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까지는 여기 강북 깡촌에서도 제가 제일 공부를 안 시키는 편이었어요. 예체능만 좀 신경썼구요.
문제집도 거의 안 사고 시험전에 단원평가만 인터넷으로 뽑아서 조금 풀려보는 정도...
영어는 영어숲 시키구요.
그 이유는 이렇게만 해도 학교성적은 대충 잘 나왔었고... 또 너무 얌전한 아이라 친구들이랑 실컷 놀라는 뜻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놀이터에 나가질 않으니 집에서 책만 보면서 빈둥대더라구요. 전 직장때문에 주말에만 놀아줄 수 있었구요.
그런데 1년 뒤에 중학교를 강남으로 입학시키게 되어서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졌어요.
수학공부방 보냈더니 수학선생님이 3천제문제집을 한달에 풀리시네요...허걱~ 그것도 선행진도를...
영어숲은 매일 이틀분씩으로 늘렸구요(지금 중학교 2학년과정 막 들어갔어요)...
영어문법은 중학영문법연습 3800제 인강으로 하루에 한시간씩 따로 듣구요..
이렇게 매일 수학 1시간.. 영어 3시간씩 공부해요 주말에도 마찬가지구요.(방학때는 영어를 1시간씩 더 했어요)
오늘 공부 다 하고 놀러나가자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어제 밀린 수학까지 하느라(총 5시간 공부) 낮시간이 다 지나가버려서 런닝맨 봐야한다고 못 나갔어요.
그런데 아이가 작은 소리로 나는 항상 불쌍한 거 같아... 라고 중얼거리네요
공부를 시작할 때는 제가 협박과 회유를 해가며 달래서 시키긴 했지만 막상 시작한 다음에는 잔소리 안해도 알아서 척척 해왔던 터라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거든요ㅜㅠ 이런 표현을 한 것도 처음이구요.
사실 동네아이들이 공부를 별로 안 하고 본인도 얼마전까진 빈둥거렸으니깐 비교가 되어서 그렇게 얘기하는 걸 수도 있구요..
이제 6학년이면 공부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또 2년 어린 동생도 매일 영어숲 3일치에 악기 3가지 배우느라 학습량이 비슷한데 정작 얘는 더 하고 싶어하고 있구요.... 노는 시간에도 혼자 수학올림피아드문제를 풀고 있어요.. 수학을 안 해서 그런지 풀고 싶대요...물론 몽땅 틀려요..ㅋㅋ
한편으로는 이렇게 조용하고 자기표현 없는 아이가 속으로 더 곪을 가능성이 많다는데 공부를 좀 줄여야 하나 생각도 들구요... 이러면 강남가는 건 완전히 포기해야겠죠?
백퍼센트 학군 때문에 이사가는 건데 강남 안가면 도대체 어디로 가나 싶기도 하구요...
강남가기 전에 1년 준비할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고 아이가 스스로 잘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어제 들었던 그 말 한마디에 갑자기 길을 잃네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