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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혼자 아프다가 엄마 생각 나서 울고 있네요..

혼자.. 조회수 : 1,438
작성일 : 2012-01-22 00:20:18

이혼하고 혼자 살아요..애들은 아빠랑 있고..  애들이랑도 사이 나쁘지 않구요... 같이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뭐 별로 힘들지 않고.. 나름 잘지낸다고 자부하고 있었었는데...

요새 제가 몸살을 좀 심하게 앓았어요.. 밤에 열이 오르고 온몸이 맞은것 처럼 아프더라구요..

그래도 출근은 해야 하니까.. 아침에 지하철 탔다가 정말 이렇다 쓰렇지면 어쩌나 걱정될 만큼 힘들기도 했구요..

아프고 기운없는데, 정말 물 한잔 가져다 줄 사람 없으니까..

제가 물수건 만들어서 머리에 얹고, 죽도 사먹으면서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는데...

 

친구가 오늘 걱정되서 전화하면서 "집에 가 있지..." 하는데..

"팔자 좋은 소리 그만 해.. " 하고 끊고 혼자 눈물이 끊이지 않아서.. 뚝뚝......

친구가 저 위해서 걱정되서 한 얘기 인거 아는데..

그 친구 입장에서는 아프면 엄마한테 가는게.. 나이 40 넘었지만 엄마 나 아파.. 하고 말하는게 당연하겠지만..

전 그럴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아픈데.. .. 그러시는분 있으실텐데요..

엄마는 중학교때 돌아가시고 지금 새엄마는 대학 입학할대 들어오셨어요..

뭐 나쁜 분 아니어요..시간이 많이 흐르고 이제 저도 나이 먹어서 다른 물만 없어요..

오히려 감사드려요.. 아버지와 같이 아프시지 않고 오래 사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뿐..

 

하지만.. 제가 좀 유난 스러운지는 모르겠지만.. 사소한 것에서 아무래도 어렵더라구요..

예를 들면.. 부모님 댁 컴퓨터 제가 쓰던 거 갖다 드렸는데 아무래도 노인들이시니까 뭐가 안된다 하면 가봐야 해요..

평일 저녁에 일끝내고 가는데.. 엄마 번거로울까봐.. 집앞 분식점에서 대강 먹고 들어가요...

제가 차려먹고 제가 치우고 설겆이 해도 되는데.. 웬지 밥 먹을께요.. 라는 말이 잘 안나와요..

20년 훨씬 넘었는데도.. 밥줘 배고파.. 이런 말 해본적 없구요...

그래서 지금도 제일 부러운게 이런 명절에 집에 가서 엄마한테 뭐 해달라고 해야지. 하는 지인들입니다..

아무리 늦은 시간이더라도 집에 가서 엄마밥 먹겠다는 분들.. 정말 정말 부럽습니다...

 

아버지도 있는데 꼭 그렇게 금을 긋고 사냐 하시겠지만.. 저희 아버지 아주 보수 적인 분이시고..

저 이혼 한 다음 부터는 저 보는거 불편해 하시는게 느껴져요..

이혼한 40대 딸내미 아픈 몸 끌고 와서 누워있는거.. 분명 별로 안좋아하실거구.. 끌끌 혀를 대놓고 차실 거에요...

 

"딸내미라도 불러.. 와서 잔심부름 이라도 하라고 해.." 친구가 그렇게도 말했어요..

하지만.. 그것도 .. 에미라고 제대로 해준것도 없으면서.. 고1 겨울방학.. 학원에 힘들게 공부하는애

집도 먼데 오라 가라 해서 심부름 시키나 싶어.. 못하겠더라구요...

 

이래 저래 다 못하니까.. 끙끙 혼자서 앓고 꾸역꾸역 살겠다고 밥 챙겨먹고.. 모래씹는 거지만

한숫갈이라도 먹고..종일 따뜻한 차 마시면서 약먹어가면서 뜨끈한 전기매트에서 쉬고 있어요.. 제 집안 꼴은 엉망이지만.. 그래도 차례준비는 해야 하니까요..

 

 내일 부모님 집에 가야 하고 차례준비 해야 해요...오빠도 혼자고 해서.. 일할 사람 저밖에 없거든요..엄마 힘드시다고 하셔서 명절에 전 다 사고 만두 송편 그런거 절대 집에서 안해요...  그래서 나물볶고 잡채정도 닭손질 뭐 그런거니까 힘들진 않아요..아까 전화드렸더니 엄마도 몸살로 링거맞고 힘드셨었다고..  에휴..그럼 기분 더 별로 안좋으실거구.. 전처 차례 지내느라 집 청소하고 장보고 그런거 얼마나 싫겠어요.. (원망 안해요.. 사람 마음 당연한거라고 생각해요..)

돈도 좀 여유있게 드리고 싱크대며 여기저기 좀 청소해드리고 와야겠어요..

 

명절 스트레스 다들 있으시겠지만.. 전 다른 의미로 집에 다녀올때마다 참 불편합니다.. 이제 제사를 절에 모시거나 했으면 좋겠는데.. 아버지가 당신 살아계신동안에는 절대 안된다고 저렇게 고집을 피우시네요..  이번 명절엔 가서 오빠 옆구리를 다시 찔러 봐야 겠어요.. 오빠는 아무래도 자기가 준비 안하니까 그 심각성을 모르고 아버지가 안된다고 하셔 하며 약간 불구경 하는것 같아요.. 20년 넘게 제사 차례 모셨으면 엄마도 할만큼 도리 하신거구.. 연세도 있으신데 계속 부모님집에서 모시는건 아닌것 같아요.. 제가 혼자 있으니까 저라도 모셔올까 싶기도 하고...생각이 많은 주말입니다....

 

 

IP : 175.193.xxx.14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22 12:23 AM (115.126.xxx.140)

    시집살이도 아니고 친정살이 하시네요.
    이렇게 아프신데 뭘 또 내려가시나요.
    원글님도 하실만큼 하셨으니 아프고 하시면
    적당히 하셔도 되지 않을까요?
    딸이 다 하니까 계속 하겠다고 하시는거지,
    아프다고 요령도 좀 피우고 불편해봐야
    절에 모실 생각도 나실 거예요.

  • 2. 원글님...너무 힘드시죠?
    '12.1.22 12:34 AM (221.140.xxx.164)

    글 읽는 저도 마음 아프네요... 하실만큼 하셨어요 글 읽어보니... 쉬셔요...쉴 자격 충분히 있으셔요...
    힘네세요

  • 3. 원글
    '12.1.22 1:24 AM (175.193.xxx.146)

    그래도.. 어찌.. 눈치보여요.. 안갈수 없죠.. 엄마도 아프신데.. 저까지 안가면.. 아무리 할일 없다지만 소소한것들 엄마혼자 다하셔야 해요.. 아버지 도와주실분 아니고.. 오빠는 아예 나몰라라.. 명절날 아침에 와서 차례지내고 밥먹고 가요.. 차례지낸 설겆이며.. 일이 많으니.. 꼭 가야 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엄마 차례.. 근데 제 몸이 아프니까 이렇게 여러가지 생가 들면서 서럽네요...

  • 4. 이런 어려움도 있군요.
    '12.1.22 1:25 AM (119.149.xxx.229)

    ... 에휴, 전 명절만 되면 애도 안태어났던 때 내가 왜 이혼을 안했을까,
    가끔 그런 생각하면서 혼자 열내고 잠못들고 그러는데

    이러나 저러나 다들 힘들고 속쓰리고 답답한 구석들이 조금씩은 있네요.
    어여 몸이라도 가뿐해지시길.
    안 아프면 마음도 가볍고 생각도 더 쿨해지고... 똑같은 현실이 좀 달리 보이기도 하겠지요.

    님 상황에 대해선 저도 인생 경험이 짧아 도움드리진 못하구요.
    새해 복 많이 많으세요.

  • 5. 토닥토닥...
    '12.1.22 2:02 AM (122.32.xxx.10)

    저도 친정이 그리 편한 곳이 못되는지라 원글님 마음이 얼마나 이해되는지 몰라요.
    이번 설에도 친정에 가기는 가야 하는데, 정말 가기 싫어요. 애들땜에 어쩔 수 없이 가요.
    우리 힘내요. 원글님 한번 토닥토닥 해드리고 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6. ...
    '12.1.22 2:20 AM (58.140.xxx.32)

    엄마 있지만
    당신 몸 하나만 생각하는 분이라
    보러 간다면 오히려 싫어해서
    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니 너무 슬퍼 말으세요

  • 7. ...
    '12.1.22 2:51 AM (115.126.xxx.140)

    원글님 마음이 참 느껴지고,
    가엾어서 옆에 있으면 손이라도 잡아드리고 싶네요.
    얼른 나으세요. 토닥토닥..

  • 8. 백설기
    '12.1.22 5:22 PM (222.119.xxx.73)

    원글님 고된마음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프면서

    저만 힘든게아니구나 싶어요...얼른 회복되시고 무거운짐을 조금만 내려놓으시고 올핸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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