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딸기 농사를 짓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농사를 짓는 사람이고, 주변에 딸기 농사를 짓는 이웃들이 많기 때문에 딸기 포장문제에 대해서 좀 압니다. 그래서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요즘 시중에서 판매되는 딸기의 경우, 소규모 <팩포장>이 대부분 일 겁니다. 딸기 출하 포장이 이렇게 변한 것은 딸기의 상온 유통기간이 매우 짧고, 사람의 손이 딸기의 살에 닿게 되면 쉬 물러진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한번이라도 사람의 손을 덜 타게 하기 위해서 생산농민들이 직접 딸기를 소규모 팩보장으로 출하를 합니다.
딸기 상자가 대부분 규격이 동일합니다. 1kg, 2kg.... 그리고 농민들은 동일한 규격의 딸기 상자를 단체로 주문합니다.
딸기란 놈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공산품처럼 크기나 모양, 색상 등이 동일하지 않습니다. 농가 마다 다를 수 있고, 같은 농가에서도 비닐하우스 동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딸기의 품종에 따라 다릅니다.
이렇게 동일하지 않은 딸기를 상자에 담으려다보니 무게도 맞춰야 하고, 상자의 규격에도 맞춰야 합니다. 가령 큰놈만을 상자에 담을 경우, 무게를 벗어나거나 또는 상자를 채우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런 이유로 해서 큰놈과 작은 놈을 함께 담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작은놈을 밑에 깔고, 큰 놈을 위에 깝니다.
농민들이 이렇게 딸기를 상자에 담는 것에 대해 딸기를 <잰>다고 표현 합니다. 농가들이 이렇게 딸기를 <재>는 품이 보통이 아닙니다. 딸기를 <재>지 않고 큰 것 작은 것 구별 없이 차례로 담는다면 농가들은 품이 훨씬 줄어들 텐데, 딸기를 <재>야 함으로 해서 많은 품이 들어갑니다.
1박 2일에서 이수근이 복숭아 포장하는 일을 합니다. 복숭아를 따 와서 자동선별기로 크기를 선별하여 복숭아를 포장하는데, 이렇게 포장하다가 큰 놈이 부족하면 가서 다시 크기에 맞는 놈을 따와야 하고, 작은 놈이 부족하면 다시 가서 그에 맞는 놈을 골라 따와야 합니다. 품이 많이 들어가겠죠. 딸기를 재는 일도 이와 유사합니다.
문제는 딸기를 <재>지 않고 모조리 담아서 출하를 하게 될 경우, 이는 선별하지 않은 것으로 되어 경매가가 매우 낮게 나온다는 점입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보았을 때, 크고 작은 놈이 섞여 보이면 선별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어 외면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농가들이 <한살림>으로 납품하는 딸기는 (무농약 계약재배- 가격과 물량에 대해 한 살림과 농가가 계약) 쨈 딸기용 정도의 품질을 제외하고는 선별하지 않고서 모조리 담아서 출하합니다. (아, 저는 딸기 농사를 짓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 살림에 농산물을 납품하지도 않습니다)
딸기 농가들, 딸기를 <재>지 않고, 크고 작은 것 구별 없이 차례로 담아서 출하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겁니다. 품이 훨씬 줄어들고, 생산비도 훨씬 줄어들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