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맞벌이구요, 출근은 이르고 퇴근은 늦어요.
몇달 전까지는 도우미가 저 없을 때 와서 청소 빨래 다림질 등등 일을 해줬어요.
제가 김치 담가달라고 준비물 해놓고 가면 담가놓구요,
커텐도 떼서 아파트 앞 세탁소에 맡겨달라고 하면 떼서 맡기고
며칠 후에 찾아와서 달아주시고,
그 외의 것도 소소하게 별달리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셨던 것 같네요.
그런데 도우미아주머니가 자신의 사정으로 다른 지역으로 가시게 되셔서
내가 집안 일도 하면 절약되겠다 싶어서 그냥 살고 있어요.
또 얼마전에 시누이가 암으로 진단 받았거든요.
시누가 미혼이고 모아놓은 돈도 없고 시댁도 여유가 없어서
어차피 장남인 남편이 다 대야 해요.
그외에도 정말 저희는 받은 거 하나도 없지만
여러가지 시댁 일에 장남이라서 경제적으로 지출하고 있거든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제가 너무 마음이 아파서 하고 싶지 않네요.
제가 원래 좀 부지런하고 일을 술술 잘하는 편이기는 해요.
그래도 하루 종일 일하고 지쳐서 퇴근하고선 밤에 청소 빨래 다림질 등 집안일 하고
또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밥 하고 서둘러서 출근하고 하려면 힘든 것도 사실이예요.
요즘 2주간은 진공청소기만 돌렸지 마룻바닥을 걸레질도 못하고 지냈어요.
제가 아침을 하면 남편이 대개는 설겆이를 하고
이때 저는 출근준비를 하는데, 요즘 남편 일이 바빠서 통 설겆이를 못해줬어요.
그렇다고 식기세척기를 쓸 정도는 아니라서 제가 그냥 하고 있기는 했는데
남편이 너무 안도와주고, 예전에 도우미 아주머니가 있을 때하고 똑같이 하고 있어요.
저는 아무래도 집안 일이 있으니 퇴근 후에 집안 일 하고 늦게 자고
아침엔 또 일찍 일어나서 밥하고 정신 없는데
밥을 하면서 남편한테 수저하고 김치등등 식탁에 차려달라고 하면
조금 이따 먹겠다고 하고.
그래서 제가 지금 아침 다 되었으니까 그냥 먹자고 하면 지금 입맛이 없다고 이따 차리라고...
제가 시간 없는데 언제 또 차리냐고 그냥 먹자고 하니 막 짜증이네요.
제가 남편한테 좀 내 입장도 이해해 달라고 나도 힘들다고 하니까
남편이 자기는 음식물 쓰레기 내고, 재활용품 내고 그렇게 한다면서
이정도하면 되었지 뭘 더하느냐고..
자기한테 더 일을 시키려면 자기는 더 못하니깐 새로 도우미 아주머니 구하라고..
제가 남편한테 그랬어요.
수입은 빤한데 쓸 일은 많고,
그러니 이런 일은 우리가 힘을 모아서 절약해서 살아야지 어디서 돈이 나오겠느냐고.
도우미 아주머니 부르고 하면 내가 편한 거 모르냐고,
그렇지만 그렇게 쓰면 어디서 애들 교육비니 시누 치료비니 시댁에 들어가는 돈 다 나오겠느냐고..
남편은 제가 왜 화를 내는지도 이해가 안간데요.
자기가 입맛이 없다고 하면 이따 차리면 된다는 거예요.
나는 정말 너무 괴롭고 쓸쓸한 생각만 들어요.
일이 힘들어서라기 보다는 남편이 내 입장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없고
배려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