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차라리 진작 이혼을 하시지...

*** 조회수 : 3,295
작성일 : 2012-01-17 21:09:15
답답해서 글 씁니다. 
누구에게 말하기도 뭐한 집안사라...

30 훌쩍 넘은 미혼입니다. 
인연 못 만나 결혼 계획은 아직 없어요.
결혼에 대한 희망, 환상 보다는 현실적인 두려움이 커요. 
주변에 사는 거, 82에 올라온 글, 티비 드라마 등등 간접 경험 때문이죠. 
보통 좋고 행복한 이야기보다는 속풀이 하듯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모든 영향들보다 제일 많은 영향을 주는게 저희 부모님 사는 모습인 거 같아요. 

두 분은 60을 넘어 70 향해 가시면서 각방 쓰신지 오래입니다. 
부모님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은 어릴 때부터 파악했는데 다른 집도 다들 그런 줄 알았어요. 
간혹 친구를 통해 친구 부모님께서 다정하다거나 집안 분위기가 화목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보기 드물게 특이한 집안이구나.. 라고 생각할 정도 였어요. 
친구부부 모임이나 경조사 같은 대외적인 활동에서는 부부 동반으로 다니십니다. 
집에서는 그저 생활공간만 같이 공유하는 동거인일 뿐입니다. 
가끔 집안 문제로 상의하실 때에만 말씀 나누시는데 거의 의견 대립으로 마무리됩니다. 
(심하면 언성 높이고 싸우십니다.)
사이가 극하게 안 좋으실 때에는 새벽마다 제 아침잠을 부부싸움 소리 때문에 깼던 기간이 있어요. 
아마 저 모르게 싸우신다고 새벽에 주로 그러시면서 제가 일어나서 활동하면 조용하십니다. 
하루 아침을 그렇게 시작한다는게 얼마나 끔찍한지 일어나고 싶지 않고 그대로 잠들어 깨지 않았으면 좋겠더라구요. 
극심한 스트레스 받았던 기간이었어요...

한 쪽이 품어주는 성격이어야 하는데 두 분 다 자존심 강하시고 날을 세우시니 끝까지 양보가 없는 것 같아요. 
서로 정말 안 맞는다 말씀만 하시고... 성질 건드리지 말라 하시고...
자식들한테는 최선을 다해서 잘 대해 주세요. 
그런데 두 분 끼리는 궁합이 안 맞는 건지 두 분 관계를 보면 제가 다 괴롭답니다. 
이런 가정에서 자라서 그런지 결혼에 있어서 더더욱 신중해지고 사람을 고르게 되는 거 같아요. 
우리 부모님처럼 살까봐 두려워지면서 안 그러려면 처음부터 나랑 잘 맞는 상대를 만나야 겠다는 생각해요. 
그런데 이게 신중하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나타나는게 아니라 
그저 결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나타나 관계에 악영향을 주는 거 같아요. 
사귀던 남자 친구들로부터 결혼 얘기가 나오면 제가 심하게 뒷걸음쳐지는데 
분명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결혼만 생각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를 너무 걱정하게 되어요. 
상대방의 작은 결점도 결혼 생활 불화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까탈스럽게 보게 되고...
한번만 나한테 잘못하거나 실수해도 유하게 넘어가지 않게 되고..
결혼 얘기 나오면서부터는 내가 결혼 결정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그냥 계속 사귀지도 못하겠고 
이런 상태로 지지부진하게 시간끌다 제가 안되겠다 싶어 끝냈던 관계가 두어번 있어요. 
좋아하긴 하지만 이 사람은 내가 결혼할 사람이 아닌가 보다... 
올바른 짝이 나타나면 이렇게 망설이며 괴로워 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서른 넘어서는 상대방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제 의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싶네요. 
부모님의 불행한 결혼 생활이 머릿속에 각인되면서 무의식적으로 나도 저렇게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결혼을 주저하게 만드는 거 같아요. 

얼마 전에 엄마가 말씀하시더군요. 
제가 결혼하면 부모님은 바로 이혼하신다고. 이제껏 나 때문에 참고 겨우 사신거라고.
남자쪽 집안에 흉 잡힐까봐 이 생활 연장하신다고요.
그다지 충격적이진 않았어요. 
그간 봐온 게 있기 때문에 차라리 이혼 하시는게 두 분 정신건강에 좋고 행복하시겠다는 생각 저도 했거든요.
조금 슬픈건... 저의 결혼이 부모님 이혼 시기를 결정한다는 거네요. 
더 결혼하기 꺼려지네요.
하지만 저도 부모님 이리 사시는 모습 더 보고 싶지 않고 이제는 원망과 미움의 감정도 있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두 분이 서로 비난 하시는 소리 들으면 부모에 대한 존경이 사라지고 맙니다..)
얼른 결혼해서라도 이 집을 나가 떨어져 살면서 가끔 뵙는게 더 낫겠단 생각해요. 
그런데 문제는 결혼을 결심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불구덩이 들어가는게 될까봐....
정말 제 짝을 못 만난건지... 제가 문제인지... 걱정입니다.













IP : 180.224.xxx.80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1.17 9:46 PM (58.126.xxx.137)

    나쁜 부모는 아닌듯 합니다.
    그래도 님 앞에선 안싸우려고 싸움 멈추려는거 보면..저희는..애들 앞에서 제가 맞은 적도 있습니다.
    그런 남편이..우리 아들..아빠 술먹고..들어와 엄마 때릴까봐 무서워 말한마디에..많이 달라졌어요.

    어차피 이혼 못하고 이제껏 산 부몬데..님이 그런다고 달라지진 않을수 있지요.
    허심 탄회하게..님의 이글 처럼..이런 부모 아래 힘들었다고..
    나 결혼후 이혼하는게 두렵고..또..진저리 난다고..

    저 같은 경우..부모님이 너무 사이 좋고..님이 결혼해 저 같이 안된다고 말할수 없지요..그때..친정이 필요합니다.이제껏 날 위해 뭘 해주셨는지 몰라도...내가 결혼해..번듯한 친정이 되달라고 내 아이들에게 좋은 할아버지 할머니 되기 위해 두분이 서로 양보 하고 사이좋게 마지막으로 노력해 보라하세요.

    딸의 부탁에 두분이 좀 달라지긴 힘들지 몰라도 한번 해보세요..내 부모의 일 아닌가요.

  • 2. ...
    '12.1.17 9:50 PM (116.121.xxx.131)

    저는 기혼이긴 하나....
    저 역시... 항상 싸우는 부모님으로 부터 탈출을 생각해서
    대학졸업하자 마자.. 타지로 회사를 잡았고..
    그 타지에서 결혼하고 살고 있습니다.

    엄마가.. 딸은 엄마 인생 닮는다고.. 말버릇처럼 하셔서..
    남자 고를때... 우리 아빠와 닮지 않은 사람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했고
    지금의 남편은 참 좋습니다.

    하지만, 가끔 어떤 상황에... 저는 스스로 기가 죽습니다.
    어떤 상황은....옛날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비슷한 상황을 말합니다.

    저... 요즘 우울증 상담 받고 있습니다.
    아이는.... 잘 키우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나의 아픔을 주기 싫어서 기를 쓰고..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는데.
    자꾸 과거가 나를 잡아서 좋은 부모가 되려는 나를 흔들어 놓습니다.

    음.. 그런데.. 님은 왜 집에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신지요?
    30대시라면... 독립을 벌써 하셔야 했을꺼 같은데...
    ..... 원글님....
    잘 모르겠으나, 체력도 기르시고 정신건강으로 상담... 무료상담이라도 한번 받아 보세요.
    결혼하기 전에...좀 털어 놔야...더 밝은 상대자를 만나고 더 밝은 가정을 꾸리지 않겠어요?

    저는.. 요즘 너무 힘들거든요...

  • 3. ...
    '12.1.17 9:55 PM (115.137.xxx.213)

    저희 부모님도 비슷 하셨는데 진지하게 이혼하시라고 권했어요 결혼 안했지만 청소년도 아니고 괜찮다고...10년정도 지났는데 가끔 투닥 거리셔도 이혼한단소리 안하십니다 하실거면 진작했죠 접어두고 님 인생 잘꾸리세요 싸움도 애정 있어야하고 기력없어지면 덜싸우십니다

  • 4. ..
    '12.1.18 1:34 AM (59.10.xxx.145)

    저도 부모님이 자주 다투셔서 같은 걱정 많이 했어요.
    저 역시 부모님의 생활이 각인 돼서 무의식적으로 잘못된 결정을 할까 걱정이 된거죠.

    아무튼 지금 남편이랑은 사이좋게 잘 지내고 가끔 싸워도 잘 해결해요.
    님 스스로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부모님의 성격이나 싸우는 방식에서 어떤 면이 마음에 안 드는지 논리적으로 생각해보고 그런 사람을 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죠.

    그리고 아마 두 분은 이혼 안 하실거예요. 그렇게 사는 것에 길들여졌거든요.
    그분들의 삶의 한 방식이 됐을 거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9711 구로디지털단지역 근처 작은 마트나 장서는 곳 알려주세요 ^^ 6 panini.. 2012/01/17 1,142
59710 처음 연도 드리고 왔어요. 1 초보신자 2012/01/17 898
59709 분말로 된 생식 유통기한 지난거 먹어도 될까요? 1 어쩌죠.. 2012/01/17 3,720
59708 최정원 얼굴 표정 갑갑하네요 8 2012/01/17 5,888
59707 종금 CMA계좌 출금은 먼저 입금된 거부터 빼는거죠?? 2 궁금 2012/01/17 865
59706 결혼의 첫째 조건!!! 40 83학번 2012/01/17 10,172
59705 옥션 11번가에서 파는 코치가방 . 정식통관이라도 가품 의심해야.. 고민 2012/01/17 1,408
59704 정말 아파트는 돈없고 무식한 사람들만 모여살게 될 듯 합니다. 43 이러다 2012/01/17 13,222
59703 '북한 퍼주기?' 그 진실은? 능선길 2012/01/17 435
59702 초등교육이 중요한 것 같아요. 1 학교 2012/01/17 1,592
59701 미국비자 pending되어서 추가서류보냈는데요.. 1 소요시간 2012/01/17 859
59700 두텁떡이 먹고 싶어요 ㅠㅠ 7 두텁 2012/01/17 2,100
59699 시조카 돌잔치때...선물이나 돈..어떻게 하시나요? 6 dd 2012/01/17 3,016
59698 초6아이와 함께 가기에 괌과 하와이 중 어디가 좋을까요? 2 문화체험 2012/01/17 837
59697 손병휘님의 나란히가지 않아도 생방송 중 지형 2012/01/17 485
59696 요즘82를 강타한 가진것에 도움될만한 법정스님의 글 4 .. 2012/01/17 2,037
59695 철도공단 "KTX민영화 찬성댓글 하루20개씩 달아라&q.. 2 세우실 2012/01/17 504
59694 지름신 물리쳤어요. 칭찬해주세요. 2 물렀거라 2012/01/17 1,246
59693 가스요금이 이제 완전 한달치 나왔는데... 11 가스요금 2012/01/17 3,557
59692 무선랜고수님 갑자기 무선이 안되는데요..도와주세요 4 베로니카 2012/01/17 697
59691 고기를 안먹으면 모유가 줄어드는데 기분탓일까요? 8 cotlr 2012/01/17 1,260
59690 후라이팬 좀 골라주세요. 1 엉터리주부 2012/01/17 818
59689 15개월아기의단어가어느정도인가요? 2 네네 2012/01/17 961
59688 남편의 금단현상 3 담배 2012/01/17 1,931
59687 강남성모병원에서 라식/라섹하신 분 계신가요? 2 bloom 2012/01/17 1,8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