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주는 사랑이 익숙한 타입과 받는 사랑이 익숙한 타입이 있는 거 같아요.
전 받는 사랑 타입인데요 막내로 자라서이기도 하고요...
친구든 연인관계든 저한테 적극적인 사람들하고 인연이 이어지거나 길게 잘 만나게 되더라구요.
똑같이 받는 사랑 타입의 남자를 만나면 미묘하게 신경이 상하고 자존심 부리게 되면서 불만이 쌓이더군요.
초반에 주는 사랑 잠깐 하다가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충족이 안되면 어느 순간 신경질이 확 나면서 공격모드로....;;
그래서 지금까지 만나온 바로는 장남인 사람하고 잘 맞았어요. 책임감있게 동생처럼 챙겨주는 사람이요..
저를 보살펴주고 아껴주고 그런 사람이랑 관계가 잘 유지되는데 그렇다고 그런 관계에서 마구 행복감을 느낀다기 보다는 그게 그냥 자연스럽고 편했지요.
장녀인 제 친구 한 명은 마구 퍼주는 사랑을 주로 하더니 결혼도 돌봐줘야하는 한참 연하랑 했어요.
전 연하랑은 전혀 생각도 못하거든요. 사람마다 참 다르구나 했죠.
결혼적령기를 훌 넘어 만나고 있는 지금 이 분은 이런 면에서 저랑 잘 맞아요.
장남인데다 집에 여자형제가 없어서 여자는 연약한 존재라는 환상이 있는건지
음료수캔도 내가 못 딸거라고 생각해 자기가 직접 따서 줄만큼
소소한거 다정하게 챙겨주고 애정표현도 말로 자주 해주는 스타일이거든요.
집 앞으로 항상 데리러 오고 데려다 주고
결혼해서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가 밖에서 고생하는 것보다 원하면 집에 있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결혼한다면 전 계속 일을 할 생각이지만 말이라도 이렇게 해주는 게 참 예뻤어요. 요즘 남자들은 대체로 가장의식이 없는데 그만큼 평등의식이 있는 거겠지만 전 그래도 이런쪽에서는 보수적인 경향이 있는지 가장의식이 있는 남자분이 좋더라구요.)
난 별거 안한거 같은데도 애교가 많다고 좋아해주는 등 기브앤테이크가 서로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너무 배려를 많이 해줘서인지.. 처음부터 밀고 당기는거 전혀 없이 서로 좋아한다고 해서인지...
그래서 관계에 긴장감이 전혀 없어서인지.... 같이 있음 편한데 편하다 못해 나른하고 졸리기까지 합니다.
팔다리가 힘이 빠져 흐물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요샌 뭘 같이 하고 싶은 의욕도 없고 만나면 그냥 축 늘어져 있는 거 같아요. 문어 말리는 것 마냥...
정말 속 상하게 하는 것 하나없고.. 나를 최고로 생각해주고.. 82에서 말하는 결혼 추천하는 남자인건 분명한데
결국엔 저랑 이성적으로 안맞아서 그러는 걸까요?
따뜻하고 포근하고 건전하고 믿음가고 성실한 타입인데 이성적으로(육체적;;;) 끌림은 좀 덜한 건 있어요.
포근히 안고 있는 건 좋은데 그 이상의 스킨십은 좀 귀찮을 때도...;;;
이미 나한테 넘어와서 잡은 고기라-_-;;;; 생각되어서 이러는 걸까요??
요샌 다른 남자를 더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이만큼 나한테 잘해줄 사람 없다는 거 알면서도..
결혼하면 평생 속 안썩이고 내가 편하겠다고 생각되는데 결혼까지 추진할 힘이 안생겨요.... 아 이 딜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