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귀농 16년차 농부입니다. 처음 귀농할 때는 유기농에 관심을 두었는데 여러 이유로 지금은 관행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우선 개념부터 정리하는 것이 우선일 듯싶습니다.
<유기농>이란 <화학농사>와 대응되는 개념입니다. 화학비료나 화학 영양제 등에 의지하지 않고, 퇴비 등의 유기질 거름을 이용해 농사짓는 것에 대한 개념어가 <유기농>입니다. <유기농>은 거름이나 영양제 등에 의해 규정을 받는 것이지 <농약>에 의해 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기농이면서 농약을 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전자의 경우를 <무농약 유기농>이라 하고 후자의 경우를 <유농약 유기농>이라 합니다.
농약의 경우도 화학농약과 미생물 농약이 있습니다. 화학농약은 화학적 독성으로 벌래나 균을 죽이는 농약이고, 미생물 농약은 자연 생태계의 원리에 의해 벌래나 균을 잡는 방법입니다. 미생물 농약은 인간의 몸에 해롭지 않습니다. 한살림의 경우 이 미생물 농약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미생물 농약의 경우 화학농약에 비해 값이 훨씬 더 비싸다는데 있습니다.
다음으로 순환에 의해 몸에 해로운 농약이 농산물에 유입되는 경우입니다. 가령, 농약을 한 볏짚을 퇴비로 이용했을 경우 퇴비를 통해 농약이 농산물에 유입된다는 것인데요, 미생물에 의해 <발효>가 되면 농약성분은 사라집니다. 사람이 먹으면 죽게 되는 복어 알의 경우도 <발효>를 시키면 독성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한살림의 경우 한살림 자체에서 톱밥을 이용하여 미생물 퇴비를 만들고 이를 농가에 보급합니다. 농가는 경작지에 볏짚을 깔고 여기에 미생물 퇴비를 뿌려줍니다. 그리고는 경작지를 쟁기로 갑니다. 이렇게 되면 미생물 퇴비가 볏짚을 발효시킵니다. 발효가 됨으로 해서 볏짚에 남아있던 농약성분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문제는 대기오염이나 물 오염, 주변 농경지와의 관계인데요. 한 살림의 경우 쌀을 제외한 나머지 농산물 품목은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됩니다. 쌀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은 노지재배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하겠죠.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대부분 지하수를 이용하여 물주기를 합니다. 지하수가 농약에 오염되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지하수가 오염되지 않았다면 비로 인해 발생하는 대기오염 유입은 어느 정도 차단된다고 봐야 하겠죠.
주변 농경지와의 관계인데, 주변에서 농약을 치는 경우 바람으로 인해 농약이 유입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살림의 경우 이러한 것도 고려가 되어 농가와 계약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령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고엽제>, 즉 제초제인데 일정 거리 이내에서는 제초제를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규제와 규정을 두고, 정기적으로 이를 조사합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한살림을 홍보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전 한살림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입니다. 전 관행농사 짓고 있습니다.
텃밭에 농사를 짓는 것과 일정규모 이상의 농사를 짓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가축의 경우 몇 마리 키울 경우와 집단으로 사육할 경우 집에서 몇 마리 키우는 경우 별 탈 없이 잘 자라지만 집단으로 사육하는 경우는 병이 많이 발생합니다. 약을 투여하지 않으면 집단발병으로 집단 폐사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농산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정규모 이상으로 농사를 짓게 되는 경우 농약을 하지 않으면 병 벌레로 인해 농사를 망치게 됩니다.
또한 농산물의 품목에 따라, 또는 재배 시기나 방식에 따라 병 벌레의 발생정도와 피해정도가 달라집니다.
가령 포도의 경우 <비가림> 재배를 하면 농약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비가림 재배를 하는 경우 포도에 <봉지>를 씌우지 않고 재배를 합니다. 비가림 재배를 하지 않는 경우는 포도에 봉지를 씌워줍니다. 만일 포도를 재배하는데 비가림 시설도 설치하지 않고, 포도에 봉지를 씌워주지 않는다면 농약을 붙들고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병 벌레로 인해 수확을 할 수 없게 되니까요. 배나 복숭아에게 봉지를 씌워주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과의 경우, 봉지를 씌워주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농약을 달고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병 벌레로 인해 망하게 되니까요.
제가 배추 농사를 지어보니 봄배추나 여름배추는 농약을 수시로 하지 않으면 병 벌레로 인해 수확자체가 불가능하더군요. 반면에 김장 배추의 경우는 농약을 그리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 경우 정식 시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배추 모를 좀 일찍 밭에 심게 되면 기온이 높은 탓에 병 벌레가 많이 발생합니다. 정식 시기를 좀 늦추면(찬바람이 난 다음 정식) 병 벌레 발생 정도가 확실히 적어서 농약을 그리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데, 문제는 늦게 심은 탓에 속이 잘 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농약이 염려된다면 속이 덜 찬 <벌떡배추>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