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낳으며 작년 초에 직장 그만두고 애 둘만 키우다보니 1년 간 바깥출입이라곤 친정,시댁, 근처 마트가 전부였어요.
육아로 인해 제 입에 밥 한 끼 들어가는 것도 힘들다보니 하루하루가 정말 고역이고
계속 회사 다니던 시절만 생각나고 밖에서 먹던 음식, 커피..직원들과의 추억.. 모든 게 다 그리웠어요.
벌써부터 버스 타는법, 지하철 타는 법까지 잃어버린 것 같고 1년간 제 자신이 너무나 후퇴한 느낌이더라구요.
결정적으로 외모는.. 정말 우울해졌죠. 애 낳고 바로 집에 들어앉으니 임신 때 찐 살은 안빠졌지,
미용실은 한 번도 못갔고, 임신 중에 입던 회색+검정색 박스형 니트와 밴드 달린 바지만 줄창 입고 다녔어요.
그래야 이래저래 코디도 쉽고 체형이 감춰지니까요.
친정엄마는 속상해하시더라구요. 집에서라도, 또 시댁 친정 나들이 때라도 좀 예쁘게 하고 다녔으면 좋겠다구요.
그런데 이런 저런 이유로 옷을 안사기 시작하니, 옷이 필요한 건 알겠는데 아이템을 못 고르겠는거예요.
쇼핑도 자주 다녀야 건지는 게 있지요. 집에만 있어서 보는 게 없으니 무엇부터 사야할지 감도 못잡은거죠..
그런데 결정적으로 올 3월, 첫애가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었어요.
물론 집앞이지만 저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외출이란걸 하게된거죠. 동네 엄마들과 첫 교류도 있을테고.
급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어떤 스키니진을 운명처럼 주문했는데..
낮에는 바빠 택배받은 걸 잠시 넣어두고는 아이들 재우고 밤에 그 바지를 입어보는데..
길이도 딱 핏도 딱.. 발목까지 너무 달라붙지 않고 살짝 일자처럼 떨어지는 걸 주문했더니 다리도 정말 날씬해보이고..
하체비만에 키 160도 안되는 제가 제 스스로 봐도 너무 예뻐보이는거예요..
정말 좋아서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더라구요.
여기에 맞는 신발도 하나 사야지. 1년동안 미용실 한번 안갔는데 이제 파마도 좀 해야겠다.
여기에는 밝은색 상의가 어울릴텐데, 무채색 옷들은 다 집어넣고 예전 옷들 좀 꺼내봐야겠다....
빨간머리앤이 벚꽃과 함께 둥둥 떠오르던 장면쯤 될까요?
(이 글을 쓰는데 괜히 눈물이 핑 ^^;;)
그리고 바로 컴퓨터를 켜고 다른 색도 또 샀습니다 ㅋㅋ
이래서 옷이 날개라고 하던가요. 바지 하나에 내 마음이 이처럼 풍요로워지다니..
어서 날씨가 따뜻해지고 봄이 왔으면 좋겠어요.
아이 어린이집에 보내면.. 좀 더 가벼운 옷차림으로 외출도 조금씩 하고 그래야겠죠.
여기 82에서 보면 아이 키우는거.. 끝이 없더라구요.
나름 1년동안 긴 터널을 지나온 것 같은데... 나중에 돌아보면 이제야 1막 1장쯤 끝낸걸까요?
어쨌든 저에게 그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어준 옷 한벌.
언듯 보면 시시한 이야기지만.. 혼자 감추고 있기에는 너무 벅찬 마음이라 이곳에 풀어놔 봅니다.
(남편에게 공감받기는 사실상 힘들잖아요.)
육아스트레스로 고통받는 분들 모두 힘내시길 바라며...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