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남편을 보면서 난 참 좋은 부모 만나서 행복한 시절 보냈다는 생각 들더군요
연애7년 결혼 이제 3년차 접어들었네요 시댁이란 곳의 실체를 요즘 너무 많이 알았더니 남편이 새삼 불쌍하게 느껴지네요
5살에 아버지 돌아가시고 시어머니가 시누이랑 남편 홀로 키우셨죠 근데 시어머니 성향이 워낙에 의존적이라... 많이 힘드셨던거 같아요 남편 중학생... 어린나이에 애들 앉혀놓고 니들때매 내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아냐며 우셨다고 하더라구요
그 기억이 남편에겐 트라우마가 된거 같아요 시어머니가 아킬레스건이랍니다 남편한테 엄마라는 존재는 자기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끝까지 책임져야할 존재가 된거죠
남편이 돈벌고 나서 시어머니 바로 직장 관두셨고 나이 40대부터 60이 낼모레인 지금까지 남편이 생활비 드리며 시어머니 인생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어머니도 당연히 아들이 내 인생 책임지는거 맞다고 생각하시나 봅니다
사실 결혼전 연애중일때 시누이가 두번 돈사고를 쳤습니다 첫번째 사고 쳤을때는 저도 어릴때고 결혼생각이 없던지라 헤어질 생각까지는 안했었습니다 근데 몇년지나고 돈사고를 또 치더군요
시누이 돈사고 친 타이밍이 남편이 홀로 벌어 이제 좀 살만해져 집이라도 한채 장만해야겠다 싶음 그렇게 일쳐서 그렇게 두번을 남편은 좋은 기회 다 날리고 퇴직금 중간정산 해가며 시누이 빚 갚아줬습니다
두번째 시누이 사고쳤을때는 헤어졌었습니다 저도 이 사람과는 자신이 없더라구요 그 집안에 들어갈 자신이 안생겼고... 사실 남편과는 연애7년을 보내면서 초반에는 누구나 그렇듯 연인들간에 맞춰가느라 싸우고 그랬지만 몇년 지나 서로에게 익숙해지니 싸울일도 별로 없고 사랑도 깊어지고 그랬었는데... 그 집안이 감당이 안될거 같아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연애한 세월도 그렇고 남편도 남편 하나 보면 너무 괜찮은 사람이었기에... 결혼전 이런저런 시댁에 대한 조건들 다 남편이 수용하고 결혼했네요
결혼하고 2년동안 초반에 한 2개월 연애랑 결혼은 다르다고 서로 맞춰가느냐 크게 몇번 싸웠던거 빼고는 이제껏 둘이 잘 지냈습니다 시어머니 생활비는 매달 50씩 드리고 가계부 쪼들리면서 살았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잘 살아왔었네요
사실 둘사이에 아직 애가 생기질 않아 이제 올해부턴 불임병원 다녀보자 얘기도 하면서 자녀계획 준비할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게 이보다 행복할수 없다 생각하던 차에 시누이가 또 사고를 쳤네요 거기에 더해 돈한푼 못버는 시어머니 저희가 드린 생활비 시누에게 다 갖다바쳤던것을 알게되었고 신용카드는 언제 갖고 계셨는지 현금서비스 600받아 연체돼서 못갚고 계시더라구요
영구임대 아파트 사시는데 관리비도 밀렸다 하고 결국엔 그래서 남편한테 전화해서 해결해달라 하시는...
남편 한순간에 또 가족한테 뒤통수맞고 요몇일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지냈어요
몸도 마음도 지쳐서 곧 죽어버릴거 같이 그런 분위기 뿜어내는 남편보며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지칠대로 지친 와중에서도 엄마한테 시누이한테 선은 확실히 긋더라구요
시누이와는 인연을 끊었고 엄마한테는 엄마가 진빚 600 못갚아준다 확실히 못박더라구요 엄마 살길 이제 엄마가 알아서 찾으라고...
본인도... 그동안 그렇게 시누이 빚 갚아주고 엄마 봉양하느라 가끔씩 술마시고 들어오면 내 짐이 버겁다 내 인생에 남은게 없다 저한텐 미안하다하며 통곡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이젠 더이상 자기도 누나랑 엄마때문에 인생 저당잡혀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거 같습니다 연애할때도 결혼했을때도 마음에 의지가 돼주던 사람은 남편에겐 저뿐이었고...힘들때는 언제나 제 옆에 있고 싶어했으니까요 저와 제대로 잘살기 위해서 자기도 독하게 맘먹었겠죠
그래도 자식이기에 이번에 명절 못지낸다고 한거(명절비용 저희가 다 댑니다 근데 시엄니 관리비 밀린거 저희가 내줘야 해서 여유없으니...) 시엄니가 진짜 저한테 까지 전화해서 매달리다싶이 부탁을 하니 저한테 명절은 그냥 보내는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구요 저도 명절건은 남편이 강하게 나갈수 없을걸 짐작하고 있었고(남편이 또 장손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하자 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제사 열번을 지내는데 이번에 저희가 가져오고 조부모제사까지 3번만 지내자고 하더라구요 엄마 힘들다고-_-;; 으휴 효자...
이건 저도 울컥하고 더이상 양보할순 없다 생각해서 결혼했을때부터 말한대로 가져와도 시아버지 제사만 가져올거라고 우리 형편에 무슨 제사를 3번씩이나 지내냐 했습니다 이건 절대 양보 못하는거고 조부모 제사 작은집들도 있는데 그집들한테 주라구요
남편이 불쌍한건 맞지만 저러니 호구지 싶더라구요 친척 누구하나 장손에 시엄니 맏며느리라고 존중해준적 한번 없고 오히려 시아버지 안계신다고 무시하는거 뻔히 보이더만.. 자기도 친척들 싫어하면서 굳이 장손이라는 의무를 다 질 필요가 있는지...
암튼 제가 저렇게 나오니 알겠다고 하면서 명절에 가서 제사 안가져오더라도 줄이는걸로 친척들한테 말한다고 하더라구요
남편이 가족들한테 호구짓을 하긴 해도 친척들한텐 한번 성깔 보여준적 있어서 친척들이 남편한테 하주 함부로 하진 못합니다
아무튼 어떻게 이번 결혼생활의 최대 고비는 그럭저럭 넘겼네요 정말 이번에도 시누이와 엄마한테 호구짓하면 저 이혼할려고 했습니다 자식도 없으니...
이번일 겪으면서 그래도 남편이 효자면서도 저와의 가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제 의견을 존중해주는구나 싶어서 앞으로 둘이 살아갈날이 그리 절망적으로 느껴지진 않네요 더불어 저도 더 똑바로 정신 차려야겠다 싶고 내가 더 냉정하게 상황판단하고 휘둘리지 말아야겠다 싶었어요
시어머미에 대한 정은 뚝 떨어진거 같지만... 이번일 겪으면서 자기 체면 자기 입장 자기 살것만 중요하고 아들 다 죽어가는건 눈에 보이지 않고 자식은 시누이뿐이고 아들은 남편 내지는 자기 인생책임지고 대신 짊어질 아버지 쯤으로 생각하는 시어머니인걸 잘 알겠더라구요
미안한건 알지만 단한번도 자기 아들이 불쌍하고 애처롭다는 생각은 못하시는거 같더라구요 자기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고 누군가의 도움없인 나는 살수 없다는걸 외치시는...
남편이 왜 저를 좋아하게됐는지... 잘 알겠더라구요 제가 시어머니랑 성격이 좀 많이 다르거든요 남편말론 자기 없어도 혼자 잘살거 같다고... 시어머니 겪어보니 왜 저한테 끌렸는지 알거 같았어요
앞으로 남편이 더 많이 절 의지했으면 좋겠기도 하고요 저도 마음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인생 힘들었던 남편에게 서로 부족한거 채워주고 격려해주면서 힘든 인생 서로 지탱해주며 잘 살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