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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는게 뭔지

참... 조회수 : 1,998
작성일 : 2012-01-08 12:12:03

어제 아침에 콩나물 비빔밥을 했어요.

 

잡곡밥에 콩나물, 야채들, 삶은 돼지고기....등등을 넣고 비벼 먹는 건데, 애들도 좋아하고 맛있어요. 그런데 남편이 이걸 보자, 인상 찡그리고 뭐라 하는 거에요.

 

저는 부엌으로 가서 설거지 하다가 그만 진심이 나와버렸어요. '씨발, 주는 대로 처먹을 것이지'

 

하하...이러니까 제가 욕 많이 하는 사람 처럼 보이죠? 저 그런데 원래 욕 안 하던 여자였어요. 욕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싫어해요. 그런데 내 상황이 세월이 이렇게 만드네요.

 

결혼한지 16년 됐어요. 남편이 바람 핀지는 4~5년 된 것 같구요. 상대도 제가 아는 것만 해도 둘이에요.

 

형부가 티지아이에서 종종 한턱을 내곤 했는데요, 그러면 남편이 이렇게 맛없는 곳에서 밥 먹자고 한다고 뭐라 뭐라 욕하곤 했어요. 밥을 사주는데 왜 이러는지....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바람녀와 함께 이곳에 가서 놀았더라구요? 누구와 밥 먹느냐가 문제였던 거겠죠.

 

어느날 빕스에 갔더니, 또 이런 말을 하더군요. 저 보고 샐러드를 담아오래요. 저는 작은애 먹이느라 정신 없었고 해서, 남편 보고 알아서 가져다 먹으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다른 여자들은 다 담아주느라 정신없다나요? 미친 놈...

 

제가 밥을 아무리 신경 써서 해줘도 항상 뭐라고 해요. 반찬이 문제가 아닌 거겠죠. 그걸 누가 해주느냐가 문제인 거겠죠. 안 그러면 저와 제 아이들의 혀가 문제인 거라든가요?

 

 

하하...이혼 하고 싶어서 미치겠네요. 하지만 지금 이혼하면 정말 낙동갈 오리알 마냥 아무 것도 없거든요? 제 인생의 보상을, 제 아이들 인생의 보상을 아무 것도 받을 수가 없잖아요.

 

이번에 알았어요. 바람이라는거...배신이라는 거...이것도 살인이구나 말이에요.

 

살인이에요. 전 살아 돌아 다니지만 속은 까맣게 타 들었어요. 제가 살아가는 이유가 있을텐데...다 부정 당했어요.

 

저는 정말 제 자식들 보다 남편을 더 소중하게 여겼어요. 애들은 제가 다 떠나보내야 할 존재들이고 남편은 죽을때까지 함께 살 존재라고 생각했거든요. 알고보니 남이 맞아요.

 

다른 사람들이 하던 말들이 다 맞는 거였어요. 남편은 바람 피는데, 마누라만 혼자 모르고...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제가 욕 했다고 남편이 저에게 말도 안하고 저보고 자기에게 말도 시키지 말라고 하네요. 참, 당당하죠?

 

위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IP : 125.186.xxx.131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닥토닥
    '12.1.8 12:17 PM (125.152.xxx.191)

    맞아요 누군가를 꼭 칼같은 흉기로 찔러야만 살인이 아니죠.
    살아가는 이유를 부정당한 느낌으로 살아가려면 너무 힘드실텐데
    잘 추스리시고
    결국은 가족도 다 내 몸밖의 사람들이고 지나가는 존재들이고
    나자신만이 오롯이 스스로 남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시고
    자중자애하시길..

  • 2. 힘내세요
    '12.1.8 12:23 PM (210.224.xxx.124)

    원글님...너무 힘드신것 같네요.

    남편이 바람을 피고도 너무 당당하군요.
    한 가정의 아버지, 남편으로서 무책임하네요.

    원글님의 힘든 마음 82에 털어놓으시고
    아이들 보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아이들 지켜주실 분은 엄마인 원글님 뿐이예요.

    남편을 월급 갖다주는 없는 사람 취급하라고 말하지만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 때 그때 힘드실때마다 게시글이든 일기든
    마음에 두지 마시고 풀어놓으세요

    안그러면 원글님 병납니다.

  • 3. 어휴
    '12.1.8 12:37 PM (118.46.xxx.27) - 삭제된댓글

    얼마나 속이 상하실까요.
    가장 믿었던 인간이 등뒤에 칼을 꽂는..... ㅠ.ㅠ

    그정도의 일상을 유지하고 계시는것도 대단하신거 같아요.

    이젠 남편에게 증오감에 빠져 계시지 말고 너는 너고 나는 다.....타인처럼 보려고 노력해보시고
    내자신을 위해 할수있는 일을 하세요.
    몇년동안 준비해서 자립할수있는 기반이 되는 취미나 배움이면 더 좋을거 같구요.
    그러고 나서 남편의 뒤통수를 멋지게 쳐줄수있으면 좋구요.
    아무튼 기운내세요.

  • 4. 휴우
    '12.1.8 12:52 PM (211.109.xxx.244) - 삭제된댓글

    며칠전 우리 애들 20년 전에 찍은 홈비디오를 처음 보았어요.
    20년만에 본 것이지요. 이무송씨의 노래를 두놈이 부르더라구요.ㅎㅎ
    사는게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중간에 작은놈은 아싸 아싸~~ 추임새를 넣고...
    원글님 제목 보고 그 장면이 떠올라 웃었어요. 죄송~~

    보통수준도 못되는 남편에게 에너지 쏟아붓고 사느니
    자신을 위해 행복한 길을 찾으시라 말씀드리지만 당사자에겐 쉽지않은 일이지요.
    저도 위에 어휴님 말씀대로 자립할 수 있는 일을 찾으시길 권해드려요.
    힘내세요.

  • 5. 죄송하지만
    '12.1.8 1:16 PM (220.86.xxx.73)

    진상중 진상에 인간말종 남자와 사시느라 너무너무 고생스러우시겠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런 걸 남편이라고 데리고 밥까지 해받치는건 너무나 고역스런 일일 거 같아요
    그냥 아무것도 하지말고 무시하시고 아이들만 딱 위해주시는게 바람직해 보여요
    그리고 매순간마다 퍼부으세요
    다른 남자들과 능력 비교, 돈 비교 외모 비교 해가면서..
    제 옆집 여자분은 뭐하나 볼 수 없는 추녀인데 최고 학벌 사짜 남편 만나 잘 살고 있어요
    그건 좋은데 한번 놀러갔다가 다른 사짜들의 능력과 돈을 비교하며
    자기 남편을 잡는걸 구경하고 너무나 놀랬습니다
    하도 원망을 많이 해대니 오히려 그 남편이 세뇌당했는지 미안해 하더군요
    떠들어대는 진상이 승리하는 세상이에요.

  • 6. 이제
    '12.1.8 1:16 PM (188.22.xxx.60)

    남편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으세요
    그동안 동반자였지만 이제는 동거인이라, 룸메이트 정도로 생각하세요
    그리고 나는 입주가정부라 생각하시고
    그만큼 월급 챙겨서 딴주머니차시고요
    마음에서 놓아주세요
    그리고 원글님 본인에만 집중하고 투자하세요, 사랑하시고요
    내 남편은 죽고 저 화상은 내 상사라고만 생각하세요
    가족에 버림받은 남자만큼 비참한 사람이 없더군요
    그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현실을 견디세요
    언젠가 좋은 날 옵니다

  • 7. 놀란토끼
    '12.1.8 1:30 PM (220.71.xxx.143)

    내남자가 바람났다...
    라는 책에 보면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건 부인에겐 아무일없이 길가다가 옆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칼에 찔리는것과 비슷하다..
    라고 써있어요..
    그런데 남편이 바람이 나는 그 상황에 닥쳐보면 그말이 정말 공감이 되요...

    원글님...

    저도 원글님과 별반 차이없는 생활을 하고있네요..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고
    이젠 제 맘속에서 내려놓기가 30%정도는 된거 같아요...

    힘내시구요...

  • 8. 힘내세요
    '12.1.8 2:05 PM (98.223.xxx.96)

    원글님 소중한 분이고 사랑받아 마땅한 멋진 엄마니까요
    스스로를 일단 사랑하세요
    본인잘못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까 이제 행복해질 궁리만 하세요
    이혼이 싫고 두려우면 정말 그냥 그래 살아 있는 월급 봉투다 생각하고 담담히 대하세요
    화나면 욕할 가치도 없으니까 왜냐면 걍 월급봉투니깐요 왜 내가 내 입을 기분을 저러거 땜에 망치나 이러고
    그냥 해 주지 말고 한 귀로 듣고 흘리고 마세요

    대신 시간 나는대로 스스로에 투자하세요
    틈틈히 뭘 배우셔도 좋고 작은 선물을 스스로에게 해도 좋구요

    나중에나마 이혼을 계획중이시라면
    할 거 많아요 부동산 중계인도 있고 보험설계사도 있고 (그냥 예입니다 이 직업들 정말 힘들고 쉽게 자격증 얻기도 어렵죠) 그러니까 차근차근 스스로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준비하세요

    인생 짧아요
    슬퍼하고 화내고 미워하고 낙심한 채 살다보면 그냥 그게 끝입니다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 9. 치밀어 오르는 화
    '12.1.8 10:53 PM (119.64.xxx.23)

    2011년 11월4일에 서른살된 미혼녀와 2월부터 오피스텔을 얻어 살림차린것을 알았어요. 저 한테 들키더니

    이혼하자더군요. 자기 평생의 꿈 같은 사랑이래요. 그 여자는 자기 없으면 죽는다네요. 그 인간 마흔

    아홉인데 그여자랑 애도 낳겠다네요. 그러면서도 우리 아이는 나 보다도 지가 더 사랑한데요. 결혼 12년차

    인데, 사업하면서 계속 고생하다가 이제 먹고 살만해지니 이러구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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