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대체 나한테 왜 그랬어.
난 어려서부터 단 한 번도 엄마 말 안 들은 적 없고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왜 허구헌 날 그렇게 때렸어?
문 다 걸어 잠그고 고무호스,몽둥이,가죽혁대 들고 나 발가벗겨 밤새도록 두들겨 패면서
아파서 우는 애한테 "왜 울어! 뚝 못 그쳐! 뭘 잘 했다고 울어! 니가 지금 나 이겨먹을라고 그러지!"
하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애한테 "너 왜 말 안들어! 왜 말 안 들어!"하며 두들겨 팼지.
그럼 난 무조건 "다시는 안 그럴게.잘못했어.잘못했어."하며 싹싹 빌었고...
네 살 때 내가 연양갱이랑 매치매치바 둘 다 먹고 싶다고 했을 때 그 친구들도 많은데
질질 끌고 들어가서 안 죽게 팬건 앞으로 내 의견을 말하면 이렇게 죽을 만큼 맞는다는 걸
확실히 알려주려고 그랬어?
간난아기였을 때 내가 울 때마다 엎어놓고 이불로 덮어버렸다는 건 자랑이 아니지.
그 후로 난 지금까지 누구에게나 내 의견을 말할 수 없는 불쌍한 존재가 되어버렸어.
그리고 유치원 입학실날 실내화를 가져온 건 다른 애들이 거기있는 걸 가져가는 걸 보고
나도가져가도 되는 건 줄 알았어.
엄마 말대로 훔쳐온 거라면 내가 그걸 엄마한테 왜 보여줬겠어.감춰야지...
계속 안 훔쳤대도 엄마는 내 말을 들어주질 않고 계속 팼어.
엄만 그냥 틈만 나면 팼지.온갖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가져다 붙이면서.
그럼 난 '오늘은 또 무슨 일로 팰까...집에 들어가려면 항상 불안했어.
그러면서 무슨 책잡힐 일이 없나 하고 하나에서 열까지 꼼꼼히 체크를 하며 살았어.
그 덕분에 난 완벽주의자가 되어서 무척이나 피곤하게 살아왔고...
엄마의 주된 레파토리는 내가 교과서에 인쇄된 글자처럼 글씨를 예쁘게 못쓴다는 거였는데
난 정말 내가 그렇게 써야만 하는 줄 알고 매일 노력하다가 이젠 자타공인 명필이 되어버렸어.
그렇게 패고나면 엄마는 항상 잔뜩 무서운 얼굴을 하고는 나한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지.
난 엄마와 불편한 관계를 견디기 힘들어 잘못한 게 없는데도 항상 먼저 다가가 싹싹 빌었고...
그렇다고 엄마가 날 편하게 대해준 건 아니잖아.
그렇게 빌기를 하루 정도 하고나서야 풀어져줬으니까...
나중에 아빠가 내 몸을 휘감은 시커먼 멍자국들을 보고 왜 애를 때렸냐며 엄마를 때리고
그러면 엄마는 다음 날 왜 일렀냐며 나를 때리고.
근데 난 한 번도 이른 적이 없어.그냥 봐도 누구나 다 알게 패놓은 엄마 탓이지.
그렇게 계속 어른이 되어서까지 패다가 서른 두 살 여름 난 정말 좋은 남자친구 덕에 맞는 걸 졸업하게 되지.
두들겨 패다 못해 이젠 부엌칼을 들고 날 찔러죽이겠다고 덤비더군.
난 방으로 도망가서 문을 잠그고 112에 전화를 걸어 가정폭력을 신고하고
엄마는 도끼로 문을 찍어가면서 열라고 고함을 쳤지.
그런 일이 있은 후 엄만 하루종일 나한테 정말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들을
마구 퍼부어댔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남동생이 먹고 싶다면 니 허벅지살이라도 썰어다 바쳐야지'하는
내용의 폭언...
그런데 엄마는 그 후로 한 달 가량을 날 쳐다보지도 않았지...
* 날선 댓글은 사양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