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제사상 떡시루 때문에 목멘 며느리가 있다고?

고은광순칼럼 조회수 : 1,392
작성일 : 2012-01-23 12:14:00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515729.html#thumb_up

 

죽음보다 현재의 삶이 중요하다

차별이 가혹한 시절 만들어진
허세적인 양반문화일 뿐이다
살아계신 동안 가족여행, 소풍,
오락회를 열어 함께 즐겨보자

조상 제사가 우리의 오래된 전통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국 황실의 문화를 조선 왕실과 양반들이 모방한 것이며, 평민과 상민이 따라 하면 불러다가 곤장을 때릴 정도로 상류층이 독점했던 문화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평민의 집 마당에 능소화를 심는 것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문화를 고집했던 것이 그 시절 신분제 사회의 질서였다.

중국 갑골문 전문가인 김경일 교수는 3300여년 전 중국 은나라의 조갑이 형을 해치우고 왕이 된 뒤 권좌에 오른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천신과 황하신에게 지내던 제사를 없애고 무당들로 하여금 까다로운 형식의 조상 제사를 관장하게 했다고 그 기원을 밝힌 바 있다. 이성계가 고려 왕을 배신하고 조선을 세운 뒤 세종 때 <용비어천가>를 지어 자기의 조상들은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으며 그런 조상의 후손임을 내세워 쿠데타를 합리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에서 족보 만들기나 조상 제사가 대중에게 일반화된 것은 양반의 세도가 무력해진 일제강점기 이후의 일이다. 일제는 식민지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호적제도를 도입했고 성씨가 없던 평민과 상민들은 그때 비로소 성을 만들어 관청에 등록했다. 그러니 그 뒤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족보가 가짜일 수밖에 없고, 김·이·박 3성이 전 국민의 45%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희귀한 ‘성 쏠림 현상’도 나타나게 된 것이다.

왕조 시대의 귀족들은 자기의 피가 다르니 감히 자신의 권력을 넘보지 말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조상 제사나 족보를 이용했다. 프랑스 민중은 혁명을 성공시켜 독점권력을 무너뜨리고 자유·평등·형제애와 같은 새로운 가치를 내세웠지만, 조선의 백성은 외세의 침략으로 양반이 무력해지자 양반의 문화를 흉내 냄으로써 차별의 서러움에서 벗어나려 했다. 양반 또한 과거의 자존심을 잊지 않으려고 족보나 조상 제사를 고수했으니 일제강점기에 조상 제사는 전 국민의 행사가 되었다.





돌아가신 이를 기리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래전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차별이 가혹했던 시절에 만들어지거나 유통된 문화가 지금에도 필요하거나 아름다울 리 없다. 작가 이문열은 제사상에 올릴 떡시루에 김이 안 올라 목을 맨 며느리에게서 섬뜩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고 하지만, 우리 여성들에게는 이문열의 미적 취향이 섬뜩할 뿐이다.

조상 제사의 원조국인 중국에서도 이제는 사후 1~3년간만 아들딸 불문하고 형편 되는 자식이 상을 차린다. 우리의 관혼상제 문화에 아직도 허례허식이 많은 것은 그것이 창의적인 것도 아니며 차별적이고도 허세적인 양반문화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타이가에 살면서 지혜를 전하는 아나스타시야는 삶이 아니라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그의 영을 깨어나지 못하게 하며 그를 죽은 상태에 묶어둠으로써 그의 영혼을 괴롭히는 일이 된다고 말한다. 윤회·내세를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무덤, 비석, 수십년씩 이어지는 제례를 통해 죽음의 세계에 가두어 두고 후손을 위해 복을 달라고 비는 것은 망자를 위해서도 예의가 아니다.

어느 인디언의 시처럼 죽은 뒤엔 천 개의 바람이 되고, 눈 위의 반짝임이 되며, 곡식 위로 내리쬐는 햇빛이 되고, 고요한 아침 부드럽게 내리는 가을비가 되며, 새들의 날갯짓이 되고, 나는 별빛이 되는 것이, 된다고 믿는 것이 훨씬 좋지 않은가.

혹 꿈에 망자가 안 좋은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무덤을 옮기거나 점집을 찾을 일이 아니라, 찬란한 빛 속에서 환한 미소를 띠고 세상 만물에 사랑과 축복을 내리는 모습을 수시로 상상해드리는 것도 좋겠다. 남들이 하니까, 옛날부터 해온 것이니 그대로 따를 게 아니라 합리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살아보자.

고령화 사회다. 살아 계신 동안 가족여행, 가족소풍, 가족오락회를 열고 검은 흙에서 돋는 초록 새싹과 노랗고 빨간 꽃에 감동받으며 새들의 예쁜 지저귐이나 나와 타인의 미소를 감사하며 함께 즐겨보자. 부모·조상의 유전자는 모두 내게 전해지는 것이니 나와 타인을 귀하게 여기며 서로 돕는 우리에게 조상들은 박수를 쳐주실 것이다.

IP : 14.37.xxx.16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4487 결혼이민자 관련....도움 부탁합니다 1 .. 2012/01/28 722
    64486 토정비결이 잘 맞는지요 11 토정 2012/01/28 3,834
    64485 소송이혼은 어떻게 진행이 되야 되는지..알려주세요 3 알려주세요 2012/01/28 1,131
    64484 친척들 예단으로.. 줌렌즈 2012/01/28 1,299
    64483 전기압력밥솥에 밥 말고 다른요리도 하시나요? 7 밥솥 2012/01/28 1,852
    64482 미샤제품중 블랙헤드에 좋은거? 3 6학년 2012/01/28 1,885
    64481 전 책읽는게 쉬는거에요. 4 눈물케익 2012/01/28 1,302
    64480 현미밥 하려는데 ....방법 좀....^^ 5 현미 2012/01/28 1,612
    64479 설날 후유증으로 저녁 못먹었어요 머지 2012/01/28 1,083
    64478 이게 뭔의미에요?7살아이말 5 먼소리냐??.. 2012/01/28 1,554
    64477 연세 바른 병원 라임 2012/01/28 387
    64476 점,기미,색소침착?등 피부과잘하는곳소개부탁해요(송파구) 별따라 2012/01/28 719
    64475 오래된 유머 - 모친전상서 (by G.O.D) 8 시인지망생 2012/01/28 1,702
    64474 성내역 파크리오 매수 괜찮을까요? 4 파크리오 2012/01/28 2,958
    64473 해피콜꺼와키친아트꺼중에서 4 2012/01/28 1,328
    64472 한은정 코어인바디 갖고 계신 분 계신가요? 2 코어 2012/01/28 1,765
    64471 대한민국을 말아 먹 는 자들의 책임을 끝까지 묻기 위하여 ~~ 1 이 터를 지.. 2012/01/28 399
    64470 스맛폰과 무선공유기 질문이요~ 4 .. 2012/01/28 1,048
    64469 다문화 지원 어케 생각하나요 42 화랑 2012/01/28 4,220
    64468 여드름피부는 이중세안법 좀?? 8 다양 2012/01/28 1,817
    64467 목욕탕 타일 색 골라주세요 (컴대기) 2 갸우뚱 2012/01/28 1,469
    64466 TV가 고장나니 확실히 책을 더 읽게 되네요 푸른연 2012/01/28 599
    64465 4대강 끝나니 관리는 지자체 몫? 세우실 2012/01/28 503
    64464 한미 FTA 비준 과연 서둘러야 할 일일까요?노공이산(고 노무현.. 1 sooge 2012/01/28 509
    64463 노무현 각하의 주옥같은 FTA 발언 모음 3 그리움 2012/01/28 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