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직장에서 중간책임자예요.
올해 팀을 짜면서
30대 중반의 남자를 저의 기획으로 두었어요.
올해 중반까지는 잘 지낸 편이었어요.
그 남자기획이 능력이 있어서였고,
저도 그 사람이 인간적으로 괜챦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하반기 넘어가면서부터
남자 기획이 다른 팀의 팀장이랑 친하게 지내더라구요.
다른 팀장은 나이가 50대 중반 남자.
저는 40대 중반 아줌마구요.
사적으로 친한 것이야 상관없어요.
그런데 다른 팀장이 자기부서에서 해야 할 일도
우리 기획에게 시키고
우리 기획도 그 팀장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구요.
그런데 저는 그 팀장을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공적인 일도 사적으로 처리하려고 들고
어떤 상황에서 직감과 직관이 앞서나가다보니 본인의 편의대로 상황을 왜곡시키기도 하고
사무적인 섬세함이 부족하여 실수만발인 것을 다른 사람에게 시켜서 해결하고...
저 역시 직설적인 면이 있어서
그 기획에게 그 팀장의 에피소드 같은 것을 얘기해주면서
결과적으로는 그 팀장의 단점을 들추기도 했지만
사적으로는 저 역시 그 팀장과는 친하게 지내요.
장점도 있는 사람이니깐요.
또 저는 타인에 대해서
장점은 장점이고 단점은 단점이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그 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깔려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름 이후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기만 하면
기획은 괜히 삐딱하게 반응하고 튕겨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원래 까칠한 성격이니 그러려니 했는데...
어느 날은 크게 터졌어요.
어떤 사안에서 부딪쳤는데
저한테 화를 내더군요.
제가 기획에게 화낸 것도 아닌데, 기획이 저한테 불같이 화를 내더라구요.
저는 왜 그러냐? 설명을 했고 같이 화는 내지 않았어요.
오히려 나중에 제가 문자로 먼저 사과를 했죠.
그런데 그런 큰 일이 3번정도 있었어요
그때마다 제가 사과하고
기획이 했던 말 중에
다른 사람은 부장님 반만해도 부장님 보다 더 잘한다.
부장님은 왜 모든 것을 잘한다고 생각하냐?
여자는 못하는 부분이 있다. 인정해라.
왜 맨날 다른 사람 욕하고 다니냐?
앉았다하면 남욕하고 정말 듣기 싫어 죽겠다. 예수님이나 부처님처럼 모든 사람을 품어줄 수 없느냐?
-->그래서 제가 남의 단점까지도 좋게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은 나도 동의하고 집에가서도 밤에 혼자 반성한다니깐
혼자 반성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다. 왜 그렇게 고고한 척 하느냐?
-->제가 남편에게 그런 말을 하니깐 당신이 남욕한이나 하고 다닌다는 것은 정말 아닌데? 업무처리나 자기 주장이 확실한 건 맞지만...이라 했고, 가까운 사람에게 그러니간 제가 남욕하고 다닌다는 것은 좀 어이가 없다해요. 아마도 그 기획이랑 가까운 다른 팀장에 대한 저의 시각이 기획에게 못마땅했을지도...
왜 모든 일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려 드냐?
--> 이 부분은 다시 생각해도 울컥한 것이 제가 추진력이 있다는 이야기는 좀 듣지만, 기획이 그렇게 생각한 사례는 좀 어이가 없었어요. 이미 다 여러 팀장들의 동의얻어서 추진한 일인데 제 맘대로 결정했다고 오해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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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저런 요지로 소리소리 지를 때 그 광경을 목격한 사람이
너무 놀라서 저에게 위로를 하는데
지금 이 광경만 보면 제가 잘못한 것 같죠?
그러면서 또 자기 변명을 늘어놓고...
그 일 때문에 너무 힘들어할 때 저랑은 부서가 달라서 멀리 떨어진 어느 분이
저한테 와서 그러더군요.
기획을 조심하라.
왜냐니깐 그 사람은 너무 심리가 불안정해보인다.
사춘기를 정상적으로 보낸 사람 같지 않다(실은 고등학교 중퇴에 검정고시로 대학감)
사랑을 많이 못 받은 것 같다.
저런 사람의 피해망상증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만만한 사람에게 다 폭발한다.
그 사람의 부인이 아닌 것을 다행으로 알고
가능하면 사무적인 대화만 하고
혹시 기획이 공격해오면 절대 자세를 낮추지 말고 맞받아쳐라.
안그러면 또 그런다.
그로부터 며칠 후 술자리가 있었는데
기획이 저에게 그러더군요.
부장님 이해해 주십시오.
제가 원래 좀 그렇습니다.
다른 팀에 있을 때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길래 제가 대답했어요.
미소지으면서
"앞으로 **님을 더 사랑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의 진심이었구요
그 순간
기획의 뭐라고 더 말하지 못하고 눈빛이 확 꺾이는 것은 느꼈는데요.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 맘속의 트라우마라고 해야하나요?
요즘 잘려고 누워있으면
자꾸 기획이 했던 폭언들.
억울한 상황해석.
날 얼마나 무시하면 그렇게 소리지를 수 있을까?
말 내용을 떠나 그 울림과 분위기. 날 누를려고 하던 위압적인 자세.
한번은 제가 울었어요.(정말 바보같죠)
그러니깐 여자우는 것 제일 보기 싫다고 하면서
그래도 우니깐 이제야 여자로 보이네요.
아... 정말 떠올리기도 싫은 장면이네요.
지금 생각해보니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사람인데 제가 너무 파고든 것 같습니다.
그 기획은 사모님과의 직장 문제 등으로 이제 다른 곳으로 전근해요.
앞으로 마주칠 일은 거의 없겠지만
저는 설연휴 기간 맏며느리 노릇하느라 피곤한데 잠도 못자고
이렇게 전전긍긍하네요.
벌써 몇 달 된 일임에도
상처가 더 아프게 다가와요.
더 사랑하고 감싸주어야 할 사람이라는 것도 맞겠지만
저는 그러기에 강하지 못한 사람이란 걸
다시 한번 느끼네요.
다시 만나서 그때 그건 아니라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싶을 뿐여요
아마 그러면 또 소리지를 듯.
집에서 자신은 농담으로 한 말인데도
가끔씩 자기 마누라가 자주 집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운다는 이야기가
납득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