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5년된 맞벌이 주부입니다. 아이도 하나 있구요.
시어머님은 저희가 결혼하기 전에 뇌출혈로 쓰러지신 것을 시작으로
결혼 후 2개월부터 지금까지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자주 드나드십니다. 연세는 지금 63세이시구요.
체력은 엉망인데 정신력이 강하셔서 그럭저럭 버티고 계십니다.
작년 10월에 뇌출혈이 다시 발병해서 왼쪽 팔과 손이 마비가 되셨고, 중환자실->일반병실->재활병원으로 옮기시며
호전되셔서 지금은 혼자 화장실이나 물리치료실 출입은 가능한 상태에요.
어머님의 인품을 생각하면 참 좋으신 분인데, 너무 자주 아프시니 약간 원망이 될 때도 있었지요.
그래도 나름 가족들이 잘 헤쳐나가고 있으며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이시긴 하지만 시아버님이 가장 애를 많이 쓰시고 계세요.
다들 다른 지방에 흩어져 살고, 외아들인 저희 부부도 맞벌이로 시간이 그리 많이 나지는 않지요.
이번 설명절부터는 제가 제사를 온전히 준비해야할 것 같습니다.
제가 어머님께는 절대로 집에 와 계시지 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세요.
너무 젊은 나이부터 이렇게 많이 편찮으신게 원래 몸이 약하기도 했겠지만
맏며느리로 시골에서 6남매 키워내고, 농사일에 너무 몸이 부셔져라고 일만 하신 때문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어머님을 이런 상태로 만든 그 상황이 참 싫네요. 아버님이 5남1녀 중 장남이시고, 장손이세요.
두 분은 농사일을 하시는 맞벌이셨지만 집안일은 온전히 어머님만 하셨어요.
아버님이 도와주시는 스타일이 아니시죠.
명절 차례에 네 분의 작은 아버님과 한분의 작은 할아버님이 오십니다.
결혼하고 나서 일년에 두 번 명절과 한식날 하는 제사
(저 결혼전에 어머님께서 한바탕하셔서 모든 기제사를 통일하셨다고 들었어요^^;;)
를 지내면서 작은 어머님들은 한 번도 오시는 걸 못봤어요.
저의 시부모님이 장남의 자리에서 동생들에게 베풀어 주신 이야기를 대충 종합해서
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그 분들은 별로 상종하고 싶지 않다 입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면 모든 관계는 끊어질 것 같습니다.
작은아버님들은 전날 저녁 때쯤 오셔서 다음날 차례 지내고 바로 가십니다.
시아버님은 반가워하시죠.
제가 전날 10시간, 다음날 4시간 정도만 앉아 쉬지 못하고 종종거리고 일하면 집안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물론 어머님이 같이 해주실 때 이야기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어머님이 병원에 계시니 저 혼자 차례준비를 해야합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남편은 설날 당직이 걸려서 출근해야합니다. 같이 있으면 도움이 될텐데...
차례상을 차려내는 것은 쉽습니다.
다만 작은 아버님들 전날 저녁에 오시지말고 다음날 차례지내러만 오셨으면 좋겠어요.
어머님이 저렇게 몇 번이나 생사를 넘나드는 중병에 힘드셔도 병문안 오는걸 못봤고,
그 소식도 일년에 공식적으로 만나는 제사날 명절날이나 되야 듣고 압니다.
작은 어머님들도 그 소식 들었을텐데 제가 알기로는 전화 한 통 안하십니다.
왜 시아버님은 저렇게 싸가지 없는 동생들에게 목을 메시는지 자기 부인의 처지는 약간 안타깝지만 형제애는
그토록 지켜내야할 소중한 가치인지 옆에서 지켜보는 저는 이해가 안갑니다.
또 작은아버님들은 어떻게 사시는지 직업이 뭔지 제가 잘 모르지만 제네시스 타고 오시고,
해외 여행한 이야기 보따리 풀어놓으시고 한나라당 지지하시는 뉘앙스 팍팍 풍기시고 하는거 보면 먹고 살만하신거 같습니다.
물론 저희 시댁도 먹고 살만은 하십니다.
그런데 오실때 네 분이서 쇠고기, 과일, 아무도 안먹는 주스, 맥심커피믹스(이건 왜사오는건지,
형님이 시골에서 농사만 지으셨다고 무시하심?)사오시더라구요.
이제 갓 결혼한 저도 첫 제사 때 제사비 내놓았습니다. 매월 작지만 용돈드리구요.
병원입원하시면 병원비 보태시라고 백만원정도는 내놓습니다.
어머님이 다시 한바탕하셔서 돈으로 달라고 하셨습니다. 지난 번부터는 봉투를 주시더라구요.
아버님께는 죄송하지만 오시지 않는게 나을 것 같아요.
제사준비 보다 전날 저녁 대접해드리는게 너무 싫습니다.
남편도 이런 저의 생각에는 동의합니다만 아버님께 차마 말씀드리지는 못하네요.
우리 대인배 시어머님 지난 주말 찾아뵈었더니,
"아버지에게 너 허리 디스크 있으니 일 못한다고 말해 두었다.
제사준비 간략하게 하고, 잘 모른다고 말하며 몇 가지는 빼먹어도 된다. 무리하지 말아라. 대충 지내라"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뭐 모든 사연을 쓰자면 너무 길지만 이쯤에서 마치고 82분들의 의견을 묻고 싶어요.
작은 아버님들 오시지 말라고 하면 어떨까요?
질문 이상하지만 누구에게 털어놓고 하소연하고 싶어서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