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 글, 넘 길어 대충 보니 형님이 장 보고 형제가 각각 부담하는 건데
우연히 스리슬쩍 살림까지 넣었더라. 아니 이런 어이없는 경우가,.,
전 혼자 장봅니다
누가 도와주면 저도 좋지요. 같이 뭐 사먹기도 하고 흉도 보고 뭐 살까 고르기도 하고... 그런 게 명절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만 안 되는 상황을 억지로 만들 수 없어
배달할 수 있는 건 배달하고 들고 와야하는 건 제가 들고 올 수 있는만큼며칠간 나눠서 장 봅니다
그러다 이젠 요령이 생겨 전날 오전 장보고 낮 저녁 이용해서 음식 만듭니다
종종 제수비용에 대해 올라오는데
언제 어디서 얼만큼 사느냐에 따라 달라요
저의 경우 재래시장보다 배달이 편리한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것만큼은 유기농이 아니어도 믿을 수 있는 데서 삽니다
잘만하면 백화점 수퍼가 재래시장보다 더 싸기도 해요
아이들도 잘 먹고 온 사람 빈손으로 보내는 건 제 정서상 잘 안되서 과일도 한줄짜리 박스로 사고 고기도 넉넉히 먹을 수 있게
샀어요. 제수상 외에 남편이나 아이들이 따로 먹고 싶다는 건 좀더 샀지만
다들 제수음식 잘 먹는 편이라 안 먹는 건 최소경비로, 잘 먹는 건 양껏..^^
그리고 끝난 후 각자 가져가고 싶은 거 가져가고 싶은 만큼 가져가라고 롤 백과 지퍼백 내놔요
남편이 힘들게 번 돈으로 제가 고생해서 만든 음식, 냉동실에서 썩어나가는 건 싫으니까요
근데 이게 왜 부담 안 되겠어요 . 매달 제가ㅡ밭는 생활비의 절반이 시댁 생활지로 들ㅇ어가는 상황인데..
다행히 그럴 땐 특가품도 나오고 무이자할부가 되서
삼개월 나눠 결제합니다
동서가 넘 모르는 거 같지만 얼마 들어가냐길래 얼마 들어간다했더니
친정은 얼마 안 드는데 시댁은 형편에 비해 과하다합니다
지금의 저는 때가 많이 타서 바로 그자리서 얘 참 싸가지가 없구나, 진짜 집에서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살았구나..했을텐데
그때의 저는 어리버리해서. 그러게말야했답니다
담에 시누가 언니 차 없어 불편할테니 자기가 장 같이 봐준답니다
동서가 전화와서 형님이랑 시누 가는데 자기 안 가면 그러니 간대요
저는 오예~ 드디어 나도 같이 장 보는구나 신났지요
장보기도 한 번에 오케이!!
마침 차도 있으니 암 생각없이 울 집에 필요했던 거 두어개 담았어요
계산서 받아들고 틀린 것 없나 보는데
시누가 이집은 제수ㅜ비용 이십만원이네! 자기네 살림은 빼야지!
해서 깜짝 놀라 쳐다봤어요
이 상황에서 그런 말 하는 게 이해도 안 되었고 무슨의도로 저런 말하는지도 몰랐어요
당연히 제수 비용에서 제 살림 빼는 건데 왜 저렇게 말할까? 생각만 하고 왔어요
다음부터 동서가 십만원씩 보내더군요
그때도 몰랐어요. 동서내 형편이 안 좋은가보다, 기대도 안하던 터라 생각도 안 했지요
어느날 문득 생각나느것이
동서가 시댁 제사는 과해요 ㅡ 저 시댁에 어머니 생활지 이십망원 드리는데 더 이상 돈 나가는 거 싫어요
십년 전 둘이 합쳐 오백 벌 때였어요. 대출금 없고 애도 없고 차체 높은 차 두대 각각 출근용으로 가지고 있고
친정은 안 드려도 되지만 시댁만 할 순 없지 그런 마인드로 똑같이 할 때였어요
저흰 대출 삼천의 육천짜리 전세살며 남편 혼자 삼백 벌어 칠십 어머니 드리고 애 둘 키울 때였어요
남편이 돈이 없는 이유는 결혼 전에도 시댁의 가장이었고 시동생은 연애시절부터 동서에게 통장을 모두 넘겼어요
각자 자기의ㅡ삶이 있고 방식이ㅡ다르니 이런 걸로 뭐라하고ㅠ싶진 않아요
동서의 똑똑한 계산법은 난 암것도 시댁에서 받은 것 없으니 암것도 안해, 딱 할 도리만 하겠다, 생활비 이십, 제수비용 이십
그리곤 손 하나 까딱 안했어요
친정엄마가 냉장고 채워주고 자긴 맨날 외식만 해서 물가도 몰라요, 그러구선 홈쇼핑에서 과일 싸게 샀다고 자랑합니다
그런 주부가 앉아서 계산기만 두들기니 제수비용 사십이 그 뒤의 노고는 안 보이고 사십만원만 보였나봐요
여기에 남 잘 되는 거 못 보는 시누가 가세해
그럼 내가 같이 장보러 가서 얼마나오는지 보겠다, 이런 말이 오갔던 거였어요
시누의 계산법은 아니 어떻게 제수 비용을 사십씩이나 써? 나한테 그 돈 주면 십만원으로 해결하겠다,
그럼 남는 삼십은? 인마이포켓이지...
....
남편 시어머니 입맛이 장난 아닙니다
집에서 밥 먹을 땐 십이첩반상에 플러스알파했었어요
그나마 요샌 기력이 쇠해 구첩반상까지 용인합니다
한우 외엔 집어던지고요 새꼬막은 개꼬막이라 쳐다도 안 봐요
국엔 국거리 한 근 넣고 끓여야지 저처럼 한 근을 세 토막으로 나눠 하면 가난한 집이래요
한 번 올라온 것은 미칠듯이 필이 꽃혀야 세번 먹구요 그 담은 버리래요
그거 냉동하면 맛없어서 못 먹고 다 못 먹을바에야 다른 사람과 맛있을 때 나눠먹겠다하니 헤프다며 난리났었지요
차례상에 올리는 참꼬막값만 이만원입니다
원래 커다란 생조기? 부서? 뭐ㅜ그런거 썼는데 도저히 감당이 안돼
어머니 모시고 열마리 칠팔만원 하는 굴비 보여드렸더니 오케 명령 떨어졌구요
평소 저흰 스무마리 만사천원짜리 사서 구워먹는답니다
동서와 사누의 밀담,,, 잘 오간 끝에 전 또 비보가 되었지만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이 상황을 헤쳐나가려 노력합니다
계산 빠른 동서, 애 낳고 살림하면서 좀 철 들었나 싶더만
어머 형님 저희 친정은 과일도 젤 큰 거 생선도 민어 젤 큰거 올리세요..
장터에서 가정용 한라봉 사서 상에 올렸더니
어머 형님 자긴 옥션에서 오렌지 한 상자 얼마 주고 샀어요ㅡ 여보세요, 남편, 저 형님보다 알뜰해요, 형님 넘 과하군요 늬앙스 푹푹 풍기며ㅡ
그래서 어 그래 어머니가 고생 많으시다, 제수비용 넉넉히 드리지,
어 그래 동서 참 알뜰하다
그 말 들은 시동생 흐믓해하고..
비꼬는 맘 없이 철딱서니 없는 애 으르듯이 말했습니다
가고 난 뒤 정리하다보니
오만원 든 봉투가 보이는데...참...
한참 뒷북 치는 저,
그러게 동서 나보고 어쩌라구,,, 가서 친정엄마나 좀 도와드리지... 자네ㅜ낳아 길러주고 자네만 유독 이뻐하셨던
친정아버지 제사상아닌감
귤이라고 다 같은 귤인가, 나두 미국산 오렌지, 싸게 사는 법 안다우, 근데 계산해봤더니 가정용 한라봉이 쬐어끔 비싸고
이젠 입도 줄어 일년 한 번 먹는데 그 정도는 나한테 쓰고ㅜ싶구만...
조용히만 있음 떨어지는콩고물도 있는데다 시댁 일엔 일체 참견 안하던 동서,
마침내 이건 정말 아니다싶을 정도로 과하게 침튀기며 제 욕하는 시누와도 결별하니
다시 혼자 되서 술병 끼고 주정하는 시누...
저 일 말고 다른 사건으로 정말정말 화났을 땐 시누 일하던 곳에 가서 이 사람의 패악질을 폭로해버릴까도 했었어요
근데 시간이 흐르니 뿌린 대로 거둔다는 옛 말이 새삼스럽습니다
맨 마지막까지도 날 지켜줘야할 가족들이 그리 함부로 대해도 암 말 못하고 가만 있던 나약한 남편,
그대의 열매는 뭘까요..
이제 오십 넘으니 두렵습니까?
나의 열매는 뭘까요? ...
이혼은 중요하지 않ㄴ더군요
어제를 교훈 삼아 내일을 행복하게 살려고 합니다만
그래도 과거 상처가, 제가 넘 쑥맥이고 무방비상태에서 경우없는 일을 당했던터라
가끔 이렇게 불쑥 쑤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