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오늘이 일요일 저녁이예요.
조금 전 친구가 자기집 앞 잔디밭에 다리가 부러진 듯 보이는 고양이가 계속 울고있는데 어떻게 해야하냐고 전화가 왔네요. 그 친구는 입양한 개를 키우고 있고, 전 까만 길고양이를 일년 전 부터 키우기 시작했거든요. 그나마 내가 좀 고양이를 안다고 전화를 해서, 캔 몇가지와 담요를 챙겨서 갔는데..
블랙러시안 잡종같아 보였어요. 잔디밭에 엎드려 꼼짝도 못하고 계속 울고있는데, 길고양이 같아 보이더군요. 얼마나 지쳤으면 도망도 가지 않고 부드러운 담요를 내려 놓으니 그 위로 간신히 기어 올라가요. 제일 좋은 캔을 따 주었는데, 안 먹더군요.
휴일이지만 동물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30분 후 쯤 수의사가 와 준다고 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요. 심하게 탈수가 되었고 피도 안 뽑힐 정도였어요. 살릴 수 만 있다면, 나중에 동물보호소에 데려다 주고 싶었는데, 피검사 결과 고양이 백혈병에 걸렸다고 나오네요. 이미 병이 깊어 잇몸도 노래졌고, 귀도 노란색으로 변했어요. 부러진 다리는 차가웠고, 의사왈 뼈가 조각나 있다고 하더군요. 건강한 고양이 같으면 류키미아여도 치료를 해보자고 하겠지만, 심하게 아픈고양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더군요.
지난 9월 길고양이를 안락사 시키고 너무 힘들었는데, 오늘 또 이 녀석때문에 눈물이 나네요. 온몸이 너무 지저분했지만, 품어줬어요. 마취제 놓을때까지 품어줬지만, 안락사는 못 지켜 보겠더군요. 친구와 돌아왔습니다.
의사말대로, 그대로 뒀으면 오늘밤 고통스럽게 죽어갔겠지만 그래도 운이 좋은녀석이라고 하는데, 고통없이 보내줄수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마음이 아프네요. 2년 정도된 고양이라는데, 여기서도 길고양이는 수명은 2년 남짓이라고 하더군요.
세상 모든 동물이 태어나 병들어 죽는거긴 하지만, 길고양이들이 저렇게 살다가는 건 사람 들 잘못인거죠. 먹지못해 굶어죽는 송아지까지.. 사람 잘못이 아닌 게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