트 학군 때문에 이사가는 건데 강남 안가면 도대체 어디로 가나 싶기도 하구요...

 

강남가기 전에 1년 준비할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고 아이가 스스로 잘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어제 들었던 그 말 한마디에 갑자기 길을 잃네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IP : 210.91.xxx.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2.6 5:03 AM (121.142.xxx.228)

    영어숲가면 영어를 세시간이나 해야 하나요? 저희 아들은 중3인데도 하루 한시간하는데.. 윤선생 교재는 다 끝내고 특목고 입학해요.
    갑작스레 너무 많이 시키시는것 같아요.
    하루에 적당 분량만 하면 아이도 불만이 없을것 같은데.. 2년 어린 동생이 영어숲 3일치를 하루에 한다니..
    악기는 왜 3가지나 배워야 해요? 아이가 그렇게 원하나요?
    아이가 불만을 가질 정도면 너무 과한것 같아요.아이들도 책 읽고 적당히 빈둥대는 시간이 필요해요.

  • 2. 원글
    '12.2.6 5:16 AM (210.91.xxx.4)

    동생은 아직 7단계라 3일치해도 2시간 걸려요. 옆에서 언니 기다리고 있느니 3일치씩 하겠대요.
    악기는 음악전공을 생각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구요.
    동생은 영어엔 불만이 없어요. 막상 음악전공을 하기 싫어해요...ㅠㅜ
    윤선생 중학과정도 쉬운 것 같아서 아발론 영어학원을 알아볼까 하는데 윤선생 교재도 괜찮은가요?
    특목고 정말 부럽네요.. 축하드려요^^*
    지금은 영어숲이랑 수학공부방이 집이랑 딱 붙어있어서 셔틀 안 타고 시간 자유로운 맛으로 다니거든요;;
    전학가려는 학교 아이들은 지금 고등학교과정 선행중이라던데 이렇게 공부 안 시키면 강남전학은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남편 직장, 아이 예중스쿨버스, 학원까지 거리 등을 고려하면 다른 학교는 안되거든요 ;;;

  • 3. ...
    '12.2.6 5:55 AM (121.142.xxx.228)

    저희집은 여유가 없어서 아발론 이런데 알아보지 않고 윤선생만 꾸준히 했어요. 중학교 들어가서 수학공부방 다녔고 초딩땐 피아노만 배웠구요.
    선행 너무 빼는것 절대 안된다고 여러 선생님이나 책에서 배웠어요. 선행 어디까지 나갔다고 자랑삼아 얘기하지만 그 애들 갑자기 시험보면 현재 진도의 시험 100점 맞기 힘들다고.. 현재와 미래까지 망친다구요.
    제 아이는 좀 선행을 너무 안해서 걱정이긴한데 일단 특목고에 갔으니 가서 알아서 해라~ 하고 내버려두고 있어요. (방학이라고 어찌나 게으른지..) 저희 아이는 현재 진도 시험은 언제봐도 성적이 잘나올 정도만 공부하고 살았어요. 중학과정이니 공부할게 많지 않아서 그냥 빈둥대는게 일상이구요.
    얘도 밖에 나기기 싫어하고 얌전하기만 해서 걱정이었는데 중3이 되니 바뀌네요. 친구도 많이 생겼어요.
    특목고를 다들 선호하는게 왜인지도 모르고 아이가 원해서 해보자~ 하고 보냈는데 일단 발 들여놓고나니 왜 인지 알겠네요. 그동안 안하던 공부 실컷하게 생겼어요.ㅋㅋ 아들도 이런 현실은 잘 모르고 멋있어 보여서 들어갔는데 지금 좀 당황하는 눈치예요.

    저는 아이가 원하는 만큼만 시키시는게 좋겠단 의견이예요. 아이가 받아들이기 힘든 분량을 공부시키는건 부작용이 큰것 같아요. 수학문제 300개 정도만 풀어도 시험 백점 맞는데 3000개 풀면서 읽고 싶어하는 책 못읽고 시간 보내는건 너무 손해인거 같아요.

  • 4.
    '12.2.6 8:47 AM (58.76.xxx.59)

    사교육 시장의 논리에 말리셨네요.

    원글님 스스로도 문제점 다 알고 계시는데, 계속 그렇게 하신다면...음...

    전 사교육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부정적 댓글 다는데요.
    강남 사교육일번지 언저리에 살면서 수많은 경우를 너무도 많이 봐 왔기 때문입니다.

    아주 가까이서 생을 놓아버린 경우도 봤고요.
    그 아이, 불평 한마디 안 하면서 그저 이끄는대로...금상첨화로 결과마저도 훌륭했던 부모의 자랑거리인 아이였습니다.
    뉴스에나 나오는 얘기인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목도하고 나니, 그 충격이 말로 다 할 수 없더군요.

    뿐 아닙니다.
    입결만 봐도 어이없는 경우 아주 많이 봤습니다.

    분명 그 동네 아이들은 다 그렇게 한다...극소수의 뛰어내린 아이 이야기는 설득력이 전혀 없다...하실 분 계시겠죠.
    내 아이는 절대 아닐 거라고 모든 부모들은 생각하겠죠.
    하지만, 그런 장담이 교만은 아닐 지 잘 생각해 보세요.

    물론, 이렇게 말하는 저도 완전히 초월한 사람은 못 됩니다.
    하지만, 아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는데도 무시한다면...혹 득보다 실이 될까 염려스러운 마음에 말이 길어졌습니다.

  • 5. 사교육1번지
    '12.2.6 9:30 AM (203.241.xxx.40) - 삭제된댓글

    강남에 살아도 제 딸은 선행 안합니다. 수학은 반학기 선행이 전부고 영어는 집에서 빈둥거리며 책 읽는게 전부지요. 같은 예비 6학년이고요.
    주위 딸 친구들은 학원으로 뱅뱅돌려지는 애들도 많지만 집에서 차곡차곡 챙겨지는 애들도 많지요. 단 엄마가 아이에게 모든 촉각을 세우고 있다는건 어느집이건 마찬가지인거 같습니다. 인성이나 정서가 중요한지 공부가 중요한지가 다르지요.

  • 6. 원글
    '12.2.6 2:57 PM (125.241.xxx.146)

    걱정어린 말씀 감사드립니다^^
    답글 이제사 확인했습니다.
    우선, 어제 놀러나가지 못한 것에 대한 투덜거림이었는지... 억누르고 있던 감정의 한조각이었는지 자세히 알아보려구요.
    오히려 제가 영어공부 힘들면 빼먹으라고 해도 밀리는 거 싫다고 부득부득 해내는 아이라서요~~
    전엔 딱 한번 엄마는 학교공부 다 끝나서 좋겠다... 라고 부러워하더라구요.... 그래서 엄마는 평생 학교에 있으니 7년 뒤엔 놓여날 네가 더 팔자좋은 거라고 말해줬지요... 거짓말이긴 하죠? ^^;

    제가 아이들(어린 아이들이지만) 관찰한 바로는..
    자기 학년 학습부분도 소화 못시키는데 학원 장삿속에 떠밀려 엉터리선행을 하는 아이가 있고..
    이해력이 또래보다 몇년 더 뛰어나서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아이가 있고...
    공부시키면 아주 잘 할 아이인데 의외로 집에서 방치되어서 너무 노는 쪽으로만 후각이 발달하는 아이도 있고..
    공부머리는 없지만 사회성은 끝내주는 놀이터에서 종일 사는 아이들도 있고... 아이들 상황도 각자 다 다르더라구요.
    일률적으로 선행은 좋다 나쁘다로만 딱잘라 말할 수만은 없는...

    제 아이는 충분히 놀고 빈둥거렸기에 이제 여력을 몰아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봐요....^^; 그 흔한 학습지 하나 안하고 저학년을 보낸 간 큰 어린이가 어디있다고...ㅋㅋ
    윤선생 1년동안에 네단계를 끝내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진로수정을 좀 해야겠군요....

  • 7. 원글
    '12.2.6 3:26 PM (125.241.xxx.146)

    아이랑 전화통화할 일이 있어서 영어인강은 그만하자고 했더니 왜냐고 물어보네요.
    자기는 어제 그런 소리 한 적 없대요.
    전 분명히 들었는데... 뭘 잘못 들었나? 아님 그말 한 것 자체를 잊어버릴 정도로 별 뜻 없는 중얼거림이었나? 저도 아리송하네요..
    암튼 인강 하겠다네요..... 아 새벽에 잠못자고 고민한 일이 허탈해요... 뒷골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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