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팍 불펜과 클리앙 등 남초사이트에서 지겨울 정도로 글이 올라오고 끊임없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나꼼수 관련 팩트에 대한 왜곡과 리액션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합니다. 물론 성적 담론에 대한 개방성에 따른 관점차이도 한 몫하고 있겠지만.
왜곡과 오해를 풀기 위해서 팩트와 리액션을 간단명료하게 수위별로 정리합니다.
팩트 : 성적 농담 -> 여성 성적 대상화 -> 성희롱
리액션 : 단순 불편함 -> 심한 불쾌함 -> 사과요구
팩트가 뭐냐에 따라 리액션이 다를 수밖에 없을 텐데 초반 2회 정도만 빼고 나꼼수를 빠짐없이 듣고 수많은 논란글을 읽어본 결과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팩트는 ‘애매한(해석하기 나름) 성적 대상화’이며 그에 따른 적확한 리액션은 ‘심한 불쾌함’입니다. 이보다 높은 수위인 성희롱과 집단적 사과요구는 팩트에 대한 왜곡이며 나꼼수의 B급정서(성향이며 전략임)를 침해시킬 수 있는 행위입니다. ‘심한 불쾌함’을 넘어 ‘사과요구’(단순하게 사과하자는 상황이 아닌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상황임)까지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사과문제는 결론부분에 쓰겠습니다.
먼저 확실히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삼국카페(소울드레서, 쌍코, 화장발)를 비롯한 진보적 인사들이 나꼼수를 비판하고 사과요구를 하는 것은 비키니시위라는 표현방법과 수위 때문이 아닙니다. 비키니 시위(단순 비키니 시위가 아닌 가슴을 부각시키는 시위)를 ‘심한 불쾌함’으로 반응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정도는 그런대로 받아들일 만하지만 비키니시위에 대해 나꼼수 멤버들이 취한 요청(전)과 반응(후)이 심한 불쾌함을 느낄 정도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비키니시위 자체에 대한 표현방법으로 논란의 초점을 맞추려는 글은 의도적인 물타기 행위라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는 것입니다.
논란되고 있는 순서별 팩트와 제 해석입니다.
1. 수영복 사진환영한다. 남성분도 포함.(나꼼수 방송) => 단순한 농담
2. 정봉주를 위한 휴지 반입 요구, 성욕감퇴제 복용하니 마음놓고 수영복 사진 보내도 좋다(나꼼수 방송) => 성적 농담
3. 가슴을 부각시키는(클로즈업과 가슴이 터지도록 용어사용) 비키니 시위 등장 => 보수적인 한국(특히 여성) 정서상 표현수위가 좀 높음.
4. 가슴응원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나꼼수 면회서신/트윗) => 여성 성적 대상화(?)
위 팩트에 대한 왜곡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욕감퇴제 복용하니 마음놓고 수영복 사진 보내도 좋다를 정봉주의 성욕해결을 위해 수영복사진 보내라로 확대 해석한 것입니다. 이러한 직접적 문장해석도 있지만 일련의 전체 상황을 뭉뚱그려서 이렇게 해석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씨바와 ㅈ까를 쉽게 내뱉는 B급정서를 가진 남성들끼리 서로 낄낄거리며 단순히 성적농담한 것을 여성을 성욕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며 이를 여성들에게 요구한 것으로 왜곡한 것입니다. 성적농담과 성상품화, 성적대상화를 구별하지 않는 해석방법입니다. 19금딱지를 붙인 상품이 모두 여성 상품화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성적농담에 불쾌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욕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B급정서를 표방했던 나꼼수를 이제와서 불쾌함으로 사과요구를 한다면 논센스 아닌가요?
이제 가장 논란이 되는 주진우가 쓴 면회서신을 봅시다.
위 2번까지는 특정대상이 없어 단순 성적 농담으로 여길 수 있지만 3번부터는 비키니 시위한 여성(특정대상)과 이에 대한 나꼼수 반응이 있으므로 성적 농담을 넘어서는 수위입니다.
그런데 “가슴응원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는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가슴응원사진 대박이다 까지는 모피 알몸시위를 보고 알몸시위사진 대박이다라는 정도의 팩트나열과 기분좋은 반응 차원으로 별 문제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코피를 조심하라는 문구가 뒤따릅니다. 코피를 성적 흥분으로 해석하면 여성 성적 대상화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코피 조심을 일반적인 시위방법에서 벗어나 가슴을 부각시키는 ‘수위가 높은 시위’에 대해 주진우가 놀라지 마라 정도로 해석할 여지가 없을까요? 가슴에 초점이 맞춰져 해석한다면 성적인 것으로, 일반 표현수위를 넘어서는 시위에 초점이 있다면 성적인 것을 배제할 수 있는 해석이 있다는 것입니다. 가슴과 연결 짓는 코피에 성적인 코드가 있다고 전제하더라도 비키니사진에 대한 나꼼수의 반응을 여성 성적 대상화로 일체 환원시킬 수는 없습니다. 주진우의 해명을 듣지 않고서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주진우의 일련의 행동과 지금까지 나온 나꼼수의 해명을 봐서는 성적 대상화라는 반응과 다른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의도와 다른 결과에 따른 책임은 또다른 문제입니다.
그리고 또다른 팩트에 대한 왜곡은 전후관계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성욕감퇴제, 휴지, 비키니사진, 가슴, 코피라는 단어를 뒤섞어 연상하면서 질펀한 성적농담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하는 마초적인 남성들이 모인 나꼼수가 여성을 상품화시킨다는 결론을 쉽게 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수많은 정치논란이 벌어지는 현 상황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 파악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하는 누리꾼들의 일반적 습성과 목적을 위해 아무 거리낌없이 과정을 왜곡하는 조중동을 통해 학습하는 세태의 반영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오프더레코드를 무시한 한국일보 기사를 보면 김어준은 권력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이것은 아마도 성희롱이라는 판단 때문에 언급한 듯합니다. 성희롱은 특정대상에 대한 권력관계에서 비롯하는 행위이므로 나꼼수를 듣는 불특정다수의 청취자와 성희롱을 논할 수는 없다는 취지인 것 같습니다. 비키니 시위 여성과 나꼼수의 반응은 특정대상에 대한 권력관계가 유지될 수 있으므로 성희롱 여부를 논할 수 있는데 현재 이 관계에서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듯합니다. 아무리 진한 성적농담을 사용했더라도 특정대상이 이를 성희롱으로 느끼지 않는다면 성희롱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희롱이 아니라 해서 불특정다수 중에서 ‘심한 불쾌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김어준이 무시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심한 불쾌함’으로 사과요구까지 하는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데(한국일보 기사) 이를 어떻게 인정하고 해법을 찾을 것이냐에 대한 심사숙고의 과정을 밟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나꼼수 논란이 증폭되고 있음에도 공식적인 반응을 트윗이나 봉주4회에서도 밝히지 않고 침묵을 지킨 것은 나름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김어준은 방송인, 정치인, 평론가가 아닌 ‘전략가’이기 때문입니다.
나꼼수팬들은 나꼼수 논란이 생길 때마다 툭하면 맘에 들지 않으면 듣지마라고 하는데 그것은 전략가 김어준에게 전혀 도움되지 않는 해법입니다. 나꼼수의 영향력이 군소언론인 조중동을 넘어선다하여 나꼼수를 정론으로 격상(?)시켜 편파성과 B급정서를 파괴하려는 조중동과 수구진영에 대한 방어논리로도 ‘싫으면 듣지마’는 사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김어준은 편파성과 B급정서를 유지한 채 골방에 머물지 않고 큰물에서 놀기 원하기 때문입니다. 김어준에게는 ‘잠정적인 권력의지’가 있습니다. 가카에 대한 단순 헌정방송이 아닌 야권의 총선승리와 대선의 정권교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그 권력의지는 성과를 냈고 또다른 성과를 낼 조짐이 보입니다. 이것은 기회가 되면 나중에 말씀드리고 어쨌든 전략가 김어준은 개인 사이에 오해가 있으면 그런 의도가 없어도 상대방이 불쾌하면 쿨하게 사과할 수 있지 않느냐의 차원으로 이 상황을 보지 않는 듯합니다.
위에서 밝힌 애매하지만 성적 대상화라는 팩트가 존재하고 심한 불쾌함을 느끼는 이들이 다수가 존재하는 현실을 김어준은 무시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들은 다름아닌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꿈꾸는 전략가 김어준에게 힘을 실어줄 든든한 지원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해서 쉽게 사과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과한다면 일반 언론으로 나꼼수를 가두려는 조중동의 프레임에 넘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향력과 파괴력을 추동하는 B급정서가 침해되고 자기검열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성적 대상화에 대한 사과를 한다해서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불쾌함 보다 한단계 낮은 불편한 성적농담, 욕, 팩트와 추정을 넘나드는 비판들 즉, 그동안 정치를 재밌게 볼 수 있게 해준 B급정서의 정치이야기들이 한꺼번에 자기검열이란 통제속에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 놓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노파심이라구요? 사과라는 선례를 이용해 조중동은 끊임없이 나꼼수의 B급정서를 물고 늘어질 것이 뻔하니까요. 다음 나꼼수 방송에서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한다고 했으니 일단 전략가 김어준을 믿어봅니다. 사과하든 안하든 전 지지를 계속합니다.
그리고 반MB, 반한나라당을 표방하는 분들은 나꼼수를 전략적으로, 김어준을 입체적으로 보았으면 합니다. 어느 한 부분이 못마땅해서 일반화시킬 것도 없고 김어준은 이런 사람이다라고 호오를 단정짖지 말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덜 스트레스 받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정치란 생활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행위라는 김어준의 언급을 잘 생각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